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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유업을 향한 애착 혹은 집착 [thebell desk]

김일문 M&A 부장공개 2021-08-05 09:57:27

이 기사는 2021년 08월 05일 07:47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그럼 그렇지. 어쩐지 딜이 일사천리로 진행된다 싶었다. 50년 역사의 유제품 기업 남양유업 M&A 얘기다. 오너 일가의 결단으로 딜이 싱겁게 끝날 줄 알았건만 언제나 그렇듯 순탄하지 못한 돌발 상황이 여지없이 발생하고 말았다.

얼마 전 대우건설 매각 때는 재입찰이란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더니 이번 남양유업 매각에는 거래 당사자가 자취를 감추고 판을 깨버리려는 웃지못할 광경이 펼쳐졌다. 요즘 M&A 시장 돌아가는 상황을 보고 있자면 그야말로 가관이다. 일련의 사건들을 꼽씹어 보면 국내 자본시장이 아직도 얼마나 후진적인지 다시 한번 절실히 느낀다.

계약 당사자와의 약속을 무시하는 건 기본이고 원리원칙 없이 멋대로 딜을 재단하려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모든 게임에는 나름의 룰이 있기 마련인데 계약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무법천지 아사리판이 따로 없다.

한앤컴퍼니는 카운터파트(거래 상대방) 리스크로 골치아픈 상황에 직면했다. 2년전 KT 노조의 어이없는 검찰 고발로 유탄을 맞아 눈앞에 뒀던 롯데카드 인수를 하릴없이 포기해야 했는데, 또다시 당시의 악몽이 떠오를 수 밖에 없을 듯 하다.

임시주총을 한달 넘게 미루고 잠적한 남양유업 오너 일가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혹시나 칼자루를 쥐고 있어 본인들이 유리한 방향으로 딜의 헤게모니를 장악했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이번 사태는 여러모로 오너일가의 자충수로 귀결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시장에서 가장 가능성 높게 보는 시나리오는 역시나 돈 문제다. 성급한 결정으로 남양유업을 지나치게 싼 가격에 팔았다는 판단에 좀 더 비싼 값을 쳐주는 인수자를 찾기 위해 한앤컴퍼니와 맺은 계약을 깨버리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일상이 딜(Deal)인 자본주의 사회에서 매도자가 조금이라도 나은 값을 부르는 곳에 매물을 팔려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심리다. 하다 못해 하찮은 껌 한통을 고르더라도 요리조리 따져보고 사는 마당에 수천억원이 오가는 대형 M&A에서 가격을 잘못 부르기라도 한다면 두고두고 후회할 일이다. 단순히 돈에 국한된 문제라면 일견 이해가 가긴 한다.

하지만 남양유업 M&A는 오너의 전횡과 경영 실패, 그에 따른 과오를 인정하고 50년 유제품 기업과의 완전한 결별을 선언하면서 비롯된 딜이다. 좁게는 남양유업 임직원과 주주, 넓게는 국민들의 사랑을 받았던 기업을 다시 살려 정상화 시키겠다는 기업가 정신이 발현된 결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오너 일가가 단순히 돈 문제 때문에 계약을 무효화 시킨다면 개인의 사리사욕을 위해 딜을 깨뜨려 버렸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매각금액을 조금이라도 더 올릴수만 있다면, 그래서 그깟 세간의 비난 따위는 눈한번 질끈 감고 외면하겠다면 할말은 없다. 문제는 거래 상대방이었던 한앤컴퍼니가 이를 좌시하지 않을 태세라는 점이다. 매도자의 단순 변심으로 딜을 없던 일로 만들 수 없다는 뜻이다.

한앤컴퍼니는 남양유업 인수를 위해 출자기관에 캐피탈 콜(자금집행 요청)까지 끝마친 상태다. 딜 클로징을 목전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 석연찮은 이유로 인해 딜이 깨진다면 거래 종결 능력을 포함한 하우스 평판의 심각한 훼손이 불가피하다.

한앤컴퍼니 입장에서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셈이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딜의 마침표를 찍을 수 밖에 없다. 갑작스런 임시주총 연기를 두고 법정 다툼을 언급할 정도로 강경하게 대응한 것도 이 때문이다.

결국 계약을 파기할 만한 뚜렷한 사유가 없다면 남양유업 오너의 돌발 행동은 명분을 얻기 힘들다. 이 딜이 어떤 과정을 거쳐 시장에 나왔는지 잊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다시한번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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