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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잠재매물 SK루브리컨츠, 프리IPO 완료 IMM 크레딧펀드, 조단위 딜로 산뜻한 출발

한희연 기자공개 2021-08-02 07:56:16

이 기사는 2021년 07월 30일 14:0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이노베이션의 SK루브리컨츠 소수지분 매각 작업이 8년여만에 결실을 맺었다. 숱한 기업공개(IPO)와 경영권 매각 시도에도 번번히 결론을 맺지 못했으나 지난해 전열을 가다듬고 시도했던 프리IPO를 통해 지분 40%를 새 주인에 넘겼다.

국내외 전략적투자자(SI)와 재무적투자자(FI)가 지분 인수를 두고 각축전을 벌인 가운데 IMM크레딧솔루션(ICS)이 최종 주인으로 낙점됐다. ICS는 IMM프라이빗에쿼티(PE)가 크레딧 투자 부문을 위해 새로 설립한 곳이다. 설립후 첫 딜에서 조단위 프리IPO에 참여하며 업계 내 확실한 눈도장을 찍게 됐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날 SK이노베이션은 SK루브리컨츠 지분 40%를 ICS에 넘기는 딜을 최종 마무리한다. 지분 40%를 총 1조1195억원에 매각하며, 이날 잔금납입을 끝으로 거래가 최종 완료됐다. 지난 4월 28일 양측의 주식매매계약(SPA) 체결 이후 석달만이다. 양측이 이번 거래를 위해 책정한 SK루브리컨츠의 기업가치는 3조3000억원 가량으로 알려졌다.

◇ 8년간 IPO·매각 시도 다수…2020년 전열 가다듬고 프리IPO 착수

SK이노베이션이 SK루브리컨츠 지분 활용법을 고민하기 시작한 건 8년여 전부터다. 2013년 SK이노베이션은 SK루브리컨츠 IPO를 추진했지만 SK그룹은 상장 추진 도중 실적 부진을 이유로 일정을 연기했다. 2015년 SK이노베이션은 연초부터 거래소와 의견을 조율하며 상장을 추진하면서 동시에 프라이빗하게 MBK파트너스와 협상을 해 왔다.

MBK와의 협상은 경영권 매각을 두고 진행됐다. 양측은 몇달간 협상을 지속했으나 2015년5월 SK그룹이 돌연 지분 매매협상 중단을 공식화하며 딜은 깨졌다. 딜 무산은 SK루브리컨츠 지분매각을 두고 SK그룹내 이견이 격돌하며 야기됐다. 빠르게 자금조달을 하기 위해 SK루브리컨츠 매각을 시도했으나 내부의견이 채 조율되지 못한 상태로 딜이 추진돼 반대도 만만치 않았다. MBK와의 협상에서 가격갭이 좁혀지지 못하자 그룹 내부 매각 반대의견에 힘이 실리며 딜은 좌초됐다. 이후 같은해 7월에도 밸류에이션 저평가를 이유로 거래소 예비심사 도중 상장작업도 철회했다.

2017년에도 또 한번 IPO에 도전했다. 하지만 2018년 4월 수요예측 과정에서 기대 이하의 기관수요가 들어오자 결국 스스로 상장철회 신고서를 제출했다. 알려진 것은 여기까지였으나 이후에도 SK루브리컨츠 지분을 둘러싼 딜 시도는 계속 이뤄졌다. SK루브리컨츠는 윤활기유 시장에서 세계 1위인 알짜 회사인데다 특히 프리미엄 기유 시장에서 탄탄한 지위를 점하고 있다. 투자목적이든 사업제휴 목적이든 SK루브리컨츠에 관심을 보이는 수요가 많았고, 입질은 계속됐다.

2019년에는 미국 엑손모빌에 소수지분을 매각하는 협상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 딜은 엑손모빌 측의 선 제안으로 시작됐다. 양사의 기대 시너지가 상당한 상황에서 협상은 순조롭게 진행됐지만 조건에 대한 이견을 극복하지 못하고 딜은 없던 일이 됐다. 이밖에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의 지분인수 타진도 있었다. CPPIB는 SK루브리컨츠 소수지분에 관심을 두고 접근했으나 역시 밸류에이션 갭이 상당해 성사되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SK그룹은 2020년 중순 공개입찰을 통한 프리IPO 딜을 시작했다. SK그룹을 둘러싼 여러 환경 등은 이전과는 달라졌다. SK루브리컨츠는 여전히 알짜기업이지만 SK이노베이션의 자금확보 필요성은 더 커졌고, ESG 경영철학이 강조되는 분위기 등을 감안하면 이번엔 결론을 내야만 환경이 펼쳐졌다.


◇ 반년넘게 진행된 딜 과정…SK와의 딜 기회, SI·FI 각축

프리IPO를 위해 SK그룹은 2020년 중순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했다. 50% 미만의 소수지분 매각이라는 큰 틀을 설정한 채 매각대상 지분이나 구조, 향후 협업방식 등은 원매자들이 자유로이 제안토록 해뒀다.

9월 티저레터 배포를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시장 태핑을 시작한 매각측은 11월 들어 투자설명서(IM) 등을 배포하며 원매자군을 구체화했다. 11월말 진행된 예비입찰엔 6~7곳의 원매자가 인수의향을 내비치며 흥행에 성공했다. 국내외 SI와 FI가 다수 관심을 보였던 상황에서 한달뒤인 12월 말 매각측은 이중 ICS, 아폴로매니지먼트, 한국투자파트너스, 이네오스 등 4곳을 숏리스트로 추려 본격적인 협상에 돌입했다.

