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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적연금 CIO의 무게 [thebell desk]

한희연 기자공개 2021-04-30 08:00:35

이 기사는 2021년 04월 29일 07:4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해는 기금, 공제회 등 주요 기관투자기관(LP) 투자책임자(CIO)의 교체가 유독 많다. 이미 인선을 진행중인 곳이 다수이고 하반기 CIO 선임을 본격적으로 할 예정인 곳도 많다.

경찰공제회는 새 CIO를 찾기 시작한지 꽤 됐다. 지난해 10월부터 전임 이도윤 금융투자이사의 후임을 찾아나섰다. 한차례 공모를 통해 두 후보가 최종 경합했으나 올초 대의원회 부결로 선임이 무산됐다. 최근 재공모에 나섰다. 군인공제회도 김재동 금융투자부문이사의 후임 물색을 위해 지난달 공모를 냈다. 증권운용본부장을 지내다 2017년 선임된 김 이사는 지난해 한차례 연임됐고 임기가 이달말 끝난다.

중소기업중앙회도 이달초 공고를 통해 자산운용본부장 공모를 시작했다. 정두영 자산운용본부장의 임기는 내달 끝난다. 과학기술인공제회 CIO 출신인 정 본부장은 2019년 5월 선임 후 2년간 자산운용을 책임져 왔다. 공무원연금 또한 서원주 자금운용단장 임기만료가 6월말 예정돼 있다. 연임하지 않는다면 하반기 CIO 찾기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올해 CIO 교체 가능성이 있는 곳 중 가장 이목을 끄는 기관은 단연 국민연금이다. 안효준 기금운용본부장은 10월 임기만료다. 2018년 10월 선임돼 지난해 연임됐다. 국민연금 CIO는 기본 임기 2년에 성과에 따라 추가 1년을 연장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7월께 새 CIO 인선절차가 시작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안 본부장 선임전 국민연금 CIO는 1년 3개월간 공석이었다. 전임 강면욱 본부장의 사퇴 이후 첫번째 공모에 실패하고 두번째 공모에서 안 본부장이 뽑혔다. 1년 넘게 CIO가 공석인 사상 초유의 사태를 겪는동안 기금운용본부는 인력이탈 등 여러 이슈가 맞물려 어수선했다. 후보중 유일한 내부출신인 안 본부장이 선임되자 자산운용 능력 못지않게 조직안정화에 대한 임무를 부여받은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안 본부장은 첫 2년간 빠르게 조직을 안정화시키고 잡음없이 기금운용본부를 이끌어왔다. 의사결정의 신속화, 대체투자의 대형화 등 수익향상을 위한 프로세스 개선 노력도 다양하게 시도했다. 국민연금은 대체와 해외투자 확대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안 본부장은 임기동안 해외 연기금이나 대형 자산운용사와의 네트워크를 강화해 공동투자건을 다수 성사시켜왔다.

그간의 성과를 인정받아 지난해 10월 임기연장에 성공했다. 1999년 기금운용본부 출범 이후 8번째 선임된 CIO인데, 3년임기(2년+1년)를 채운 전임자는 조국준, 이찬우 본부장 등 두명 뿐이다.

지난 3년간 지배구조 면에서 비교적 평탄한 나날을 보낸 국민연금이지만 올해 CIO 교체를 앞두고는 기대보다는 우려가 더 많이 나오고 있다. 실력있는 사람들이 섣불리 도전할 수 없는 시기라는 평가다. 국민연금 CIO는 국민의 노후자금을 운용하는 책임자로서 권한과 위상이 남다르다. 하지만 정치적 이슈와 결부돼 특정시기에는 상당한 민감한 위치가 될 수 밖에 없다.

특히 내년초 대통령 선거를 몇달 앞두고 선임될 신임 CIO의 운명은 예측불가라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3대 오성근 CIO는 2005년 12월 선임됐으나 2008년 2월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임기 2년 4개월만에 중도사임했다. 7대 강면욱 CIO도 2016년 2월 선임됐지만 2017년 5월 문재인 대통령 취임 직후 사표를 냈다. 과거 정권 교체기마다 일종의 CIO 잔혹사가 벌어진 셈이다.

850조원 이상의 자금을 운용하는 만큼 투자자산의 배분과 운용에만 역량을 집중해도 모자라는 것이 국민연금 CIO다. 하지만 CIO 인선때마다 '자산운용능력'에 대한 평가 외에 정치적 코드 등 부수적 평판이 거론된다는 것은 그만큼 독립성이 확보되지 않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올해 새 CIO 선임 가능성에 기대보다는 우려가 많은 현 상황이 씁쓸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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