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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펀드 부활의 조건]가치산출 핵심 '감정평가' 신뢰 제고 필수과제⑤소수 전문가 주관적 판단 의존…수익 가능성·담보가치 건전성 ‘척도’

이민호 기자공개 2021-04-22 13:15:02

[편집자주]

미술품 시장이 활황을 띠면서 아트펀드가 재조명받고 있다. 2006년 국내 첫 아트펀드가 출시된 이후 미술품 매매를 펀드 수익으로 연결시키려는 시도가 이어졌지만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전문가들은 아트펀드의 성공을 위해서는 미술품 전문 매니저 육성과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투자 등 요건이 만족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더벨이 과거 아트펀드의 실패요인을 분석하고 성공적인 성과 달성을 위한 개선점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4월 20일 14:25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아트펀드 활성화가 부진한 데는 미술품 감정평가의 신뢰성 결여도 한몫 했다. 감정가액은 수익 가능성을 가늠하고 편입자산 건전성을 확보하는 데 중요하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의 주관적 판단으로 감정가액이 결정되면서 투명성과 객관성 제고가 과제로 제시된다.

◇미술품 감정평가 ‘주관적 판단’ 의존…매수가치 적정성 의문

미술업계에서 미술품 감정평가의 신뢰성 제고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돼왔다. 국내 감정평가가 소수 감정평가 인력의 주관적인 판단으로 결론을 내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감정평가는 위작 여부를 살펴보는 진위감정과 시장에서의 거래가격을 판단하는 시가감정으로 구분되는데 복수의 감정평가 전문가가 평가 결과를 합의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미술품 감정평가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작가 경력·인지도, 작품 크기·주제·재료·시기, 소유·전시 이력, 작품성·완성도, 시장 수요 등 다양한 요소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들 요소를 정량화하기 쉽지 않은데다 정량화 가능한 데이터라도 통합돼 관리되고 있지 않다. 시장에서 거래가 빈번하게 일어나 정보가 충분히 누적돼있는 일부 유명작가의 유명작품이 아니라면 감정평가가 어려울 뿐더러 감정결과에 대한 의문이 빈번하게 제기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운용업계도 미술품 감정평가의 신뢰성 부족을 아트펀드 활성화를 제약하는 요인 중 하나로 지목하고 있다. 모든 전략의 펀드 운용에서는 매수자산 가치의 적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필수적이며 아트펀드의 경우 감정평가가 이 역할을 한다.

아트펀드의 주요 유형 중 하나인 실물 미술품 매매 전략에서의 감정평가는 편입자산의 건전성을 확신하거나 신의성실 의무에 부합하려는 이유도 있지만 향후 매각시 수익 가능성을 확보하는 데도 중요하다. 위작을 떠안거나 시장가치보다 비싸게 매수할 경우 수익 가능성도 그만큼 줄어든다.


◇담보가치 산출 핵심, 아트펀드 활성화 필수 요소

또 다른 유형인 미술품 담보대출 전략에서는 감정평가 신뢰성 확보가 성공적인 펀드 운용에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미술품 담보대출 전략은 펀드가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해 화랑(갤러리)이나 경매사에 대출을 실행하고 이들이 자체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미술품을 담보로 제공받는 형태다. 경매 낙찰자 등 미술품 매수자에게 해당 미술품을 담보로 매수자금 성격의 대출을 제공하는 형태도 있다.

담보대출에서 대출비율(LTV)의 기준이 되는 것이 바로 시가다. 일반적으로 LTV는 시가의 50% 수준으로 확보한다. 미술품 감정평가 능력이 전무한 국내 운용사는 시가 책정을 위해 외부 전문가에게 일정 비용을 지급하고 감정평가를 의뢰할 수밖에 없지만 정작 결과를 신뢰하지 못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실제 2000년대 후반 반짝 인기를 끌었던 저축은행의 미술품 담보대출 상품은 감정가액 적정성 여부가 문제가 됐다. 저축은행이 미술품 감정가액의 40% 수준으로 대출을 실행한 형태로 저축은행이 지정한 감정평가 기관에서 받은 진위감정과 시가감정 결과를 토대로 했다. 하지만 대출 부실화로 담보권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회수액이 예상에 미치지 못하자 대출 실행 때 매겼던 감정가액을 놓고 법적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미술품 감정평가의 객관성과 투명성 확보는 전체 미술품시장 건전성 제고에도 중요하지만 아트펀드 활성화에도 필수적인 요소”라며 “외부 감정평가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운용사 사정상 감정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면 자산편입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신탁사·수탁사 관리의무 강화…감정평가 신뢰성 제고 필요

최근 들어 운용업계에서 미술품 감정평가 신뢰성 제고에 대한 요구가 이전보다 더 높아진 데는 2019년 라임펀드 사태와 지난해 옵티먼스펀드 사태를 거치며 신탁업자인 증권사 프라임브로커서비스(PBS)와 수탁업자인 수탁은행의 사모펀드 관리·감시 책임이 크게 강화된 점도 한몫했다. 올해 들어 국내외 미술품시장이 다시 활황에 접어들면서 전문사모운용사들 사이에서도 아트펀드의 수익 가능성을 짚어보는 움직임이 늘었지만 실제 출시로까지 연결되기 어려웠던 데도 이런 이유가 크다.

미술품 담보대출 펀드의 경우 담보물 평가 책임이 있는 신탁업자가 비용을 들여 미술품 감정평가를 의뢰해야 한다. 신탁업자로서는 감정평가 신뢰성을 확신하지 못할 경우 펀드 부실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어 부담이다. 여기에 시장성 없는 대체자산에 대한 수탁을 거부하고 있는 수탁업자의 최근 태도도 아트펀드 설정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미술품 투자전문 운용사를 표방하며 출범한 벨에포크자산운용이 지난해 7월 ‘벨에포크 Art Signature Ⅱ 4호’를 내놓은 이후 미술품 담보대출 펀드를 추가로 출시하지 못한 데도 이런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운용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PBS 사업자가 미술품 감정평가 의무까지 지면서 아트펀드의 신탁업무를 적극적으로 수임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수탁은행 확보까지 어려워진 만큼 아트펀드 출시에 난관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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