특히 이번 딜은 일반적인 M&A 딜 과정과는 다소 다른 양상으로 진행됐다. 실사 단계에서부터 후보들과의 SPA 협상에 준하는 개별 협상을 진행해 왔다. 통상적으론 숏리스트 선정후 5~6주간의 실사과정을 거쳐 본입찰을 진행한다. 본입찰에 낸 제안 수준을 평가해 우협을 선정하면 그 이후 구체적 협상을 거쳐 SPA를 체결한다. 하지만 이번 딜의 경우 개별 후보들은 이미 숏리스트 선정 때부터 매각측과 가격을 비롯한 주요 조건 협의를 강도높게 진행했다.

매각대상 지분율과 조건 등을 후보들이 각각 다르게 제시했기 때문에 고려해야 할 변수가 많았다. 2021년 3월 중순 바인딩오퍼를 제시하는 본입찰 격의 조건 제안 단계가 있었으나, 이미 이전부터 상당히 세밀한 부분까지 개별협상을 주고 받아왔다. 모든 원매자들이 상당한 인수의지를 갖고 마지막까지 협상에 임하고 있던 상황에서 4월들어 유력 후보군에 대한 전망이 하나둘 나오기 시작했다.

ICS는 이미 이때부터 가장 강력한 원매자로 주목받았다. 딜에 임하는 적극성과 IMM PE가 그간 진행한 주요 소수지분 투자 트랙레코드, 목표수익률이 바이아웃 대비 낮은 크레딧 펀드의 성격 등을 감안하면 상당히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경쟁자들 또한 만만치 않았다. 실제로 우협 선정을 건너뛰고 본계약을 체결하기 직전 주까지도 막판 협상으로 치열한 줄다리기가 진행됐다고 알려졌다. ICS가 유력하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도 경쟁자들 역시 매각측에 새로운 조건들을 계속 제시하며 판세를 뒤집기 위해 마지막까지 기회를 노렸다.

ICS와 함께 다크호스로 거론됐던 곳이 유일한 SI인 이네오스다. 이네오스는 신일본석유를 전신으로 하는 회사로, 2010년부터 울산에 SK루브리컨츠와의 합작법인을 세워 윤활기유를 생산하고 있다. 이네오스는 SK루브리컨츠와 오랜기간 파트너관계를 유지해 온 데다 SI로서 앞으로 다양한 협력 방안을 세울 수 있다는 점에서 마지막까지 경합한 경쟁자로 꼽혔다.

마지막까지 딜을 완주했던 아폴로PE와 한투파 등 FI들은 이번 딜이 SK그룹의 딜이라는 점에도 주목한 것으로 보인다. SK그룹은 미래먹거리 확보와 사업재편 등에 있어 F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기업이다. 향후 다양한 딜 기회를 위한 포석이라는 의미에서도 FI들은 이번 딜에 상당히 공격적으로 임했다는 평가다.

◇ 새로 출항하는 ICS, 조단위 딜로 스타트 끊으며 산뜻한 출발

ICS는 치열한 경합 와중에서도 다른 후보들 대비 유연한 회수조건과 높은 자금모집 능력을 앞세워 딜 확실성(Deal Certainty) 측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경쟁자들의 희망 매입 지분율과 가격도 ICS가 제시한 것과 비슷했으나 세부 조건 등에서 승패가 갈렸다는 후문이다.

ICS는 현금창출력이 좋은 SK루브리컨츠의 사업특성을 감안해 배당 수익을 극대화해 투자금을 회수하는 엑시트 구조를 짰다. IPO 성사와 관계없이 안정적으로 일정 수익을 거둘 수 있는 하방안정성(다운사이드 프로텍션)을 택한 셈이다.

매력적인 조건 제시로 결국 조 단위 딜을 차지한 ICS에게 이번딜은 특히 남다른 의미를 가진다. SK루브리컨츠는 새로 출항하는 ICS의 첫 딜이기 때문이다.

IMM PE는 2020년 ICS라는 자회사를 만들면서 사모크레딧펀드 시장에 뛰어들었다. 바이아웃(Buy-Out) 펀드에서 벗어나 투자 전략 다변화를 위해 외연을 확장하려는 의도였다. ICS는 소수지분이나 전환사채(CB), 상환전환우선주(RCPS) 등에 투자해 중위험·중수익을 추구하는 펀드다. 주로 대기업과 우호적인 파트너십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투자전략을 구사한다.

지난해 첫 설립 이후 첫 딜로 조 단위 규모의 SK루브리컨츠를 성사시키면서 ICS 입장에서는 산뜻한 출발을 하게 된 셈이다. 특히 SK라는 굴지의 대기업과의 거래를 첫딜로 삼으며 의미있는 트랙레코드를 세우게 됐다.

ICS는 출범한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자체 블라인드펀드가 없다. 따라서 이번 SK루브리컨츠 투자는 프로젝트펀드를 통해 투자된다. 총 투자금액의 절반 가량인 5500억원 정도는 인수금융으로 조달했다. IMM PE의 앵커 LP로서 오랜 인연을 맺어온 신한은행이 하나금융투자와 함께 인수금융 주선을 맡았다.

프로젝트펀드 조성을 위해 ICS는 지난 석달간 국내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강도높은 마케팅을 진행했다. 기관투자가들은 안정적인 배당수익이 기대되는 이번 투자처에 긍정적인 시각을 보냈고 펀딩은 성공리에 마무리됐다. 새마을금고, 군인공제회, 농협중앙회, 신협중앙회 등이 출자자로 참여했다고 알려졌다.

SK루브리컨츠 프리IPO와 관련 매각측 금융자문은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이, 회계자문은 삼정KPMG가, 법률자문은 법무법인 광장이 진행했다. IMM 쪽의 경우 회계자문을 삼정KPMG가, 법률자문은 김앤장이 담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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