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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 분석]SGX 상폐 추진하는 팬오션, '이사회 구성' 바뀐다다니엘 이사 장기 재직 중…싱가포르 이사 선임 의무 소멸, 연내 상폐 목표

유수진 기자공개 2021-06-17 10:32:56

이 기사는 2021년 06월 14일 15:24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벌크선사 팬오션이 싱가포르 증권거래소(SGX)에서의 상장 폐지를 추진한다. 2005년 국내 기업 최초로 SGX에 입성한 지 16년 만이다. 국내 기준에 따라 기업활동을 하고 있어 상장 유지의 필요성이 크지 않다는 이유다. 연내 모든 절차 완료가 목표다.

팬오션이 SGX에서 발을 빼면 이사회 구성도 달라질 전망이다. 싱가포르 현지 인사를 선임해야 하는 의무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팬오션은 SGX 규정에 따라 2013년부터 이사회에 싱가포르 이사를 참여시켜 왔다. 현재 이사회 멤버인 크리스토퍼 아난드 다니엘 이사가 처음이자 마지막 '싱가포르 사외이사'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팬오션은 14일 '주요사항보고서' 공시를 통해 싱가포르 증시에서 상장 폐지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오는 17일 SGX에 상장 폐지를 신청할 예정이다. 현재 팬오션은 국내 유가증권시장(코스피)과 SGX에 동시 상장돼 있는 상태다.

<출처:전자공시시스템>

이를 위해 11일 오후 이사회를 개최하고 '공개매수 방식을 통한 싱가포르거래소 상장 폐지 승인의 건'을 처리했다. 이날 회의에는 오광수 사외이사를 제외한 이사 6명이 현장·화상 방식으로 참석했다. 출석 이사들은 토의를 거쳐 만장일치로 해당 안건을 가결했다.

회사 측은 SGX에 상장된 주식 수와 주주 수, 거래량이 많지 않아 상장을 유지할 필요성이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 또한 공시 등 지켜야 하는 각종 규제가 많고 이를 위한 유지비용과 인력이 별도로 필요해 효용성이 높지 않다고 봤다.

팬오션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거래량이 많지 않고 국내 기준 외 싱가포르에서 별도로 요구하는 규정이 있어 효율성 강화 차원에서 내린 결정"이라며 "상폐 후 상장 유지를 위해 들어가던 비용이 절감되고 업무 효율성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SGX에 상장돼 있는 주식 수는 17만597주다. 팬오션은 SGX가 상장 폐지를 승인하면 임시 주주총회를 소집해 해당 주식 처리 관련 내용 등을 확정짓게 된다. 목표로 하는 폐지 예정일은 6개월 뒤인 오는 12월20일이다. 다만 현지 승인이 예상보다 오래 걸릴 수 있어 내년 초 매듭을 짓게 될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모든 과정이 마무리 되면 팬오션은 국내 기업 중 '최장'으로 기록된 SGX 상장 기간을 16년으로 끝내게 된다. 팬오션은 2005년 국내 기업 최초로 싱가포르 증시에 상장해 많은 관심을 받았다. 국제 금융도시이자 해운 중심지인 싱가포르에 상장해 브랜드 인지고 제고와 글로벌 영업력 강화, 다양한 외국인 주주 확보 등의 효과를 누릴 것으로 예상됐다.


상폐가 현실화 되면 팬오션 이사회 구성에도 변화가 생길 전망이다. 반드시 싱가포르 국민이나 영주권자 중 1명 이상을 포함하도록 하는 SGX 규정을 지키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팬오션은 이를 반영해 정관에 사외이사(최소 3명) 중 1명 이상을 싱가포르에 거주 중인 인물로 선임해야 한다고 못박아둔 상태다.

현재 팬오션 이사회는 사내이사 3인, 사외이사 4인 등 7명으로 구성돼 있다. 여기에는 싱가포르 국적의 크리스토퍼 아난드 다니엘 이사가 포함돼 있다. 사내이사는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과 안중호 부사장, 천세기 윤리경영실장(전무) 등 3명이다.

다니엘 이사가 이사회에 합류한 건 2013년 12월이다. 국적과 거주지, 법률 전문가라는 점 등이 고려돼 이사회 멤버로 낙점됐다. 1969년 7월생으로 1994년 싱가포르국립대를 졸업하고 1995년부터 변호사로 활동해오고 있는 인물이다.

2014년과 2015년, 2016년, 2019년 등 무려 네 차례나 연임에 성공해 7년7개월째 이사회에 몸 담아오고 있다. 첫 선임 당시 ㈜STX가 경영권을 포함한 팬오션 지분 매각을 추진하고 법원의 허가 하에 회생 절차가 진행되던 때라 임기가 1년으로 제한됐었다. 회사 측은 다니엘 이사의 업무수행 능력과 이사회 참석 현황 등을 고려해 매번 주총에서 후보로 올렸다.

사실 싱가포르 이사 선임은 팬오션 입장에서 다소 부담스러운 부분이었다. 매번 이사회를 꾸릴 때마다 염두에 둬야 했다. 특히 내년 다니엘 이사의 임기가 끝나면 새로운 얼굴을 물색해야 했다. 지난해 부터 사외이사 임기를 제한(최장 6년)하는 상법 개정안이 적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니엘 이사는 이미 6년 초과 재직 중이어서 재선임이 불가능하다. 해당 법안이 시행되기 전 재선임돼 기존 임기(2022년 3월)는 보장된다. 하지만 기업지배구조 핵심지표 준수현황상 '장기 재직 사외이사 부존재' 항목을 '미이행'으로 표기해야 하는 등 부담이 됐던 건 사실이다.

<출처:팬오션 기업지배구조 보고서>

이사회 출석률도 높지 않았다. 최근 3개년도 이사별 출석률을 살펴보면 전현직 이사들 중 다니엘 이사가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60% △2019년 50% △2020년 75%로 평균 61.7%로 집계됐다. 그나마 출석률이 가장 높았던 지난해에도 3번 불참했다. 해외에 거주하다보니 시간·공간적 여건이 잘 맞지 않은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를 반영한 듯 다니엘 이사는 이사회 산하 소위원회 중 어느 곳에서도 활동하고 있지 않다. 현재 팬오션은 △내부거래위원회와 △보수위원회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감사위원회 등 4개의 위원회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나머지 3명의 사외이사가 4개 위원회 모두에서 활동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팬오션 측은 일단 다니엘 이사의 임기는 보장하겠다는 입장이다. 본인이 사의를 밝히지 않는 이상 굳이 이사 교체를 추진하지는 않겠다는 의미다. 특히 상장 폐지 절차가 길어질 경우 시기적으로 임기 만료 시점인 내년 3월과 큰 차이가 없을 가능성도 있다.

팬오션 관계자는 "그동안은 SGX 규정 준수를 위해 싱가포르 사외이사를 선임해왔지만 상폐 이후에는 굳이 그럴 필요는 없다"며 "다만 다니엘 이사를 교체하거나 그럴 상황은 아니다. 당사자의 의지에 따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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