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O 워치/코오롱인더스트리]윤광복의 '선택과 집중', 코오롱머티를 포기하는 이유원사 이어 원단사업도 영업 중단, 고사 전략...영업이익 의존도 높은 아라미드 '힘 싣기'
박상희 기자공개 2021-08-05 08:11:06
이 기사는 2021년 08월 04일 14:1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코오롱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코오롱인더스트리의 '선택과 집중' 전략이 눈에 띈다. 최근 아라미드 생산 라인 증설 계획을 밝힌 코오롱인더스트리는 투자 자금 마련을 위해 자회사인 코오롱머티리얼의 영속성을 포기했다. 코오롱머티리얼은 2019년 원사 사업부문에 이어 최근 원단사업마저 영업 중단을 결정했다. 사실상 빈껍데기만 남는 셈이다.코오롱인더스트리의 재무를 책임지고 있는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윤광복 부사장이다. 아라미드를 포함한 산업자재부문은 코오롱인더스트리 전체 영업이익의 40~50%를 책임진다. 반면 코오롱머티리얼이 속한 기타부문의 매출 기여도는 4% 미만, 영업이익 기여도는 1%대다. 수익성을 끌어올려야 하는 CFO 입장에선 아라미드 사업에 힘을 실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윤 부사장은 코오롱머티리얼의 주요 사업을 매각하는 등 사실상 고사 전략에 돌입했다. 주주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해 코오롱인더스트리와의 주식 교환을 통해 코오롱머티리얼을 완전 자회사로 만들기로 했다. 공개매수 절차를 생략하면서 추가적인 비용을 최소화 하는 전략을 썼다.
◇코오롱머티리얼, 매출 기여도 4% 미만...기업 영속성 포기
코오롱머티리얼은 오는 9월14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 원단사업 중단의 건 △ 주식의 포괄적 교환 승인의 건 등 2개 안건을 결의한다. 코오롱머티리얼의 최대주주는 코오롱인더스트리로 78.1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주총 결의는 무난하게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코오롱머티리얼의 존재감은 미미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연결대상 주요 종속회사)가 영위 중인 사업부문은 산업자재, 화학소재, 필름·전자재료, 패션, 기타&의류소재 등의 5개 사업군으로 구분된다. 코오롱머티리얼은 골프 사업을 영위하는 계열사 '그린나래'와 함께 기타 사업군에 속했다.
2021년 1분기 기준 코오롱인더스트리의 부문별 매출 비중은 산업자재 44.28%, 화학소재 19.14%, 필름·전자재료 14.11%, 패션 18.47% 및 기타&의류소재 4% 순이다. 코오롱머티리얼이 속한 기타부문의 매출은 골프사업을 제외할 경우 매출 기여도는 4%에도 미치지 못한다.
여기에 원사에 이어 원단사업마저 영업 중단을 결정하면서 코오롱머티리얼은 사실상 빈껍데기만 남게 됐다. 모기업인 코오롱인더스트리가 사실상 코오롱머티리얼을 포기한 셈이다.
코오롱머티리얼의 미래는 오래전부터 희망적이지 않았다. 2014년부터 지금까지 적자행진을 이어오고 있다. 2013년 영업이익 116억원을 냈으나 2014년 적자 전환했다. 누적 적자규모는 1000억원에 이른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지지부진한 코오롱머티리얼을 안고 가는 것보다 정리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을 했다. 2019년 원사 사업을 정리하기로 했다.
현재까지 원사사업 정리로 180억원 가량의 자금을 확보했다. TK케미칼에 기능성 브랜드와 생산라인 5개를 약 30억원에 매각했다. 태광에 원사 생산라인 2개를 매각하면서 20억원을 확보했다. 그밖에 중소기업인 CG주택에 설비 시설을 130억원 가량에 매각했다. 부지 및 일부 생산라인은 여전히 매각 절차가 진행 중이다.
원단 사업 정리로도 최소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코오롱인더스트리 관계자는 "아직 원사 사업도 매각이 마무리 되지 않았다"면서 "원단 사업 영업 중단 결정은 이제 막 이사회 결의를 마쳤기 때문에 실제 매각까지는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주주 반발 고려 자회사화...비용 수반 공개매수는 제외, 100% 주식 교환 방식
코오롱인더스트리의 코오롱머티리얼 포기는 '선택과 집중' 전략의 일환이다. 코오롱의 선택은 '아라미드'다. 아라미드는 코오롱인더스트리의 매출 40% 이상을 차지하는 산업자재부문에 속해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최근 경상북도 구미에 위치한 아라미드 생산 라인을 현재 연 7500톤에서 두 배 수준인 연 1만5000톤으로 증설한다고 밝혔다. 완공 목표는 2023년이다. 이번 증설은 2017년부터 2020년까지 3년 동안 이뤄진 증설 이후 연달아 생산량을 2배로 늘리는 대규모 투자다. 이 증설에 2369억원을 쏟기로 했다.
아라미드 사업에 '듀폰의 소송' 암초가 사라진 이후부터 아라미드는 코오롱인더스트리의 캐시카우로 거듭났다. 아라미드 사업이 속한 코오롱인더의 산업자재 부문은 매년 전사 영업이익의 40~50%를 차지하고 있다. 올해 1분기 산업자재 부문은 매출 4828억원, 영업이익 353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전사 영업이익의 51.14% 수준이다.
2분기에도 아라미드의 질주는 계속됐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2분기 매출액 1조1841억원, 영업이익 1036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3배 가까이 증가했는데, 분기 기준으로 1000억 원이 넘는 어닝 서프라이즈다.
특히 아라미드가 포함된 산업자재부문의 실적이 도드라졌다. 코오롱인더스트리 측은 산업자재부문에서 5G 케이블용·초고성능 타이어(UHPT)용 아라미드 제품의 높은 수요가 계속되고 전기차용 고부가 타이어코드를 포함한 타이어코드 시장의 수요가 전반적으로 상승한 것이 호실적을 기록한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CFO인 윤 부사장 입장에서는 수익성이 높은 아라미드 사업에 힘을 실을 수밖에 없다. 원사에 이어 원사사업마저 접는 이유다. 주요 사업을 매각하는 코오롱머티리얼은 사실상 더 이상 기업으로서의 존속 의미가 크지 않다. 모기업인 코오롱인더스트리가 코오롱머티리얼을 100% 자회사로 만드는 이유다. 상장사인 코오롱머티리얼의 소액주주 반발을 막기 위해 100% 자회사를 결정했다.
방법은 코오롱인더스트리 주식 교환이다. 코오롱머티리얼 주주들은 주식 1주당 코오롱인더스트리 주식 0.03692133주를 받게 된다. 공개매수 절차를 밟을 수도 있지만 이 경우 코오롱인더스트리가 코오롱머티리얼 주주의 주식을 사줘야 하기 때문에 비용수반을 수반한다. 때문에 비용을 최소화 하기 위해 주식 교환 방식만을 취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윤 부사장은 1963년생으로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오랜 기간 지주사 코오롱의 재무를 책임진 윤 부사장은 코오롱그룹이 지난 2009년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는 데 있어 주요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 받는다. 코오롱 그룹에서 재직하는 동안 상무에서 전무까지 승진했고 지난해 코오롱인더스트리 경영지원본부장을 맡으며 부사장 자리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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