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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의 '글로벌 기업' 행보 thebell note

최필우 기자공개 2021-09-15 08:02:45

이 기사는 2021년 09월 14일 07:48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하이브 관계자들도 '영접'하기 어렵다는 방탄소년단 실물을 본 적이 있다. 2013년 가을께 취업 이력서 한줄 적어보려는 흑심 반 선의 반으로 외국인 교환학생 도우미를 자처했다. 한번은 K-POP 아이돌 팬사인회 동행 미션을 받고 용산에 갔다. 팬 50여명 중 절반 남짓이 외국인이어서 특이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때 그 아이돌이 글로벌 스타 떡잎을 보였던 방탄소년단이라는 걸 나중에 외국인 친구의 설명을 듣고서야 알았다.

방탄소년단에 다시 관심을 둔 건 올해 엔터업계를 취재하면서다. 이젠 방탄소년단이 마이클 잭슨, 비틀즈에 비견되는 만큼 하이브도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해야 마땅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하이브의 첫인상은 방탄소년단과 다소 차이가 있었다. 오히려 여타 국내 상장사에 미치지 못하는 면모도 보였다.

지난해 하이브 IPO 당시 수많은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학을 뗀 사건이 두고두고 회자된다. IPO를 한달 남겨둔 시점에 CFO와 투자 유치를 주도해 온 재무 키맨이 퇴사하면서 대혼란이 발생했다. IPO 전후로 IR 조직이 제대로 세팅되지 않아 원만한 질의응답이 불가능했다는 후문이다. 한 애널리스트는 깜깜이로 조단위 규모 딜 리포트를 써야 했던 아찔한 기억이라고 회상했다.

주주 친화적이지 못한 경영 문화는 엔터업계 전반에 퍼져 있다. K-POP 기획사 실태가 주식회사보다 사조직을 닮아 있는 경우가 많다. 오너가 별다른 사내 직책을 갖지 않은 채 경영 전반에 개입하면서 '회장님'으로 불린다. 회장님 개인회사에 일감 몰아주기 의혹이 불거져도 이사회는 별 말이 없다. 소속 그룹 인기를 바탕으로 사세가 급격히 커져도 초창기 체질을 바꾸지 못하는 곳이 다수다.

하이브도 미숙한 공룡의 길을 걷는듯 했으나 최근 반년새 놀라운 반전을 보여주고 있다. 올해 3월 사명을 변경하면서 IR 조직을 정비했고 주주 소통을 강화했다. 7월에는 지배구조를 개편하면서 방시혁 이사회의장이 대표이사 자리를 전문경영인 박지원 CEO에게 넘겼다. 하이브는 '글로벌 경영을 위한 선진화 체제 도입'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지난달 공개된 반기보고서에서도 글로벌 기업 변신 노력을 엿볼 수 있다. 이사회 중심 경영을 선언하고 사외이사에게 힘을 실어 외부인사가 과반을 차지하게 했다. 국내 상장사 중 드물게 특별이해관계인 의결권 제한을 엄격하게 적용해 사내이사들을 각종 안건 표결에서 제외시켰다. 강효원 하이브 수석 프로듀서의 상반기 보수로 400억원이 책정된 데선 월스트리트에서나 볼 법한 성과주의가 떠오른다.

하이브가 노력을 이어가 방탄소년단 위상에 걸맞은 글로벌 품격을 갖출 수 있길 기대한다. 전 세계 자본시장에 내놓아도 손색 없는 시스템을 안착시킬 때 우연이 아닌 필연으로 방탄소년단의 뒤를 잇는 글로벌 스타를 선보일 수 있다. 국내 엔터업계가 하이브의 발자취를 따른다면 금상첨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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