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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진그룹 수소·전기차 굴기]일진머티리얼즈 시총으로 본 '성장 변곡점'②2017년·올해 '퀀텀점프'…전기차 시대 맞아 기업가치 3조 돌파

김혜란 기자공개 2021-09-16 07:20:48

[편집자주]

1967년 전선 부품 제조기업 일진금속공업에서 출발한 일진그룹의 변화가 눈길을 끈다. 보수적인 기업이란 이미지가 강했으나 사실 조용하지만 빠르게 4차산업 흐름에 맞춰 체질을 개선했다. 2세 경영 체제 개막 전후로 전기차와 수소차 관련 업종 중심의 사업 재편이 가속화하며 그룹의 색깔도 확 달라졌다. 경영권 승계 마무리 후 신사업에 승부수를 던진 일진그룹의 성장 스토리와 비전을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9월 10일 14:45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일진머티리얼즈의 지난 10년 간 시가총액(기업가치) 흐름을 보면 성장 변곡점이 언제였는지가 뚜렷하게 드러난다. 2011년 상장 이후 횡보하던 시총이 '퀀텀점프'한 시점이 있다. 바로 2017년과 올해다.

2017년은 일진머티리얼즈가 2차전지 수요 확산에 대비해 사업재편을 위한 승부수를 던진 해다. 차세대 2차전지용 일렉포일(전지박)인 'I2S' 출시, 첫 해외 일렉포일 생산기지인 말레이시아 신공장 건설 결정이 그해 이뤄졌다. 이때를 기점으로 주력 매출 부분이 전자제품에서 전기차 쪽으로, 즉 인쇄회로기판(PCB)용 일렉포일에서 2차전지용 전지박(음극집전체)으로 확실히 넘어갔다.

상장 후 10년이 지난 올해, 또 한 번의 비약적 성장이 이뤄졌다. 시총이 처음으로 3조원을 돌파한 것이다. 미국 바이든 정부가 친환경 전기자동차 산업을 적극 육성하면서 전기차 밸류체인 내 중요한 축을 담당하는 일진머티리얼즈의 가치도 더욱 높아지는 모습이다.

◇일렉포일 국산화, PCB→전지박→극박…전기차 뜨자 성장가도

일진머티리얼즈의 모태는 1988년 국내 최초로 PCB용 일렉포일 기술을 개발한 덕산금속이다. 일렉포일이란 얇은 구리 박으로 전자제품과 전기차,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에 필요한 핵심소재다.

처음엔 PCB용 일렉포일을 생산하다 2001년부터 전지박(제품명 I2B) 양산에 들어갔다. 전지박은 양극과 음극으로 이뤄진 2차전지 배터리에서 음극을 형성해주는 집전체 역할을 한다. 일진머티리얼즈는 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 등 국내 기업뿐만 아니라 중국의 비야디(BYD), 일본 무라타(Murata) 등 세계 주요 2차전지 제조업체에 전지박을 납품하고 있다.

회사가 첫 성장 변곡점을 만난 건 2017년, 글로벌 시장에서 전기차 수요가 빠르게 늘기 시작한 때다. 상장 초반 1조원을 넘은 적도 있으나 이후 하락세를 타 6년 동안 5000억~6000억원대에 머물던 시총이 2017년 6월을 기점으로 안정적인 조 단위 구간으로 진입한다.

그해 8월엔 8년간의 연구 끝에 완성한 차세대 2차전지용 일렉포일 I2S도 시장에 내놓는다. 전기차 배터리 업계의 최대 과제는 주행거리 확대와 배터리 출력 향상이다. 이를 위해선 배터리에 쓰이는 소재인 일렉포일이 고용량·고출력 배터리를 제조할 때 발생하는 고온·고압을 견딜 수 있어야 하는데, I2S가 그런 제품이었다. 세계 최초로 차세대 기술을 선보여 전기차 밸류체인 내 입지를 더욱 확고히 할 수 있었고, 시총은 1조원을 돌파한 지 1년만인 2018년 7월 2조원을 뚫었다.

