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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레G, 줄어드는 로열티 '유명무실 지주역할' 'ABC 상표권' 계약 해지 수익 끊겨, '투자활동 전무' 아모레퍼시픽 의존

최은진 기자공개 2021-04-29 08:09:56

이 기사는 2021년 04월 27일 07:02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자회사를 지원하는 데 그쳤던 지주사의 역할이 진화하면서 자회사와 별개의 가치로 평가받는 모델이 부상하고 있다. SK그룹을 필두로 시작된 투자형 지주사가 주목받으면서 LG·현대중공업·롯데·CJ 등으로 점차 확대되는 분위기다. 지주사 자체적으로 투자조직을 갖추는가 하면 자회사로부터 받는 배당과 로열티 외 다른 수익원을 찾는 데 열중한다.

이런 가운데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지주사 아모레G의 지주 역할에 관심이 몰린다. 핵심 계열사인 아모레퍼시픽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을 뿐 그룹 내 별다른 기여를 하지 못한다. 로열티 수익원도 축소되는 조짐이 감지된다. 우량한 재무여건을 확보하고 있지만 아모레퍼시픽과 비교하면 열위하다. 투자 역시 아모레G가 아닌 아모레퍼시픽이 전면에 나선다.

◇상표권·경영자문 수수료 주수익원…작년 매출 524억 불과

아모레G는 2006년 아모레퍼시픽과 떨어져 분할 설립된 순수지주사다. 2020년 말 기준 핵심계열사인 아모레퍼시픽을 비롯한 이니스프리·에뛰드·아모스프로페셔널·에스쁘아 등 총 11개사를 종속기업으로 거느리고 있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이 지분 53.66%를 쥔 압도적인 최대주주로 그룹을 장악하는 구심점 역할을 한다.

그간 순수지주사는 그룹 모기업으로 종속기업에 대한 투자 및 지원 외에 별다른 사업을 하지 않았다. 종속기업들로부터 매출 연동형으로 수취하는 상표권 수익을 실적의 원천으로 삼았다. 유사시 종속기업에 자금 지원을 해줘야 하는 만큼 투자에 보수적으로 임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오너가 직접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는 특징으로 사업보다는 '의전'에 초점을 맞췄다.

아모레G도 일반적인 순수지주사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상표권 및 경영자문 수수료, 부동산 임대료 외에는 따로 수취하는 수익원은 없다. 상표권은 'ABC'라는 상표 외 12건에 대한 로열티로 아모레퍼시픽·퍼시픽글라스·퍼시픽패키지·오설록농장으로부터 매출액의 0.18%에 해당하는 금액을 받는다. 이 금액이 대략 연간 100억원 정도다.

경영자문 수수료는 법무 등 종속기업에는 없는 일부 기능을 공유하면서 챙긴다. 일종의 '공유서비스'에 대한 이용료로 연간 수백억원대로 추산된다. 상표권 수익보다 더 많다는 특징이 있다. 그러나 해당 수수료는 아모레G만 수취하는 게 아닌 아모레퍼시픽도 같은 명목으로 수수료를 취하기 때문에 아모레G 임의대로 이 규모를 대폭 늘리기는 쉽지 않은 구조다.


따라서 아모레G의 실적은 연결기준으로 매출액이 6조원을 넘지만 별도기준으로 따져보면 1000억원에도 못 미친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지난해 특히 실적이 줄어들면서 524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공시대상 기업집단 내 지주사 가운데 거의 하위권 성적이다. 영업이익은 308억원으로 109억원의 순손실을 나타냈다. 지주사 설립 후 첫 적자다.

핵심계열사인 아모레퍼시픽의 매출이 21% 줄어든 것은 물론 순이익이 219억원에 그치면서 아모레G의 실적에도 타격을 입힌 것으로 보인다. 상표권 수수료가 매출에 연동되는데다 경영자문 수수료 역시 영업활동과 연관 돼 있기 때문이다.


물론 아모레퍼시픽의 영업이 정상화 되고 실적이 회복되면 아모레G의 실적도 기존 수준으로 회귀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아모레G와 일부 계열사의 상표권 계약 해지 등 다양한 변수가 존재한다는 점은 실적기반이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아모레G가 보유한 'ABC' 상표권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말 아모레G에 집행하는 ABC 상표권에 대한 로열티 계약을 해지했다. 연간 약 43억원의 거래를 하던 상표다. 과거 배지나 깃발에 사용하던 심볼이지만 계열사들의 활용도가 낮다는 이유로 아모레G만 활용하기로 했다.

아모레퍼시픽 뿐 아니라 다른 종속기업들도 아모레G와 해당 상표권에 대한 계약을 끊었다. 정확한 액수는 밝히지 않았지만 해당 로열티로 줄어든 규모는 70억원 안팎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뿐만 아니라 올 초 공정위 사익편취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퍼시픽글라스 지분 및 경영권을 매각하면서 종속기업에서 제외됐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의 계열사가 아닌만큼 로열티 및 경영자문 수수료 거래에서 완전히 빠지거나 거래규모가 대폭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로열티를 수취할 대상이 축소된데다 이를 지급할 종속기업도 줄어든 데 따라 결과적으로 아모레G의 실적기반은 약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물론 경영자문 수수료 명목으로 종속기업으로부터 더 많은 금액을 취할 수 있지만 이는 공시대상이 되기 때문에 부담이다. 게다가 내부거래 감시가 확대된 규제 분위기 속에 수의계약인 경영자문 계약을 마냥 늘리기도 쉽지 않다.

◇투자활동 전무, 사실상 '아모레퍼시픽'과 한몸…무용론도 제기

따라서 일각에서는 아모레G에 대한 '무용론'을 얘기하기도 한다. 아모레퍼시픽에 의존할 뿐 그룹 내에서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취약한 실적기반으로 사실상 지주사가 해야 할 역할도 아모레퍼시픽이 도맡아 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들어 사무지원의 일종인 재무나 전산, 디지털 관련 업무 등을 아모레퍼시픽이 계열사에 제공하면서 수수료를 취하고 있다.

투자 역시 아모레퍼시픽이 나선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실적이 크게 위축됐지만 약 7000억원을 웃도는 현금을 확보하고 있다. 아모레G도 무차입 기조로 우량한 재무건전성을 보유하고 있으나 현금자산은 3000억원에 불과하다. 지난해 호주 럭셔리 스킨케어 전문 기업 '래셔널 그룹' 지분 취득도 아모레퍼시픽이 나섰다. 해외사업 역시 아모레퍼시픽이 전담한다.

반면 아모레G는 계열사 지분 취득 외 별다른 투자활동을 하고 있지 않다. 그나마도 지난 1년간 전무했다. 금융투자업계는 물론 ESG를 평가하는 한국기업지배구조원도 아모레G에 대해선 아모레퍼시픽을 '동일선상'에 놓는다. 사실상 같은 회사로 보고 있는 셈이다. 지주사에 대한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투자형 지주사'로 전환하는 재계 트렌드와 완전히 대조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아모레G는 아모레퍼시픽 등 계열사를 지배하는 것 외에 별다른 역할을 하지 않는 순수지주사"라며 "최근 재계에서 순수지주사의 정의가 상당히 전환되는 것과 달리 아모레퍼시픽에 의존적인 사업 형태를 나타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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