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1년 07월 16일 07:3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은둔'이라는 수식어는 장덕수 DS자산운용 회장에게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다. 언젠가부터 장 회장이 미디어에서 조명 받을 때마다 은둔의 고수라는 별칭이 붙는다. 하지만 언론과 기자에게 친근하게 다가서지 않을 뿐 누구보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데 정력을 쏟는다.오랫동안 지근거리에서 있는 한 인사에게 장 회장이 일선 직원보다 두 배나 노력하는 이유를 물었다. 월급쟁이로서는 언감생심인 부를 쌓은 그가 현업에서 여전히 사력을 다하는 에너지의 근원이 궁금했다. 최측근인 인사도 그 원동력이 의문이라는 듯이 답했다. "일단 두 배가 아니라 네 배죠."
투자자문사를 세운 후 국내 1위 전문 사모(헤지펀드) 자산운용사로 길러 냈다. 이제 고단한 걸음을 멈추고 잠시 숨을 돌릴 만도 하다. 하지만 기어코 새로운 길을 찾아냈다. 증권사 오너라는 결코 평탄치 않은 길가로 다시 발걸음을 돌렸다. 금융 당국의 대주주 승인이 떨어지면 장 회장은 DS증권을 품에 안는다.
장 회장의 행보를 단지 돈에 대한 남다른 열정으로 보는 건 지극히 단순한 접근법이다. 흔히 헤지펀드를 탐욕의 산물로 여긴다. 기회만 보이면 덤벼드는 잔혹한 투자 성향, 투기의 상징과 같은 과도한 레버리지, 태생 자체가 사모 구조인 비밀주의 등이 거부감을 일으킨다. 한국형 헤지펀드 대부에게도 질시에 따른 프레임이 씌워질 수 있다.
하지만 부만 쫓는 탐심이 그가 가진 추동력의 모두라는 데 동의하기 어렵다. 돈의 효용 가치를 누리는 게 전부인 인생이라면 수천억원 대 자산을 쥔 마당에 굳이 전쟁터에 남아 있을 이유가 없다. 제로섬이 기본 원칙인 살벌한 정글에서 하루하루 가슴을 졸여야 하는 까닭이 선뜻 떠오르지 않는다. 아무래도 셈이 맞지 않는다.
그보다 새로움과 완전성을 향한 유별난 집념으로 이해하는 게 더 수긍이 간다. 시장에서는 장 회장을 거부로 만든 몇몇 바이오 딜의 이름만 기억한다. 하지만 그가 늦은 나이 느닷없이 생명공학 공부에 나섰고 서울대학교 바이오 최고경영자과정을 밟은 건 거론되지 않는다. 주변 만류에도 직접 뛰어들어 수십차례 투자 실패를 맛보는 위험을 감수했다.
곰곰이 짚어보면 헤지펀드의 성공 방정식도 결국 일반 기업과 다를 게 없다. 동물적 본능에 기반한 기업가정신이 핵심이다. 적자만 살아남는 생존 법칙 아래 밤새워 투자 기회를 찾고 살이 베이는 위험을 감내하며 투자 방식과 조직을 끊임없이 혁신시킨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헤지펀드 하우스의 일상은 고달프다. 날마다 성패의 희비가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그 대신 도전이 결실로 바뀔 때의 정신적 절정감, 리스크를 함께 지는 동료와의 강한 유대감이 주어진다. 장 회장은 기업가정신이 부여하는 또 다른 보상을 찾아 발길을 재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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