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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베이코리아 M&A]신세계 4조+a vs 롯데 2.9조…'엇갈린 베팅' 1조 이상 격차'시너지·자금출혈' 다른 잣대, 오너 영향력 '현금·지분스왑' 구조도 상이

최은진 기자공개 2021-06-17 16:02:42

이 기사는 2021년 06월 17일 11:07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롯데그룹과 신세계그룹이 이베이코리아 딜(Deal)에 베팅한 가격은 무려 1조원 이상 차이가 난다. 신세계그룹은 시장의 예상치에 부합하는 수준을 책정했지만 롯데그룹은 상당한 의지로 드라이브를 걸었던 것과 달리 2조원대 후반 금액을 제시했다. 스스로 '딜던(Deal done)'을 공식화 할 정도로 딜에 대한 의지가 축소됐다는 의미다. 같은 매물을 두고 양사의 가격평가는 왜 이렇게 달랐을까.

이달 초 마감된 이베이코리아 매각 본입찰에 참여한 신세계그룹의 ㈜이마트와 롯데그룹의 롯데쇼핑은 프로그래시브 딜 원칙에 따라 1차 가격안을 제출했다. 롯데그룹은 2조9000억원, 신세계그룹은 4조원 안팎이다. 시장에서 예상하는 이베이코리아 가치는 대략 5조원 정도로 책정했다.

이커머스 플랫폼을 평가하는 기준인 거래금액(GMV)이 쿠팡과 맞먹는 20조원이라는 점에 반영됐다. 1년여 전만해도 2조원 정도가 거론됐지만 쿠팡이 상장대박을 치면서 덩달아 가격대가 부풀어올랐다. 미국 이베이 본사도 5조원 이상은 받아야 한다는 원칙을 내세웠다는 후문이다.

롯데그룹과 신세계그룹은 이커머스를 키워야 할 명분을 갖고 딜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듯 보였다. 롯데쇼핑을 이끄는 강희태 대표이사 부회장과 ㈜이마트와 쓱닷컴의 겸직수장인 강희석 대표이사 사장이 직접 딜을 진두지휘한 자체가 양사가 얼마나 딜에 진정성 있게 임했는 지를 드러낸다.

특히 롯데그룹의 경우 초기 롯데지주가 지휘하다 잠정 중단한 딜을 롯데쇼핑으로 이관하면서까지 의지를 보였다. 롯데온의 부진을 만회할 절호의 기회라는 절실함까지 느껴졌다.

하지만 막상 베팅가격이 오픈되면서 실체가 드러났다. 신세계그룹의 경우 이베이코리아 딜을 검토할 초창기 그룹에 보고한 적정가 3조원보다 1조원 이상 높은 금액을 베팅하며 초지일관 인수의지를 드러냈다. 이베이 본사에서 요구하는 수준까지 올리지 못했지만 대체적으로 시장의 컨센서스와 부합했다. 게다가 프로그래시브 원칙에 따라 추가로 수천억원을 더 얹어 최종적으로 대략 4조원 이상을 제시하면서 끝까지 완주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롯데그룹이 예상과 달리 너무 쉽게 발을 빼면서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지만 신세계그룹은 진정성 있게 딜에 임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강희석 대표가 공식적으로 '진지하게 임하겠다'고 밝힌 공언을 지킨 셈이다.

여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전임 최우정 대표가 쿠팡과 경쟁하지 않는 선에서 이커머스 역량을 점진적으로 키우는 데 집중한 반면 강 대표는 한방에 성과를 낼 수 있는 대안마련에 집중했다. 이어 플랫폼 거래액을 단번에 늘릴 수 있는 인수합병(M&A)을 택했다.

이베이코리아를 비롯해 W컨셉·요기요 등 플랫폼 딜을 지속적으로 들여다 보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현재 쓱닷컴이 M&A 외 이렇다 할 성과가 없는 상황에서 강 대표의 승부수는 몸집 키우기였던 셈이다.

