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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ket Watch]SRI채권 복수인증 '새 바람', 대세될까투명성 제고로 ESG 약점 보완…수수료 인하 등 출혈경쟁, 서비스 질 저하 우려도

이지혜 기자공개 2021-05-11 13:06:57

이 기사는 2021년 05월 10일 07:00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RI채권(사회책임투자채권, ESG채권)을 2곳 이상의 외부기관에서 인증받는 사례가 늘고 있다. 발행사가 노리는 장점은 뚜렷하다. 투명성과 신뢰도 제고다. 발행사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 의지를 부각시켜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 등 투자자의 우려를 완화하려는 의도다.

신용평가사가 SRI채권 복수인증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다. 발행사의 ESG경영 활동을 보고서에 구체적으로 기재하기에 투자자의 이해를 높이는 데 효과가 있기 때문으로 전해진다. 동시에 발행사가 신용등급 평정을 의식한 결과라는 시선도 나온다.

SRI채권 인증수수료가 인하되는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복수인증으로 비용부담이 커지자 발행사나 인증기관이 수수료를 깎는 것으로 파악된다. 서비스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복수인증, 투자자 신뢰 제고 겨냥

7일 투자은행업계에 따르면 원화 SRI채권을 발행하면서 2곳의 외부기관에서 인증받은 기업이 증가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와 효성중공업, 현대건설기계, ㈜한화, 쌍용씨앤이(쌍용C&E) 등이다.

SRI채권 시장에 새로운 흐름이 생긴 것이다. SRI채권은 발행하기 전 외부기관 1곳에서만 인증(검증)을 받으면 된다. 원화 SRI채권 시장은 2018년 열린 이래 2020년까지 줄곧 1곳에서만 인증받는 기조가 주를 이뤘다.

SRI외화채를 발행했던 기업들이 원화채도 발행하면서 국내 인증기관을 기용, 결과적으로 복수인증을 받은 사례는 있었다. 그러나 특정 종목의 원화 SRI채권을 발행하고자 복수인증을 받은 경우는 올해 현대오일뱅크를 시작으로 처음 나타났다.

투자은행업계 관계자는 “ESG경영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저평가받는 기업일수록 SRI채권 발행에 의욕을 보인다”며 “투명성을 제고해 투자자 신뢰를 높이고자 2곳 이상의 외부기관에서 사전검증을 받았다”고 말했다.

현대오일뱅크와 효성중공업, 현대건설기계, ㈜한화, 쌍용C&E 등은 ESG 측면에서 저마다 조금씩 약점이 있다. 특히 현대오일뱅크는 정유사, 쌍용C&E는 시멘트제조기업, ㈜한화는 방산 계열사를 거느렸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런 약점을 넘어서기 위해서라도 투자자 신뢰를 제고하는 데 만전을 기울였다는 말이다.

투자자의 인지도를 높이는 데 효과가 있다는 말도 나온다. 투자은행업계 관계자는 “SRI채권에 대한 법규가 미비해 그린워싱 우려가 가시지 않는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보고서를 비교적 꼼꼼하게 읽는다”고 말했다.

㈜한화는 녹색채권을 발행하기 위해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주요 연기금의 투자를 처음으로 유치하기도 했다. 연기금이 ESG경영을 강조하면서 이들의 투자를 이끌어내는 데 애를 먹었던 ㈜한화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복수인증을 받는 등 ESG경영의지를 강조한 효과가 적잖았다는 후문이다.

◇신용평가사 두각…보고서 효과 VS 등급 평정 ‘눈치’

SRI채권을 복수인증 받을 때 신용평가사를 기용하는 흐름도 눈에 띈다. 현대오일뱅크와 현대건설기계는 나이스신용평가와 딜로이트안진에서, 효성중공업은 나이스신용평가와 한국신용평가, ㈜한화는 나이스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 쌍용C&E는 한국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에서 SRI채권 인증평가를 받았다.

신용평가사들이 SRI채권 인증사업을 적극 펼치고 있다는 요인도 작용했지만 보고서 작성 방식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딜로이트안진 등 회계법인은 SRI채권의 관리체계를 검증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반면 신용평가사들은 SRI채권으로 조달한 자금이 적격 프로젝트에 투입되는지, 어떻게 관리되는지, 발행사가 어떤 ESG경영활동을 펼치는지 등을 기재한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보고서에 프로젝트를 구체적으로 기재하면 SRI채권을 발행할 때마다 인증받아야 해 번거로울 수 있다"며 "이런 점을 오히려 투자자에게 ESG 경영활동을 홍보할 기회로 여기는 발행사가 많다"고 말했다.

신용평가사에서 복수인증을 받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덜하다는 시각도 나온다. 발행사들은 공모채를 발행하기에 앞서 반드시 나이스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 등 세 곳의 신용평가사 중 2곳 이상에서 본평정을 받아야 한다. 이들에게서 SRI채권도 인증받는 만큼 복수인증에 대한 심리적 장벽이 낮다는 것이다.

동시에 발행사들이 신용평가사들의 눈치를 본다는 말도 있다. 발행사의 한 관계자는 “신용평가사가 SRI채권 인증을 제안했을 때 이를 거부하기가 쉽지 않다”며 “SRI채권 인증사업부가 분리돼 있더라도 눈치가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신용평가는 PF평가본부, 나이스신용평가는 투자평가본부, 한국기업평가는 사업가치평가본부에서 SRI채권 인증사업을 진행한다. 신용평가 사업부와 분리돼 있으며 서로 간섭할 수 없다. 그렇지만 같은 신용평가사에서 등급평정도 받기에 이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말이다.

◇인증수수료 인하 경쟁도

SRI채권 인증수수료를 인하하려는 기조도 나타나고 있다. SRI채권 인증수수료는 시장 초기만 해도 3000만~4000만원대였지만 빠르게 하락해 최근 1500만원 이상으로 유지됐다. 그러나 복수인증을 받으면서 인증평가사 별로 1000만원을 지급하는 사례도 나왔다.

인증기관 일부는 SRI채권의 사후관리 전략을 수정하기도 했다. 투입인력 등 비용을 줄이려는 결정이다. 인증기관 사이에서 출혈경쟁과 서비스의 품질 하락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인증기관의 한 관계자는 “SRI채권 인증사업에서 이익을 보려면 수수료가 3000만원 이상으로 올라야 한다”며 “시장의 성장세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서비스의 품질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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