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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변의 퇴직연금 시장]중소기업 '기금형 퇴직연금' 전면도입, OCIO 역할 커진다③퇴직연금 랩어카운트 운용 자격 논란도…"기존 제도 보완해야" 목소리

이돈섭 기자공개 2021-08-04 13:22:00

[편집자주]

퇴직연금 시장이 격변을 예고하고 있다. 자동적으로 포트폴리오가 구성되는 디폴트옵션(사정지정운용) 제도 도입이 가시화하고 있다. 내년 상반기에는 확정급여(DB)형 제도를 도입한 상시 근로자 300인 이상 기업은 적립금 운용위원회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관련 제도들이 시장에 가지고 올 변화와 현재 논의되고 있는 상황을 분석해 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8월 02일 16:52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퇴직연금 시장은 제도가 전부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제도 도입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뜻이다.

내년 퇴직연금 시장에는 확정급여형(DB) 운용위원회 설치 의무 외에도 중소기업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가 전면 도입된다. 관계자들은 새로운 제도 도입도 중요하지만, 기존의 불완전한 제도를 손보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말한다.

◇ 중소기업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 전격 도입

디폴트옵션 제도 도입과 함께 시장에서 꾸준히 논의된 제도로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가 꼽힌다. 해당 제도의 골자는 사용자가 외부 수탁법인을 설치한 뒤 해당 수탁법인과 계약의 방법으로 신탁을 설정해 적립금을 운용하게 하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은 지난해 8월 이 같은 내용의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 도입 법안은 과거 국회에서도 꾸준히 제기됐지만 이렇다할 진척 없이 흐지부지돼 자동 폐기됐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은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가 도입되면 사용자와 근로자의 직접 운용 부담감이 작아지고, 규모의 경제를 확보할 수 있어 퇴직연금 적립금 운용 수익률 확보가 보다 용이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국회에서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가 도입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지만, 금융투자업계는 언젠가 반드시 통과될 제도로 보고 사업 역량을 키우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외부위탁운용관리(OCIO) 사업이다. 기금 운용 성격에 맞춰 맞춤 상품을 제시한다는 취지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OCIO 사업을 고도화시켜 시장에 대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경제단체는 제도 도입에 반대 의견을 내기도 한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 자체가 높은 수익률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며, 원금 손실에 대한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 노사 간 갈등을 촉발해 결국 사용자에 기금운용 책임을 전가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 도입에 반대 의견을 발표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올해 3월 상시근로자 30인 이하 중소 영세 사업장에 한해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를 도입하는 법안이 통과돼 업계의 눈길을 끌었다. 퇴직연금 사각지대로 여겨지던 중소 사업자 근로자 퇴직연금 수급권을 높이기 위한 조치로, 관련업계 관계자들은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의 축소판이 도입됐다는 데 의미가 있다는 데 입을 모았다.

이른바 '중소기업 퇴직연금 기금제도'로 불리는 해당 제도의 골자는 근로복지공단에 기금제도 운영위원회를 설치하고, 중소기업 퇴직연금 적립금을 모아 조성한 기금의 운용 제반 사항을 심의·의결하게 하는 것이다. 중소기업 퇴직연금 기금제도를 설정하려는 사용자는 근로자 대표의 동의 혹은 의견을 들어 근로복지공단과 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

근로복지공단과 계약을 체결한 사업자는 매년 1회 이상 정기적으로 가입자 연간 임금총액의 12분의 1 이상에 해당하는 부담금을 가입자 계정에 납입해야 한다. 근로복지공단은 내년 4월 제도가 전격 시행되면 향후 6년 이내 국내 70만개 중소기업이 중소기업 해당 제도에 가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정부는 제도의 조기 안착을 위해 관계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합동추진단을 구성, 내년 제도 본격 시행 전까지 세부 정책을 논의한다는 설명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중소기업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가 시장에서 자리를 잡고 성과를 내기 시작하면 전 업권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 논의도 본격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기존 퇴직연금 제도 허점 보완에도 관심을"

시장에서는 기존 제도 허점 보완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미래에셋증권은 2009년 퇴직연금 랩어카운트를 출시해 현재까지 운용하고 있다. 글로벌자산배분 전략을 내건 해당 상품의 운용규모는 1조3000억원 수준. 국내에서 유일한 퇴직연금 랩어카운트다. 다른 사업자들은 출시하고 싶어도 현행법상 근거가 없어 출시할 수 없다.

현행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은 퇴직연금 적립금 자산관리 계약은 보험계약이나 신탁계약일 것을 명시하면서, 신탁계약은 특정금전신탁으로 한정했다. 위탁자가 신탁재산 운용방식을 구체적으로 지정하고, 퇴직연금 사업자는 그에 따라서만 자금을 운용할 수 있다는 것. 어떤 펀드에 어떻게 투자하라는 명확한 투자자 지시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랩어카운트는 투자자의 직접적 운용지시가 없어도 미리 파악한 투자자 투자성향에 맞춰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증권사가 직접 투자를 이행하는 '투자일임' 상품이다. 현행법대로라면 미래에셋증권은 해당 랩어카운트를 운용할 수 없지만, 2014년 현행법이 마련되기 전부터 해당 상품을 운용해 온 것이 예외로 받아들여졌다.

소급입법금지 원칙에 따른 결과이지만 일각에서는 미래에셋증권이 특혜를 누린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퇴직연금 시장이 꾸준히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되는 식의 규제는 불공평하다는 것. "규제가 발표되기 전부터 상품을 운용한 사실이 퇴직연금 랩어카운트 시장을 독점하는 근거가 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에서 적합한 유권해석을 받은 뒤 그에 근거해 출시, 운용하고 있는 상품"이라며 "당시 여러 퇴직연금 사업자들이 퇴직연금 랩어카운트를 출시했다가 제각각 이유로 운용을 그만뒀을 뿐인데, 최근 퇴직연금 시장이 주목받으면서 투자일임 상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올해 1월 더불어민주당 안호영 의원이 대표 발의한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일부개정법률안은 퇴직연금 확정급여(DB)형에 한해 투자일임 계약 체결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해당 개정안이 통과되면 'DB형 맞춤 랩어카운트' 출시 근거가 생기지만, 개정안이 디폴트옵션 제도 도입안을 담고 있어 처리 여부가 불투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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