내부적으로 이 같은 전략에 일부 반발하는 분위기도 감지됐지만 강 대표는 공격적인 베팅으로 딜을 성사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 과정에서 정용진 신세계그룹 총괄부회장도 장고했지만 결과적으로 강 대표의 전략과 베팅을 믿고 지지했다.

반면 롯데그룹은 다른 판단을 했다. 일단 강 부회장이 적극적으로 딜에 드라이브를 걸었고 실무를 정경운 롯데쇼핑 헤드쿼터(HQ) 기획전략본부장(상무)가 맡았다. 올 초 영입한 나영호 이커머스부문 대표(부사장)의 경우 컴플라이언스 이슈로 직접적으로 실무를 하진 않고 의견제시를 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강 부회장의 플랫폼 확장에 대한 열정이 위축된 배경에는 몇가지가 있다. 일단 이베이코리아 실사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파악한 실체에 실망했다는 점이다. 이베이코리아가 제공한 정보는 실적 외에 거의 없었다. 이 마저도 올들어 상황이 악화되고 있었다. 플랫폼기업의 밸류에이션이 실적기반이 아니라고 해도 조단위를 베팅할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오픈마켓 1위 지위가 인수 이후까지 이어질 수 있을 지 여부도 불확실하다고 봤다. 오히려 통합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출혈이 발생할 여지가 있다고 평가했다. 굳이 구주에 조단위 베팅을 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 셈이다. 롯데그룹이 패자라는 사실을 자처하면서도 여유를 보이는 이유도 이 같은 판단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밖에 이베이코리아 출신인 나영호 대표를 비롯한 롯데그룹의 고위 경영진들이 인수에 부정적이었다는 점도 의지를 꺾은 배경으로 꼽힌다. 나 대표는 초지일관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부정적이었다.

물론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최종 결정자인 만큼 일련의 부정적 변수들은 충분히 극복 가능했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신 회장이 딜의 방향을 틀면서 3조원에 못미치는 낮은 금액을 써낼 수 밖에 없었다.

신 회장이 가장 우려한 지점은 이베이코리아의 밸류에이션도, 이커머스의 미래도 아니었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인한 실물경기 위축이 핵심이다. 글로벌 경기가 전반적으로 어려워질 것으로 보고 공격적으로 외연을 확장하기 보다 내실에 집중해야 할 때라는 메시지를 던지면서 발을 빼는 수순이 됐다. 3조원 이상 베팅하지 못하게 된 배경도 여기에 있다. 결국 2조9000억원 안팎의 애매한 숫자가 도출됐다.

다만 롯데그룹은 현금 100%를 제안하며 나름의 차별화를 꾀했다. 이베이 본사는 빠른 엑시트를 위해 현금거래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신세계그룹은 네이버와 컨소시엄을 맺는 방식으로 접근했다. 네이버가 자사 주식으로 대략 인수가의 30% 비중으로 납부하고 나머지를 신세계그룹이 현금으로 지급하는 안을 제시했다.

결과적으로 롯데그룹과 신세계그룹은 이커머스사업이라는 절대적인 명분 아래 이베이코리아에 대한 다른 판단을 했다. 이커머스사업을 키우기 위해 이베이코리아가 필요한 건 사실이지만 롯데그룹은 인수 후 발생할 출혈 등 타격이 예상보다 클 것으로 추산한 반면 신세계그룹은 몸집 확대에 더 가중치를 두고 판단했던 셈이다.

일부에서는 최종 의사결정이 누구에게 힘이 실렸느냐에 따라 판단이 갈렸다는 평가도 내놓는다. 오너가 최종 판단한 롯데그룹의 경우 중장기 관점에서 출혈까지 고려한 반면 신세계그룹의 경우 전문경영인의 판단으로 단기 성과에 집중했다는 의견이다.

이커머스업계 관계자는 "롯데그룹이 3조원 이상의 출혈을 감내할 의지가 없었던 건 신동빈 회장 지시 뿐만 아니라 내부적으로 통합 이후 출혈까지 고민한 데 따른 것"이라며 "신세계그룹은 강희석 대표가 적극적으로 드라이브를 걸며 이커머스 덩치를 키우겠다는 강한 의지로 과감한 베팅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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