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급 낮췄던 디지털조직 5개월만에 '재격상' DT 과제 방향 선회 영향, 비대면 영업 강화→신기술 역량 고도화
김현정 기자공개 2021-05-11 07:32:40
이 기사는 2021년 05월 10일 15:5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우리은행이 5개월 전 한 단계 급을 낮췄던 디지털추진단을 다시 '그룹' 조직으로 격상시켰다. 작년 말 '단'으로 조정해 영업디지털그룹 산하에 뒀지만 이번에 다시 그룹으로 격상해 분리했다. 디지털 핵심 과제의 방향 선회에 따른 결정으로 풀이된다.10일 은행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지난해 18일 '영업디지털그룹' 아래 신설한 DT추진단을 다시 DT추진그룹으로 최근 격상시켰다.
우리은행은 작년 말 비대면 채널 영업을 대면 채널 수준으로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는 판단 아래 영업디지털그룹을 만들었다. 기존 사업을 이끌었던 디지털금융그룹은 하부 기능들은 그대로 가져가면서 DT추진단으로 조정됐고 영업디지털그룹 산하에 놓이게 됐다.
당시 우리은행이 디지털 조직 위상을 격하한 건 5년 만의 일이었다. 우리은행은 2015년 국내 최초 모바일플랫폼 ‘위비뱅크’를 출범시킨 뒤 그 해 말 스마트금융사업단을 본부로 격상시켰다. 당시는 본부제였고 2016년 4월 본부제가 그룹제로 바뀌면서 디지털금융그룹이 됐다.
하지만 작년 말 디지털 전략 과제를 수립하면서 DT 조직에 변화를 주게 됐다. 여러 디지털 전략 과제 중에서도 비대면 채널의 영업 일선과 밀착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내부 판단에 따른 결정이었다.
이에 따라 디지털 조직을 영업그룹 아래 두는 게 보다 합리적이라고 봤다. 오픈뱅킹 등 실적을 더욱 끌어올리고 비대면 채널 영업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영업 그룹의 직접적 협력이 필요하다고 봤다.
우리은행은 영업디지털그룹을 필두로 비대면 영업 활성화를 위한 대대적 작업에 들어갔다. 영업조직 KPI에 디지털 확대를 위한 평가지표를 신설한 일이 대표적이다.
2019년 말 ‘2020년 KPI’에 영업 조직의 디지털 성과 지표 항목 완전히 없앴지만 2021년 들어서는 ‘디지털Shift’ 지표를 영업 조직의 성과 지표 항목으로 다시 포함시켰다. 비대면상품 가입에 30점, 비대면플랫폼 가입에 10점 등 총 40점을 배점해 영업 조직이 고객 대면활동에서 디지털금융 사용을 적극 권장토록 유도했다.
영업디지털그룹장이 대면 채널과 비대면 채널을 동시에 책임지도록 한 것이 적잖은 효과를 냈다. 책임 소재가 일원화되기 때문에 의사결정 체계가 효율적으로 돌아갔고 비대면 채널 강화 목표를 빠른 시간 내 달성할 수 있었다. 이에 따라 4월 말 기준 오픈뱅킹 가입자 수가 작년 말 대비 24.5% 급증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KPI에 디지털 전환 목표가 녹아들면서 직원들에게 대면 채널과 더불어 비대면 채널 영업 강화 필요성이 인식됐다”며 “대면 고객과 비대면 고객을 따로 분류해서 보면 안된다는 마인드 세팅이 어느 정도 행내 자리 잡은 상태”라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최근 몇 달 집중적으로 비대면 채널 강화의 기본 체계를 다진 만큼 다시 디지털 기술 본연의 역량 고도화에 집중해야 한다는 판단을 내렸다. 작년까지만 해도 ‘디지털 핵심 전략’이 비대면채널 강화 등 영업 쪽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었다면 올해 2분기 들어서는 데이터·AI·사물인터넷(IoT)·블록체인 등 신기술 고도화 쪽에 무게를 싣기로 한 것이다.
이에 따라 5개월 만에 디지털 관련 조직개편을 감행하게 됐다는 전언이다. 디지털 조직을 강화하기로 하면서 기존 DT추진단을 디지털그룹으로 격상시켰고 그 아래 ‘디지털금융단’과 ‘DI추진단’을 만들었다.
이에 따라 기존 DT추진단 아래 6개 부서가 세 갈래로 쪼개졌다. 디지털전략부·프로세스혁신부가 디지털그룹 직속 부서로 편재됐다. 비대면 채널 관리가 다시 디지털그룹으로 넘어옴에 따라 기존 영업디지털그룹 아래 5개 부서 가운데 고객센터·스마트고객부가 디지털그룹 아래로 편재됐다.
디지털사업부·스마트앱개발부는 디지털금융단으로 소속됐다. 디지털금융단은 모바일뱅킹 등 기존 은행의 디지털 역량 강화에 집중키로 했다.
DI추진단은 AI·블록체인 등 은행이 아직 적용하지 않은 기술을 개발하는 곳이다. 빅데이터 및 AI 관련 개발업무를 담당할 'D&A플랫폼부'가 DI추진단 아래 신설됐다. 빅데이터사업부와 AI사업부가 필요한 기술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리면 D&A플랫폼부가 실제 개발을 담당하는 것이다.
디지털그룹은 당분간 고객별 특성에 맞춘 초개인화된 금융서비스 제공에 집중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서는 빅데이터기술과 AI기술 등을 결합시켜야 한다. 신기술 개발 역시 디지털그룹 내 투트랙으로 진행한다. 새로 나오는 기술들을 검토해 은행 사업에 접목하는 형태다.
다른 관계자는 “작년에는 디지털 주요 목표가 모바일 뱅킹을 통해서 상품을 얼마나 많이 팔고 고객을 많이 가입시키느냐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며 “시간이 흐르면서 디지털 조직이 영업 외 기술에 포커스를 둬야 한다는 판단이 커졌고 이런 기능을 강화하려다보니 영업그룹이 커버를 다 못해 디지털그룹으로 분리시킨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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