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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 쏠리드, 투자 방정식 '개발비 자회사 이관' 유증 불구 재무상환 탓 유동성 부담, 비용절감, 매출 확대 겨냥

방글아 기자공개 2021-09-29 08:23:08

이 기사는 2021년 09월 27일 07:58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통신장비 업체 '쏠리드'가 신사업 투자에 속도를 내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3년 연속 적자를 내면서 유동성이 마른 탓이다. 특히 올해 상반기 대규모 유상증자에도 자금난을 해소하지 못했다. 이에 쏠리드는 개발비를 자산화하는 회계상 묘수를 활용해 재기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특히 적자와 유동성 위기를 겪는 기업들이 현금 유출을 최소화하는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 행보라는 평가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쏠리드는 최근 자회사 쏠리드랩스에 110억원을 출자하기로 했다. 개방형 무선 접속 네트워크(ORAN)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쏠리드의 쏠리드랩스 지분율은 100%다. ORAN 사업 연구·개발(R&D)을 전담시키기 위해 지난 3월 설립했다.

눈길을 끄는 건 쏠리드가 유동성 부담에도 대규모 투자를 결정했다는 점이다. 지난 6월 유증을 통해 439억원을 조달했지만 유동비율은 여전히 100%를 밑돌고 있다. 유증 전(65.10%)과 비교해 개선됐지만 여전히 90.01%로 추가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자산의 면면을 살펴보면, 현금성자산 689억원 중 632억원을 단기차입으로 마련하고 있다. 유증 자금의 64%를 또 다른 유동부채인 임대보증금 상환과 비유동부채인 기발행 전환사채(CB) 매입에 쓴 탓에 유동자금을 비축하지 못했다.


당장 개선 방안도 마땅찮다. 차입금 상환이 주된 목적이었던 유증을 진행한 만큼 추가로 활용할만한 재무상 카드가 많지 않다. 영업활동에서도 2019년부터 연속 적자를 내 현금유출이 이어지고 있다.

2019년 13억원이던 영업적자는 지난해 162억원, 올해 상반기 17억원으로 집계됐다. 글로벌 5G 인프라 투자 지연에 따른 주력 제품(중계기) 수요 저하와 그에 따른 재고평가 손실, 5G 장비 개발비 증가 등이 겹친 탓이다.

그런데도 전방위 투자에 나서고 있다. 지난 1월 싱가포르법인 쏠리드기어에 109억원 수혈했다. 또 올해 3월 40억원을 출자해 쏠리드랩스를 신설했다. 이어 6월초 영국 소재 판매법인 쏠리드텔레커뮤니케이션에 10억원을 출자했다. 이번 쏠리드랩스 추가 출자까지 굵직한 투자로만 올들어 269억원을 쓴 셈이다.

통상 적자와 유동성 리스크가 겹친 상장사가 허리띠 졸라메기에 나서는 것과 상반된 모습이다. 더욱이 쏠리드는 올해 하반기 턴어라운드에 실패하면 내년 관리종목으로 지정될 위기에 처했다. 내년에도 적자를 내면 상장폐지 실질심사를 받게 돼 투자 보다는 재무 개선에 초점을 맞춘 전략을 쓸 것으로 업계에선 내다봤다.

회계상 묘수를 이 같은 정면돌파가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 직접적인 비용절감 대신 적자 사업부문을 별도로 법인화해 비용을 털어낼 수 있었다. 당장의 법인 출자금도 자산화돼 비용처리 부담도 줄였다.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잣대로 쓰이는 지표가 별도 실적이라는 점에서 실마리를 찾았다.

자회사인 쏠리드랩스를 통해 주력할 신사업은 ORAN이다. 기존 주력 사업인 중계기와 달리 초기 진입장벽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개발 기간이 길고 비용도 많이 든다. 중계기의 경우 3~6개월 개발 끝에 곧장 상용화가 가능하지만 ORAN은 최소 1년 이상이 소요되며 상용화까지 추가 비용도 적잖다.

반면에 중계기에 비해 수익성과 매출 규모가 크다. 즉각적인 매출이 담보되지 않지만 중장기적으로 펀더멘털 개선급 하이리턴이 가능한 하이리스크 투자인 셈이다. 이를 회계상 묘수를 통해 연속 적자 부담 없이 시도하고 있다는 평가다.

쏠리드 관계자는 "유동성 관리 보다는 새롭게 뜨고 있는 ORAN 시장 선점 투자에 집중할 계획"이라며 "별도 법인화로 여건을 갖춘 만큼 전문성을 발휘해 연구·개발을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 투자 기간 장기화를 염두에 두고 쏠리드랩스에서도 관련 투자금을 자산화한다는 방침이다. 쏠리드 관계자는 "그간 중계기 사업의 경우 개발비를 자산으로 잡지 않았지만 ORAN는 필요하다고 보고 회계정책을 손질했다"며 "쏠리드 내부에서 추진하기에는 손익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중계기 기지국 시장에 비해 규모가 크고 전망도 좋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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