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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주회사 분석]한진칼 책임경영, 이젠 자의보단 '타의'②꾸준한 등기임원 재직에도 낮은 지분율에 발목…산은, 경영진 교체 가능성 '으름장'

유수진 기자공개 2021-06-17 13:35:25

[편집자주]

1999년 지주회사 설립과 전환이 허용된 후 지주회사 체제는 재계의 '표준'이 됐다. 제도 시행 후 20여 년이 흐르며 각 그룹의 지주사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변신을 거듭했다. 그룹의 얼굴인 지주사의 현주소를 더벨이 취재했다. 각 그룹에서 지주사가 차지하는 의미와 지주사의 현금 창출구를 비롯해, 경영 전략, 맨파워, 주요 이슈를 점검한다.

이 기사는 2021년 06월 15일 09:50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주요그룹의 총수들은 지주사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경우가 많다. 책임경영 실천이 이유다. 실제로 지주사 이사회는 그룹이 나아갈 방향을 정하고 대규모 투자 계획을 세우는 역할을 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각각 SK㈜와 ㈜LG, 롯데지주의 등기임원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한진그룹 역시 똑같은 길을 걸었다. 고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과 조원태 회장은 2013년 지주사 체제 전환 이후 꾸준히 한진칼 등기임원을 지내왔다. 하지만 오너일가 지분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탓에 절대적인 지배력 확보에 한계가 뒤따랐다. 외부 세력의 공격을 방어하는 과정에서 조원태 회장 개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책임경영을 실천할 수 밖에 없는 환경이 마련됐다.

한진그룹 지주사 한진칼은 2013년 8월 대한항공에서 인적분할돼 출범한 지 이제 막 8년 가량이 됐다. 이 기간 사내이사진이 수차례 바뀌었지만 정작 구성원 자체에 큰 변화가 있진 않다. 대표이사에도 조양호 전 회장과 조원태 회장, 석태수 사장이 번갈아가며 이름을 올렸다. 대부분 2명, 많게는 3명의 각자대표 체제였다.


예외가 있긴 했다. 출범 첫해 석태수 사장이 대표이사를 맡고 주성균 상무가 사내이사로 활동했다. 오너일가가 이사회에 참여 않던 유일한 시기다. 2016년 허정권 재무관리팀장(전무)이 대표이사에 선임됐다가 1년 만에 물러나기도 했다. 2019년 말 재무총괄(CFO)인 하은용 부사장이 이사회에 합류하며 현재는 사내이사 3인 체제다.

출범 초를 제외하곤 조양호 전 회장과 조원태 회장 두 사람 중 한 명 이상이 늘 대표직을 책임졌다. 2017년 6월 조원태 당시 사장이 일신상의 사유로 대표직을 관뒀을 땐 조양호 전 회장이 자리를 지켰다. 물론 이때도 조 사장의 사내이사 지위는 그대로였다. 2019년 4월 조 전 회장이 별세하자 조원태 회장은 지체 없이 대표 자리에 복귀했다.

지배구조 전문가들은 오너일가의 지주사 등기임원 등재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책임경영을 펼칠 수 있는 토대가 된다는 측면에서다. 총수가 그룹의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는 국내 재계 풍토에서 경영권과 책임의 일원화가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바꿔 말해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오너가 미등기임원으로 경영에 참여하면서 대규모 보수만 챙겨가는 건 책임 회피라는 지적이다. 경영 실패시 미등기임원이라는 사실이 면죄부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다. 그보단 등기임원에 올라 보수 등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책임감 있는 태도를 보이는 게 선진적 지배구조에 걸맞는다는 논리다.

