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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수저들의 '통쾌한' 반격 [thebell desk]

이승우 자산관리부 부장공개 2021-06-17 12:57:23

이 기사는 2021년 06월 16일 07:55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체 포기각서를 하도 많이 써서 사채업자들이 '떼어갈 장기가 없다'고 할 정도였던 사람이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다. 흙수저 출신인 그는 경영컨설팅과 통신 등 돈이 된다고 하는 사업은 닥치는 대로 했다.

매번 실패였다. 안 좋은 생각까지 할 정도로, 절박함의 끝에서 마지막으로 손댄 사업이 바이오다.

그런 그가 2021년 포브스 선정 대한민국 최고 부자가 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두번째라는 게 의외이긴 하다.

포브스 선정 세번째 부자는 김정주 넥슨 창업자다. 김정주 회장의 젊은 시절은 소박함 그 자체였다. 인천의 모 지하상가에서 휴대전화 등 전자제품을 고쳐주던 '동네 형'으로 통했다. 그의 반전은 징후조차 없었다는 게 지인들의 전언이다.

부자 4위는 김범수 카카오 의장. 가난한 집안 5남매 중 셋째로 태어났고 남매 중 유일하게 대학을 나왔다. 어릴적 단칸방을 전전하다 친인척을 통해 골방을 빌려 공부했던 일화는 유명하다.

부자순위 5위, 권혁빈 스마일게이트 회장은 25세때 창업했다. 창업 작품이었던 e-러닝 사업은 3년만에 고배를 마시고 접었다. 절치부심으로 다시 일으킨 사업이 중국 시장에서 통했다.

이재용 부회장을 빼고 대한민국 부자 상위 5위중 4명이 흙수저 출신이라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재벌이나 대기업 자손들이 아닌 자수성가형이라는 점에서 모든 흙수저들에게 희망이다.

바이오와 게임, 소설네트워크 등 지금의 산업 트렌드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기업집단을 이미 거느리며 경제 생태계의 최상단에 포진해 있는 산업이 아니라 새로운 아이디어와 네트워크로 글로벌 트렌드를 추종, 어마어마한 돈을 벌어 들이고 있다. 변화를 제대로 읽어낸다면 기회는 여전히 널려 있다는 뜻이다.

이 변화를 지켜보며 '뿌듯해' 하는 이들이 많다. 그중 부자들의 돈을 관리하는 PB들은 이 신흥부자들을 지근에서 관찰하고 있다. 돈을 벌어 들이는 방법과 쓰는 법의 차이를 기존 부자들과 비교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부자군의 변화를 긍적으로 받아들인다. 상속형 부자 고객군이 자수성가 능력자 위주로 바뀌는 '뿌듯함'을 넘어 정의구현(?)으로까지 표현하는 PB도 있다.

이들은 무능한 상속형 부자들의 방탕함에 대한 반격이라는 점에서 정의구현이라는 표현까지 한다. 혹은 통쾌함이라고 해야할까.

PB 지점장 문을 차고 들어오거나 밤늦게 술값 계산을 요구하며 전화를 하는 망나니 부자들이 여전히 널렸기 때문이다. 이들 대부분이 부를 그대로 '물려받은' 재벌의 후손들이다. 받은 재산에 만족하며 큰 변화를 꿈꾸지 않는다.

흙수저 출신 신흥부자들이 아직 망나니의 길을 걷는 경우는 없다고 한다. 물론 성공신화를 쓴 흙수저들도 다시 기득권이 되면서 기존 부자들처럼 행동할 수도 있다. 또 새로운 아이디어를 장착한 흙수저들이 도전해 온다면 변화와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초심을 잃지 말고 정진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산업과 부의 지도는 끊임없이 바뀐다. 이를 정확히 읽어낸다면 새로운 흙수저들에게도 기회는 무한하다. '수저론'에 좌절하지 말고 신흥부호로 떠오른 이들의 힘들었던 과거, 그리고 이를 극복해낸 창의력과 도전정신을 새겨보는 건 어떨까. 또 다른 세대, 또 다른 차원의 반격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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