차세대 기술 개발, 제품군 다변화는 회사의 지속적인 성장을 가능하게 하는 키워드다. 일진머티리얼즈의 최대 강점은 설립 이후 34년간 일렉포일 분야 한우물만 판 덕에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른 독자기술 개발력이다. 축적된 기술력을 활용해 최근엔 반도체용 극박으로도 사업영역을 넓혔다. 극박은 일본 기업 미쓰이가 독점해온 소재다.

일진머티리얼즈는 삼성전자의 국산화 요청을 받고 기술 개발에 몰두한 지 10년 만인 올해 반도체 패키지용 2㎛(마이크로미터) 초극박 납품을 시작했다. 일렉포일에 이어 반도체용 초극박 국산화에도 국내 최초로 성공한 것이다.

지난해 말엔 1.5㎛ 두께의 초극박을 국내 최초로 생산하기도 했다. 전 세계에서 이 두께의 초극박 생산이 가능한 곳은 미쓰이와 일진머티리얼즈 두 곳뿐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진그룹 창업주 허진규 회장은 맨땅에서 국내 소재·부품 국산화라는 사명을 갖고 창업한 초심을 수십 년간 지켜온 인물"이라며 "일진머티리얼즈도 그 DNA로 10년, 20년씩 기술개발에 모든 걸 쏟아붓고 제품을 내놓는 식으로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료출처:일진머티리얼즈 사업보고서(순위대로 재가공)

◇말레이시아에서 미국·유럽으로 글로벌 전략 가속화

국내 익산에서 일렉포일을 생산해오던 일진머티리얼즈가 첫 해외 생산기지 건설 계획을 알린 시점도 2017년이다. 주요 고객사인 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당시 LG화학 전지사업부) 등의 전기차 배터리 해외 생산라인 확대에 발맞춘 행보였다.

2017년 말레이시아법인(IMM TECHNOLOGY SDN.BHD.)을 설립했는데, 실제로 쿠칭 공장이 완공된 시점은 2019년 1월이다. 작년 상반기엔 말레이시아 2공장도 완공돼 현재 해외 생산능력(CAPA, 캐파)은 2만톤 규모로 늘었다. 여기에 추가로 2만톤을 증설 중이다. 국내 2만톤까지 더해 올해 안에 총 캐파가 6만톤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일진머티리얼즈는 국내 동박 기업 중 가장 먼저 해외에 생산기지를 지은 덕에 수년간 해외생산 경험을 축적할 수 있었다. 이제는 말레이시아를 넘어 미국과 유럽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바이드노믹스(Bidenomics)' 시대 개막으로 미국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는 가팔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고객사인 배터리 셀 업체들이 미국 생산기지 확대에 나서고 있는데 일진머티리얼즈도 이에 맞춰 미국법인 설립을 준비 중이다.

유럽 진출도 가시화되고 있다. 지난 4월 스웨덴 배터리 기업 노스볼트와 10년간 4000억원 상당(1만7147톤 규모) ISC 계약을 맺으면서다. 이에 따라 헝가리나 노르웨이, 스웨덴, 폴란드 등 중 한 곳을 선택해 첫 생산기지를 만들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헝가리법인(IMH Technology Zrt)과 공장을 설립하긴 했으나 생산이 아닌 롤형태로 감겨진 일렉포일을 자르는 공정만 담당한다.

기존 동남아 외에 미국과 유럽에도 생산기지를 두고 장기적으로는 일렉포일 캐파를 20만톤까지 확대하는 게 일진머티리얼즈의 큰 그림이다. 풍부한 성장 모멘텀에 주가도 반응하고 있다. 회사의 시총은 올해 1월 처음 3조원을 돌파했다.

앞선 관계자는 "말레이시아 공장을 가동하면서 해외공장 운영, 수율과 성능 개선 등의 역량이 크게 향상됐다"며 "미국과 유럽 등 진출에도 확신과 자신감이 생겼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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