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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엔솔과 5대5 합작투자, '주도권'은 현대차그룹? 동남아 첫 배터리셀 공장, 각자 5.5억 달러 투입…배터리 내재화 이슈 '미묘'

유수진 기자공개 2021-08-02 09:37:34

이 기사는 2021년 07월 29일 14:13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자동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이 인도네시아에 배터리셀 공장을 세우기로 하면서 합작비율이 주목받고 있다. 양측은 합작공장 지분을 50%씩 보유해 10여년간 이어온 협력관계를 더욱 단단히 다지기로 했다.

이를 두고 사실상 현대차가 주도권을 가질 거란 해석이 나온다. 똑같은 금액의 투자금을 집어넣지만 양사의 관계나 배터리 내재화를 추진하고 있는 현대차의 행보가 영향을 미칠 거란 얘기다. 그간 현대차는 배터리 내재화 관련 국내외 배터리사들과 협업하겠다면서도 주도권을 내주지 않을 거란 입장을 확고히 밝혀왔다.

현대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은 28일 인도네시아 카라왕 지역에 연산 10GWh 규모의 배터리셀 공장을 설립한다는 내용의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국내 대표 완성차그룹과 배터리기업이 의기투합해 해외에 합작법인을 세우는 첫 사례다.

공장 설립에 약 11억 달러(한화 1조1700억원)를 투자하기로 합의했다. 각자 5억5000만 달러를 투입하고 지분도 50%씩 나눠 갖는다. 지분율을 놓고 봤을 때 어느 한쪽에 주도권이 있는게 아닌 양사의 동등한 투자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하지만 미묘한 차이가 감지된다. 현대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은 이날 해당 내용이 담긴 보도자료를 같은 시각에 배포했다. 통상 복수의 기업이 공동투자를 진행할 경우 각사는 자사의 이름을 주어로 내세워 자료를 낸다. 하지만 이날 양측에서 나온 자료는 100% 똑같았다. LG에너지솔루션이 자사가 아닌 현대차 이름을 앞세웠다.

사실 배터리 사업 자체만 놓고 봤을 땐 LG에너지솔루션이 현대차그룹보다 기술력 등에서 앞선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수십년 간 연구개발에 힘써왔고 현대차·기아를 포함해 수많은 글로벌 완성차 업체에 납품하고 있는 리딩 기업이기 때문이다. 이번 인도네시아 공장 역시 LG에너지솔루션 입장에선 한국과 미국, 중국, 폴란드에 이은 다섯번째 생산기지다.

LG에너지솔루션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생산기지. <출처:LG에너지솔루션>

그러나 이 같은 점을 전혀 내세우지 않았다. 합작공장을 통해 현대차그룹의 전용 전기차에 안정적으로 배터리를 공급하겠다고만 밝혔다. 주요 고객사인 현대차그룹의 입장을 고려하는 동시에 최근 현대차가 속도를 내고 있는 배터리 내재화를 의식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번 합작사 출범은 현대차의 배터리 개발에 의미있는 발걸음이 될 가능성이 높다.

연초 현대차는 리튬이온 배터리와 전고체 배터리 기술 내재화를 목표로 개발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현대차의 '배터리 독립' 선언은 LG에너지솔루션·SK이노베이션 등 국내 배터리 3사를 모두 긴장시켰다. 주요 고객사의 이탈이자 새로운 경쟁자의 등장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특히 현대차는 배터리 내재화 과정에서 국내외 업체들과 협업하겠지만 주도권을 놓을 마음이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단기간엔 어렵겠지만 중장기적으로 자체 생산이 가능한 역량을 기르겠다는 의미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합작법인을 세웠다. LG에너지솔루션은 현대차와 가능한 오래 협력관계를 이어가는 게 최선의 선택일 수 있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양측 협의 하에 자료를 동일하게 내기로 한 것"이라며 "별다른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앞서 현대모비스와 LG에너지솔루션이 HL그린파워 합작을 종료하자 양사 관계에 문제가 생긴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HL그린파워는 이들이 지난 2010년 1월 함께 투자해 설립한 배터리팩 제조사다. 지난 10여년간 현대차그룹과 LG그룹간 협력의 상징으로 꼽혀왔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달 보유하고 있던 HL그린파워 지분 전량(49%·284만2000주)를 현대모비스에 넘겼다. 전기차 배터리 제조가 주력사업인데다 재무여력도 충분해 급히 유동성 마련에 나설 이유가 없는 상황이었다. 심지어 매각대금(285억원) 자체도 얼마 되지 않는다.

당시 자동차업계에서는 현대차의 배터리 내재화와 코나EV 리콜 비용 분담률 등이 합작 해소의 원인이라는 얘기가 돌았다. 이같은 이슈를 겪으며 양사가 데면데면해졌다는 의미다. 실제로 코나 EV 리콜 당시 비밀에 부치기로 합의한 비용 분담률이 비공식적으로 새어나오며 관계가 삐걱거리기도 했다.

합작공장이 자리잡을 카라왕 산업단지 및 인근 인프라 현황. <출처:현대차그룹>

이번 합작공장은 동남아시아에 지어지는 첫번째 전기차 배터리 공장이다. 이전까지는 아무도 동남아에 배터리 공장을 세울 생각을 하지 않았다. 위치를 인도네시아 카라왕으로 정한 데에는 인근에 현대차 완성차 공장이 있다는 점이 중요하게 작용했다. 자동차 부품사들은 유통비용 등을 고려해 완성차 공장 인근에 공장을 짓는 경우가 흔하다.

사실상 해당 공장을 기반으로 아세안 시장 공략에 나설 걸로 예상할 수 있다. 여기서 생산되는 배터리셀은 2024년 생산되는 현대차와 기아의 전용전기차를 비롯해 다양한 전기차에 탑재될 예정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인도네시아 완성차 공장에서 전기차를 생산할 지 여부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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