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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롱 4세 이규호의 데뷔 무대는 왜 수소였을까 [MZ세대 경영인 분석]2012년 경영수업 이후 9년만에 공식석상 모습 드러내

박상희 기자공개 2021-09-16 07:46:39

[편집자주]

전체 인구의 약 33%인 MZ세대는 사회 진출이 본격화되면서 주요 기업 구성원의 60%가량을 차지한다. MZ세대와의 소통이 곧 기업의 경쟁력으로 이어진다. 재계 총수가 3~4세로 넘어가면서 오너 경영인들도 젊어지고 있다. 총수 자제 중에는 밀레니얼 세대인 1980년대생 대표이사 사장부터 1995년생인 신입사원 Z세대까지 MZ 세대가 포진하고 있다. 4차산업혁명 시대 디지털로 무장한 MZ세대 경영인들의 행보는 과거 세대와 어떻게 다른지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9월 13일 15:57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주 재계 핫 이슈 중 하나는 'H2 비즈니스 서밋’ 행사였다. 주요 그룹 재계 3~4세가 총출동하며 수소 사업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코오롱그룹 4세인 이규호 코오롱글로벌 부사장(사진)도 포함됐다. 이 부사장이 코오롱그룹을 대표해 재계 리더가 모이는 공식석상에 등장한 것은 2012년 경영수업을 받기 시작한 이후 9년 만에 처음이다.

부친 이웅렬 코오롱그룹 명예회장은 2018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그는 아들의 경영 능력이 검증돼야 회사를 물려줄 것이라고 밝혔다. 공정위 기준 국내 대기업집단 순위 40위의 코오롱그룹을 경영할 능력이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할 기로에 서 있는 이 부사장이 미래 신성장동력으로 수소 사업을 낙점했음을 공표한 셈이다.

1984년생으로 MZ세대에 속하는 이 부사장은 그룹 내 공유경제를 이끄는 신설 자회사 ‘리베토’의 초대 대표이사를 맡는 등 미래 신사업에 관심이 지대하다. 다만 현재 이 부사장이 맡고 있는 공식 직책은 코오롱글로벌 자동차부문에 한정된다. 최근 수소행사 참여로 코오롱그룹 미래 사업의 총괄자라는 점을 세상에 각인시켰다. 코오롱그룹의 수소 사업 미래가 이 부사장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어떤 ‘나비효과’를 일으킬지 주목된다.

◇4세 이규호, 그룹 지분 없지만 경영권 승계 유력

이 부사장은 코오롱그룹의 4세다. 이웅열 명예회장은 코오롱 창업주인 고(故) 이원만의 장손자이자 고 이동찬 회장의 장남이다. 이웅렬 전 회장은 부인 서창희 씨와 1남 2녀를 뒀는데, 이 부사장이 장남이다. 코오롱그룹은 지금껏 장자계승 원칙을 따라왔다. 현재 여동생들이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있어 이 부사장이 향후 경영권을 승계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재계 관측이다.

대부분의 재계 3~4세가 그러하듯 이 부사장도 해외 유학파다. 이 명예회장이 유학하던 시절인 1984년에 미국에서 태어났다. 영국에서 고등학교를 나온 뒤 미국 코넬대학교 호텔경영학과를 졸업했다. 특히 이 부사장은 미국 시민권자이면서도 육군 현역(6포병여단 행정병) 복무로 국방의 의무를 마쳤다. 군 복무 중에는 레바논 유엔 평화유지군에 동명부대에 자원해 레바논에도 다녀왔다.


이 부사장은 2012년 코오롱인더스트리에 차장으로 입사하며 경영 수업을 받기 시작했다. 첫 근무지는 구미 공장이었다. 2014년 4월 부장으로 승진해 코오롱글로벌(건설)로 자리를 옮겨 건설현장을 관리했다. 입사 초반에는 현장 경험 중심으로 경영 수업을 받았음을 알 수 있다.

2015년 말 32세의 젊은 나이에 상무보로 승진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로 복귀하면서 경영진단실로 발령 났다. 경영진단실은 컨설팅 전략 부서로 영업과 생산, 연구 등 각 사업부문 영역별 현안을 점검하고 사업영역과 성장 방향성을 새롭게 제시하는 업무를 담당한다. 현장경험 이후 ‘브레인’들이 일하는 기획전략부서로 자리를 옮긴 것이다.

이후 2년 만인 2017년 지주회사 ㈜코오롱 상무(전략기획담당)로 승진했다. 이후 1년 만에 전무로 승진해서 코오롱인더스트리 FnC 부문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맡았다. 지난해 말 그룹 정기 임원인사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한 이후 코오롱글로벌 자동차부문을 이끌고 있다.

이 부사장은 2012년 그룹 입사 이후 겹치는 포지션이 없었다. 핵심 계열사를 두루 경험했고, 같은 계열사로 복귀하더라도 담당 업무는 매번 달랐다. 커리어를 위해 소위 잘나가는 계열사를 골라 일하지도 않았다.

