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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의 '준비된' 리더십 thebell desk

최명용 기자공개 2021-06-18 08:07:43

이 기사는 2021년 06월 17일 07:28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면론이 불거졌다. 가석방이 현실적이란 얘기도 나온다. 사면의 불가피성에 대해 각계각층에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일각에선 사면을 받지 말라는 얘기도 나온다. 1년만 기다리면 형을 모두 마치고 떳떳하게 경영에 복귀할 수 있다. 어쨋든 이 부회장의 경영 복귀는 가시권이다.

경영 복귀 다음으론 '어떤 리더십을 보여줄 것인가'란 질문이 제기된다.

이 부회장은 이렇다할 리더십을 보여줄 기회가 없었다. 2014년 5월 이건희 회장이 급성심근경색으로 쓰러지자 급히 빈 자리를 메워야 했다. 당시엔 이 회장이 건강을 회복하고 복귀할 것이란 기대감이 컸다. 이 부회장은 전면에 나서지 않았다.

카메라 앞에서 고개를 숙이는 장면만 연거푸 연출했다. 메르스 사태가 터졌을 때 대국민 사과를 했다. 정부의 미숙한 대응이 더 컸지만 삼성병원의 감염 확산 사태에 책임지는 모습을 보였다. 당시 만들어진 감염병 매뉴얼이 요즘 코로나 시국에 제 역할을 했다.

5년 뒤인 2020년에도 대국민 사과를 했다. 국정 농단 사건으로 한차례 구속 수감이 된 후였다. 준법감시위원회의 권고 하에 삼성 쇄신안을 발표했다.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고 무노조 경영을 중단한다는 선언이었다. 편법이나 윤리에 어긋나는 일도 하지 않겠다는 다짐도 했다. 결국 다시 구속됐지만 사법 리스크를 '수습'하는 과정이었다.

사실 이 부회장의 리더십은 오랜 기간 동안 준비돼 왔다. 삼성은 이 부회장 승계를 염두에 둔 다양한 작업을 했다. 지분 승계 과정은 이 부회장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는 이미 낙점된 후계자였다.

후계자 교육은 치밀하고 철저했다. 한국(서울대) 일본(게이오기주쿠대) 미국(하버드대)을 오가며 학연을 쌓았고 수 많은 인재들과 네트워크를 쌓았다.

주지하다시피 이 부회장의 글로벌 인맥은 막강하다. 아시아 최고 갑부인 무케시 암바니 인도 릴라이언스인더스트리 회장의 장남 결혼식에 초대 받은 일은 두고두고 화제를 낳았다. 암바니 회장은 재산만 540억달러(약 62조원)에 달하고 1억2500만명의 가입자가 있는 릴라이언스 통신을 거느리고 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나 빌게이츠 MS 창업자, 팀쿡 애플 CEO,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래리 페이지 구글 CEO 등과 꾸준히 만나는 사이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과는 일본과 한국을 오가며 교류한다. 시진핑 중국 총리, 인도 모디 총리, 베트남 총리 등 도 종종 만남은 갖는 사이다.

꾸준히 삼성의 해외 사업장을 돌며 임직원들과 소통했고 주요 의사결정에 깊숙히 관여했다. 이 부회장만큼 삼성을 잘 아는 인물도 드물다. 삼성 안팎의 인사들은 이 부회장이 예리하고 겸손하다고 표현한다.

이 부회장의 리더십에 대해 '아무것도 검증된 것이 없다'는 비판의 소리가 많다. 하지만 아직 검증의 기회를 얻지 못했을 뿐 준비가 덜 된 것은 아니다.

2020년 5월 대국민 사과를 다시 보면 이 부회장이 그리는 미래를 엿볼 수 있다. 당시 이 부회장은 '한차원 더 높게 비약하는 삼성을 꿈꾸고 있다'고 표현했다. 잘하는 부분에 집중하면서 신사업에 도전해 이 사회가 더 윤택해지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를 위한 방법으로 훌륭한 인재를 모셔오고 본인보다 중요한 위치에서 사업을 이끌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많은 재벌 총수들이 사면 복권 뒤 투자를 늘렸고 신사업을 시작했다. 정치적 타협을 위한 방편일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 그룹은 한단계 더 비약했고 성장했다.

이 부회장에게 리더십을 증명할 시간이 오고 있다. 2년여 시간동안 가진 자기 성찰과 고심을 현실로 옮길 시간이 온다. 수감 생활보다 더 외롭고 힘든 싸움이 시작된다. 응원의 목소리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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