일각에서는 적절한 견제장치만 갖춰져 있다면 오너의 이사회 참여가 되레 이사회 중심 경영이 빠르게 자리잡는 데 보탬이 된다고 보기도 한다. 특정인이 주요 경영사안을 좌우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지만 이사회 내 위원회 설치 등을 결단력 있게 추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통상 오너의 의지에 따라 이사회 선진화 여부가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현재 한진칼은 이사 총원 14명 중 사외이사가 11명으로 비중이 79%에 달한다. 이사회 산하에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와 감사위원회 뿐 아니라 ESG경영위원회와 보상위원회 등 모두 4개의 소위원회를 두고 있다.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 분리를 정관에 명문화해 선진화된 지배구조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는다. 조 회장이 직접 챙긴 결과물이다.

그동안 한진그룹 오너일가는 자발적으로 책임경영에 나서왔다. 하지만 이제는 단순히 자의에 의한 것만은 아니다. 상대적으로 낮은 지분율 탓에 외부로부터 거센 경영권 공격을 받으며 책임경영을 실천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조성됐다. 이사회 뿐 아니라 주요 주주들이 직접 경영진을 견제·감시하고 나선 것이다.

한진칼은 출범 당시 오너일가 등으로 구성된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이 25% 수준에 불과했다. 현재도 30%(조현아 전 부사장 포함)에 채 미치지 못한다. 3월 말 기준 구광모 회장 및 특수관계인이 ㈜LG 지분 45.89%를 갖고 있고 롯데지주 역시 신동빈 회장 및 특수관계인 지분이 42.6%인 것과 대조된다. ㈜GS의 경우 허창수 명예회장 및 특수관계인 지분이 52.14%로 과반을 차지해 '절대적인'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는 수준이다.

빈약한 오너일가 지분율은 외부의 공격에 취약했다. 2018년 말 사모펀드(PEF) 운용사 KCGI가 지분 매집을 시작했을 당시 표적이 된 배경 중 하나로 낮은 지분율이 꼽히기도 했다. 외부세력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 최대주주에 맞먹는 수준의 지분 확보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KCGI가 한진칼 지분을 5% 이상 보유해 첫 공시를 한 2018년 11월14일의 하루 전(13일 종가) 주가는 2만2650원으로 시가총액은 1조3400억원이었다. 오너일가 지분율이 28.95%였다는 점을 반영해 단순계산하면 약 3880억원 투자시 최대주주 등극이 가능했던 걸로 추산된다.

2년간의 경영권 분쟁을 겪으며 눈치를 봐야 하는 견제 주주들이 생겨났다. 아군과 적군 할 것 없이 '유의미한 수준'의 지분을 보유한 주주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오너일가의 지분 총량은 조양호 전 회장의 지분 상속 후에도 달라지지 않았으나 조현아 전 부사장의 이탈로 되레 일부 줄었다.


기본적으로 각을 세웠던 KCGI와 반도건설이 여전히 주요 주주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고 우군 역할을 위해 지분율을 최대치까지 끌어올린 델타항공 역시 신경이 쓰이는 건 마찬가지다.

심지어 작년 말 산업은행도 플레이어로 합류했다. 특히 산은은 조 회장에게 단순한 책임경영 뿐 아니라 실질적인 '성과'를 요구하며 지분 등을 담보로 잡아뒀다. 경영성과가 저조할 경우 교체나 해임을 추진한다고 으름장도 놓았다. 조 회장 입장에선 스스로의 의지 뿐 아니라 외부의 요구에 따라 책임경영에 신경을 쓸 수 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14일 한진칼 주요 주주들과 면담을 하겠다며 일부 압박수위를 높이기도 했다. 조 회장의 리더십 하에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간 합병이 성공적일 걸로 믿지만 유사시 다른 주주가 경영권을 행사하게 될 경우도 대비해야 된다면서다.

이 회장은 "조 회장이 경영권을 잡고 있어 우리가 협의했고 많은 굴레를 씌웠다"면서도 "성과가 나쁘면 아웃된다는 조항이 있으니 유사시 다른 주주들도 똑같은 조건으로 구속해야 한다. 이같은 작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회사에 대한 건전한 감시·감독 위해 모든 주주가 협조해야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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