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용사-신기술조합 CoGP 시대]'반토막' 운용보수 불구 소싱 네트워크 유지 '절실'②펀드 비히클 의존시 소싱 채널 훼손 우려…고객 상품공급 지속 필요
이민호 기자공개 2021-07-28 12:47:31
[편집자주]
전문사모운용사들의 신기술사업투자조합 공동운용(Co-GP)이 자산운용업계의 새로운 흐름으로 자리잡고 있다. 옵티머스펀드 사태 이후 딜을 소싱해도 판매사와 수탁사의 업무 위축으로 펀드를 설정할 수 없었던 운용사들이 새로운 비히클로 고개를 돌린 것이다. 운용보수와 성과보수를 신기술사업금융회사와 나눠가지는 등 펀드 단독운용보다 수익성이 감소하는 문제가 있지만 상품 공급과 소싱 네트워크 유지가 급선무라는 판단에서 이뤄지고 있는 변화다. 더벨이 신기술조합 공동운용의 배경과 현황, 장단점 등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7월 26일 07:4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운용보수와 성과보수를 절반만 확보함에도 불구하고 전문사모운용사가 신기술사업투자조합 공동운용(Co-GP)에 나서는 이유는 생명줄인 소싱 네트워크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소싱 네트워크가 훼손되면 펀드 판매사와 수탁사의 업무 정상화 때도 딜이 없어 펀드를 설정하지 못할 우려가 있다.◇신기술조합 보수 체계·수준 펀드와 유사…공동운용시 절반씩 배분
신기술조합의 보수 체계는 전문사모펀드와 유사하다. 투자자가 기본적으로 부담하는 운용보수를 낮게 잡는 대신 일정 수익률을 초과하는 수익에 대해 성과보수를 높게 매기는 방식이다. 보수 수준도 거의 같다. 투자자산 유형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대략적으로 운용보수는 1~1.5%, 성과보수는 일정 내부수익률(IRR)을 초과한 수익에 대해 20% 정도를 각각 매긴다.
신기술조합의 보수 수준이 전문사모펀드와 비슷한 데는 투자 비히클간 경계가 무너지고 있는 측면이 가장 크지만 신기술금융투자회사가 대거 시장에 진입하면서 딜 소싱 경쟁이 과열된 점도 한몫 했다. 여기에는 금융위원회가 2016년 신기사의 설립 자본금 요건을 기존 20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낮추면서 증권사의 신기술사업금융업 겸업도 허용한 것이 주효했다. 현재 신기사는 63곳이며 신기술금융업을 겸업하는 증권사는 22곳이다.
특히 발행주관 시장에서의 경쟁이 심화되며 수수료 수입이 하락한 증권사들에게 신기술조합은 새로운 수익원이 되고 있다. 올해 들어서도 삼성증권과 흥국증권이 신기술금융 업무를 새로 등록했다. 증권사로서는 발행주관한 자산을 신기술조합 비히클과 연계해 투자하면서 운용보수를 별도로 수취할 수 있는 점이 최대 메리트다. 증권사 2곳이 신기술조합 공동운용에 나서는 경우도 있다. 한양증권과 메리츠증권이 지난달 공동으로 신기술조합을 결성해 코스닥 상장사 머큐리가 발행한 150억원 규모 전환사채(CB) 전량을 인수한 것이 대표적이다.
다만 전문사모운용사로서는 신기술조합 공동운용이 펀드 단독운용보다 수익성이 떨어진다. 딜 소싱이나 조합원 모집 실적에 따라 소폭 차이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운용보수를 신기사와 절반씩 나눠가진다. 성과보수도 매수자를 확보하는 등 엑시트에 기여한 쪽이 좀 더 가져가지만 관행적으로 비히클을 제공한 신기사가 7대 3이나 6대 4로 더 많이 챙겨간다.
◇딜 소싱 네트워크 유지 우선…신기사도 수익원 추가 확보 ‘윈윈’
비교적 낮은 수익 기여도에도 운용사들이 신기술조합 공동운용에 뛰어드는 데는 소싱 네트워크를 유지하려는 이유가 크다. 라임펀드와 옵티머스펀드 사태를 계기로 판매사와 수탁사가 몸을 크게 움츠리며 특히 비상장 자산과 메자닌에 투자하는 신규펀드의 설정 자체가 대부분 불가능한 상황이다. 반면 기업들의 자금조달 수요는 여전히 열려있어 운용사에도 딜 제안이 꾸준히 들어오고 있다.
전문사모펀드 비히클 이용이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제안이 들어오는 딜을 계속 거절하면 소싱 네트워크가 끊길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추후 판매 및 수탁 채널이 정상화됐을 때도 딜을 확보하지 못해 펀드를 설정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소싱 경쟁이 치열한 만큼 손상된 네트워크를 회복하는 데 또 시간이 소요된다.
운용사가 확보하고 있는 고객들에게 투자상품을 꾸준히 공급할 필요도 있다. 특히 일반법인 고객들은 일임뿐 아니라 펀드로도 활발히 출자한다. 특히 이들 사이에서는 최근 수년간 채권 수익률보다 플러스 알파를 추구할 수 있는 비상장 자산 또는 메자닌에 대한 투자수요가 증가해왔다.
이 때문에 운용사들은 기존에 클럽딜로 인연을 맺었던 신기사나 증권사와 우선적으로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 최근에야 신기술조합 공동운용을 처음 시도한 운용사들은 조합원 모집 창구를 별도로 열지 않고 기존 일임고객만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아예 딜을 신기사에 넘기고 운용사는 신기술조합의 자문 형식으로만 참여하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 5000만~1억원 수준의 자문수수료 수익을 확정하게 된다. 신기사로서도 운용사가 딜을 가져오면 조성된 자금의 미집행분을 투자할 기회가 생긴다는 측면에서 꺼릴 게 없는 선택지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신기술조합 공동운용은 딜의 안정성을 함께 점검하고 엑시트할 때도 협력할 수 있는 등 긍정적인 부분이 많다”며 “운용보수가 절반 수준으로 낮더라도 수익원을 확보하려는 시도를 지속해야 시장 상황이 호전됐을 때 소싱 네트워크가 건재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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