코오롱그룹 내부에서는 그가 눈에 띄는 성과내기에 급급하기보다는 내실을 다지는 스타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지난해까지 근무했던 코오롱인더스트리 FnC 부문이 좋은 예다. 지난해까지 FnC는 실적이 좋지 않아 COO를 맡았던 이 부사장의 경영 능력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FnC는 올해 출시한 지포어(G4) 골프 브랜드가 ‘대박’이 나면서 실적이 상승세를 타고 있다.

코오롱그룹 관계자는 “G4가 올해 갑자기 대박이 난 것이 아니라 이 부사장이 COO로 근무할 때부터 오랜 기간 준비해놨던 것”이라면서 “이 부사장이 온라인 플랫폼 등에 공을 들였던 것이 최근 들어 서서히 성과가 나고 있다”고 말했다.

◇MZ세대, 공유경제 큰 관심...쉐어 하우스 '리베터' 초대 대표이사

이 부사장 경력 가운데 MZ세대로서의 면모를 볼 수 있는 것은 2018년 리베토의 대표이사를 맡은 것이다. 리베토는 코오롱글로벌의 미래먹거리 사업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는 셰어하우스 관련 업종을 영위한다.

공유경제는 4차 산업혁명시대 경제의 특징 중 하나다. MZ세대는 차량공유플랫폼 ‘우버’, 숙박공유플랫폼 ‘에어비앤비’, 사무실공유플랫폼 ‘위워크’ 등에 친숙한다. 예기치못한 코로나 팬데믹 사태로 인해 주춤하기 이전까지 공유경제는 사실상 MZ세대를 겨냥한 사업 플랫폼이었다.

이 부사장도 2018년 리베토 대표이사를 맡으며 공유경제에 주목했다. 리베토는 이 부사장이 처음으로 CEO를 맡은 것이어서 주목 받았다. CEO를 맡을 당시 직급은 상무였다.

코오롱글로벌의 자회사인 코오롱하우스비전은 셰어하우스 브랜드인 '커먼타운'을 분할해 계열사 리베토를 설립했다. 리베토는 이 부사장이 직접 자금을 투입한 회사로도 주목 받았다. 초기 자본금 15억원으로 설립된 리베토는 전환우선주 발행을 통해 자금 140억원을 조달했는데, 이 부사장은 이 중 36억원을 출자했다.

2018년부터 3년 간 리베토 대표이사를 맡은 이 부사장은 지난해 CEO 자리에서 물러났다. 스타트업 성격의 신규사업보다는 코오롱그룹 본연의 핵심 사업에 집중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이 부사장은 2015년 청년 창업 육성과 스타트업 투자를 업으로 하는 사내 태스크포스팀(TFT)인 코오롱이노베이스 설립에 참여하며 젊은 경영인으로서의 면모를 뽀냈다. 이 부사장은 신사업을 창출하는 기업 주도 벤처캐피털(CVC) 사업에도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 사업 총괄...수소사업, 미래 먹거리 낙점

이 부사장은 15개 기업이 참여한 ‘H2 비즈니스 서밋’에 참여하면서 코오롱그룹 역시 미래 신수종사업 관련 수소에 방점을 찍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코오롱그룹은 수소 행사에 코오롱인더스트리를 중심으로 코오롱글로벌, 코오롱글로텍과 코오롱플라스틱 등의 계열사가 참여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수소연료전지분야에서 오랜 기간 쌓아온 기술력을 바탕으로 종합솔루션을 제공하는 그룹 내 수소사업의 중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Korea H2 Business Summit’ 코오롱그룹 부스

코오롱글로벌은 풍력사업을 바탕으로 수소연료전지를 활용한 수전해 기술로 그린 수소를 직접 생산, 공급하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코오롱글로텍은 탄소섬유와 에폭시를 활용한 수소압력용기 사업을 추진 중이며, 코오롱플라스틱은 차량용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기술력을 바탕으로 수소연료전지의 효율성을 증진시키는 하우징 부품을 생산하고 있다.

코오롱그룹 관계자는 “현대차가 생산하는 수소차 2010년대 초반부터 코오롱인더스트리에서 핵심 부품을 공급해왔다”면서 “코오롱그룹의 수소사업 진출을 코오롱인더스트리를 중심으로 다른 계열사로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코오롱그룹은 이 부사장이 수소를 포함한 코오롱그룹 미래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이 부사장은 코오롱글로벌 자동차부문 이외에 별도로 맡고 있는 직책은 없다. 때문에 향후 이 부사장이 수소를 포함한 미래 신사업 관련 조직을 꾸려 이를 총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코오롱그룹 관계자는 이와 관련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이 부사장에게 수소 사업은 경영권 승계와 맞물릴 수 있어 더욱 중요하다. 이 부사장은 아직 코오롱그룹의 지주회사인 코오롱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아버지인 이 명예회장 회장이 고등학생 때부터 코오롱 지분을 보유했던 점과는 다르다.

이 명예회장은 경영능력이 검증되지 않으면 회사 주식을 물려주지 않을 것이라고 공식적으로 언급한 바 있다. 동시에 이 명예회장은 아들이 굉장히 똑똑하다면서 잘 해낼 것 이라는 신뢰감을 내보이기도 했다. 경영능력을 입증하는 것이 이 부사장에게 주어진 과제인데, 수소사업이 그 기회를 열어줄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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