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래 회장 "성년후견 소송 왜 하는지 모르겠다" 성년후견 심문기일 직접 참여, 재판부 병원조사 결정
김서영 기자공개 2021-04-22 12:57:45
이 기사는 2021년 04월 21일 16: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조양래 한국앤컴퍼니그룹(옛 한국타이어그룹) 회장이 21일 서울가정법원에서 열린 성년후견 소송 심문기일에 직접 출석했다. 재판부가 조 회장에 대한 병원조사를 결정하면서 그 결과에 관심이 집중될 전망이다.심문기일은 이날 오후 2시5분 서울가정법원에서 열렸다. 조 회장은 심문 시작 시각보다 8분 늦은 2시13분 조정실에 모습을 드러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조 회장은 조정실까지 혼자 걸어서 이동했다. 건강상 큰 문제는 없어 보였다. 귀에는 보청기를 착용한 모습이었다. 입장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조정실에 들어갔다.
성년후견에 대한 입장을 묻는 재판장의 질문에 조 회장은 "내가 그동안에 시력도 좋고 판단력도 나름대로 괜찮은데 왜 우리 딸(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이 이런 재판을 열었는지 모르겠다"라며 "내가 왜 여기 앉아 있고, 이런 얘기를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조 회장에 대한 성년후견 심문을 맡은 재판부는 조 회장에게 인지능력과 판단력을 가늠할 수 있는 질문을 15분가량 이어갔다. '오늘 나온 장소가 어디인가', '성년후견 개시가 되면 어떻게 되는지 알고 있나', '자녀들의 생일은 알고 있나' 등이었다. 이에 조 회장은 재판부에 질문을 되묻기도 했지만 천천히 답변을 이어갔다.
재판부는 조 회장에게 재산 관리와 업무와 관련된 질문도 했다. '개인 재산은 어떻게 관리하냐'는 질문에 조 회장은 "직접 관리한다"고 짧게 답했다. '회사 경영에는 어떻게 참여하고 있냐'는 질문에는 "회사 경영 결정에 관여하지 않고 있지만 소식을 보고받아 내용을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조 회장은 평소 골프를 치거나 책을 읽으면서 일상생활을 보낸다고 답했다. 자녀들과의 왕래는 별로 없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심문을 마친 후 조 회장에 대한 병원조사를 결정했다. 병원조사는 성년후견 심판에서 필수는 아니지만, 의학적 판단이 중요해 통상적으로 진행하는 절차다. 재판부는 결정에 앞서 '재판 과정에서 건강 확인을 위해 병원 검진을 받는 것이 부담스러운가'라고 물었다.
조 회장은 "오랫동안 서울대학교 병원에서 검진을 받은 기록이 있고 이를 토대로 판사들이 판단을 내리지 않겠는가"라며 "새로 건강검진을 받아야 하면 받겠지만 제 생각에는 불필요하지 않을까"라고 밝혔다.
조 회장의 변호인 측에서도 "병원 검진을 다시 받으라는 원고 측의 주장은 진정으로 조 회장의 건강을 걱정하는 게 맞냐는 의심을 불러일으킨다"라며 "다른 의도로 성년후견 심사가 진행되지 않도록 신중하게 판단해주길 거듭 강조한다"라고 반론했다.
성년후견 심문은 3시53분쯤 끝났다. 조 회장은 조정실에 들어갈 때와 마찬가지로 심경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서울가정법원을 서둘러 빠져나갔다. 변호인들도 비공개 재판이라며 말을 아꼈다.
심문기일을 마치면 3~4개월 후에 성년후견 개시 결정이 이뤄진다. 향후 일정이 바뀔 여지가 있지만 이번 심문기일 지정 속도를 고려할 때 올해 안에는 1차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성년후견 소송을 제기한 조 이사장은 심문에 관해 "심문조사 잘 이뤄졌다고 들었다"라며 "향후 건강을 판단할 수 있는 중요한 병원 정신 감정이 남아 있으니 이 또한 객관적 방법과 프로세스로 잘 진행되길 바란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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