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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그룹 페이사업 열전]"빅테크엔 없는 결제 데이터로 승부수"⑩임현빈 하나카드 마케팅본부장

손현지 기자공개 2021-06-24 07:49:54

[편집자주]

금융사가 플랫폼 기업의 '상품 제조사'로 전락하는 건 아닐까. 빅테크의 성장에 따라 국내 금융그룹이 안게 된 고민이다. 위기의식을 바탕으로 너도나도 페이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특히 카드사는 간편결제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시너지를 극대화할 방안을 찾느라 분주하다. 쟁쟁한 경쟁자들에 맞서 고객을 사로잡을 묘안을 찾는 게 시급하다. 국내 금융그룹들이 페이사업에 뛰어든 각각의 배경과 차별화 전략을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1년 06월 23일 10:4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하나금융그룹이 새 플랫폼 전략을 하나카드의 '원큐(1Q)페이' 중심으로 강구하고 있다. 빅테크와의 플랫폼 경쟁에서 승기를 잡으려면 앱 트래픽(traffic)수를 늘리는데 효과적인 간편결제(페이) 서비스를 대표얼굴로 내세워야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를 위한 하나 원큐페이 고도화 작업이 한창이다. 하나카드, 하나은행, 하나금융투자 계열사가 주도적으로 탑재 서비스를 고민하고 있으며 나머지 하나생명, 하나캐피탈, 핀크 등 계열사들이 뒤따르고 있다. 하나 원큐페이 서비스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임현빈 마케팅본부장(사진)을 만나 향후 전략에 대해 들어봤다.

◇앱 중심축 이동 '뱅킹간편결제'

하나 원큐페이는 최근 하나금융그룹의 '지급결제통합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준비에 한창이다. 신한금융과 KB금융 등 타 금융그룹 역시 페이앱을 그룹의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임 본부장은 "그룹은 통합 하나원큐 개발 작업에 사활을 걸고 있다"며 "은행, 증권, 카드 계열사가 주축이 돼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으며 생명, 캐피탈, 저축은행 등 나머지 계열사들도 모여 플랫폼 서비스에 대한 토론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룹 차원의 니즈도 있었다. 전체 플랫폼 전략을 놓고 봤을 때 금융서비스 무게중심이 기존 '뱅킹'업무에서 '지급결제'쪽으로 옮겨가고 있다. 결제 서비스는 쇼핑, 게임 등 생활 전반적으로 연관이 많아 플랫폼의 트래픽수를 늘리기에 용이하다. 은행, 증권 업무 조차 디지털화되고 있으며 카드사의 가맹점 모집도 태블릿이나 모바일로 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우선 은행, 증권, 카드 세 계열사가 최근 그룹 공동의 사설인증서를 구축했다. 인증서는 계열간 앱 서비스를 손쉽게 넘나들게 하기 위한 가장 기초적인 준비 수단이다. 인증서로 그룹 앱을 묶고 원큐페이가 대표 앱 역할을 하는 구조다.

하나카드는 올해 마케팅본부 산하에 '디지털플랫폼Tirbe'라는 애자일 조직을 꾸렸다. 이달부터 카드업계에 오픈뱅킹이 도입되면서 하나은행과 하나카드는 오픈API를 활용할 수 있는 협업을 진행 중이다.

◇금융 데이터 활용, 차별화된 마케팅

임 본부장은 빅테크와의 관계를 '방 안에 함께 있는 불편한 사이'라고 비유했다. 카드사와 빅테크는 협업이 불가피하지만 페이 점유율을 늘리기 위한 경쟁도 병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나금융이 주목하는 건 '카드결제 데이터'를 활용한 특화 서비스다. 결제 데이터는 빅테크에게는 없는 금융그룹 만의 무기다. 결제를 통해 고객의 미래 행동을 어느정도 예측할 수 있어서 고객별 맞춤 마케팅을 진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예컨대 30대 여성의 결제기록이 산부인과에서 발생했다면 육아 용품이나 산모용 건강식품 등에 대한 할인 정보를 제공해 또 다른 결제를 유도할 수 있다. 또한 연체율이 높은 고객들을 상대로는 대출상품 등을 추천해줄 수 있다. 쇼핑몰 구매 내역까지 파악하긴 어렵지만 고객의 성향이나 수요를 예측하기에 유용하다.

하나카드 디지털플랫폼Tribe는 결제 데이터 활용을 위해 빅데이터팀과 긴밀히 협렵 중이다. 데이터 분석도구인 구글애널리틱스(GA) 등을 사용해 데이터를 추출한 뒤 마케팅에 접목하고 있다. 마이데이터사업도 오는 8월 4일 서비스 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계열사간 데이터 공유도 검토하고 있다. 은행이나 증권 등 타 계열사 데이터를 받아오려면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내부 조율 중이다. 또한 전통적인 금융사들이 지닌 라이선스 관련 사업 위주로 서비스를 구상하고 있다. 은행의 대출, 펀드 등 연계상품과의 연계상품을 발굴하는 식이다.

하나금융그룹이 페이사업으로 어떠한 수익을 창출하려는 건 아니다. 궁극적으로는 카드 매출을 끌어올리기 위한 '보조'적인 수단으로 여기고 있다. 다만 경쟁력 확보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건 채널의 '자주성'을 확보해서다. 삼성페이나 네이버페이 등 시장을 일찍 선점한 페이 사업자들에게 종속되지 않겠다는 의지다.

만일 금융지주가 손을 놓고 있는다면 향후 페이시장의 '독과점' 체제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만일 수수료를 받기 시작하면 문제는 더욱 커진다. 실제로 미국의 애플페이가 제휴 은행들에게 수수료를 받고 있다.

임 본부장은 "페이 비즈니스에 있어서 신규고객 유입의 목적보다는 기존 자사 고객에게 더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의도가 더 크다"며 "빅테크나 전자기기 사업자들에겐 없는 전문 금융서비스에서 해답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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