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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NEXT]"ESG 워싱 막기 위해 기업지배구조 주목 필요"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거버넌스 화두는 이사회 중심 경영"

이정완 기자공개 2021-09-28 10:37:43

이 기사는 2021년 09월 27일 14:35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ESG 워싱(Washing)은 기업이 부실한데도 불구하고 ESG 경영을 내세워 면죄부를 받으려 하는 행위다. ESG 경영을 구성하는 요소 중 친환경 경영(Environment)은 수치로 평가가 가능하고 사회적 책임(Social)은 정확한 판단이 어려운 만큼 워싱(washing)을 막기 위해 기업지배구조(Governance)를 더욱 주목할 때가 왔다.”

김화진 서울대학교 법학대학원 교수가 27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서울에서 열린 '2021 THE NEXT : Corporate Governance Conference'에서 발표하고 있다.

27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 서울에서 열린 '2021 THE NEXT : Corporate Governance Conference'의 사회를 맡은 김화진 서울대학교 법학대학원 교수는 기업지배구조에 집중해 실질적인 개선 활동 없이 ESG 경영에 나서는 것처럼 위장하는 ESG 워싱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컨퍼런스는 더벨과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기업지배구조 혁신을 위한 과제(Toward Innovation in Corporate Governance)'를 주제로 공동 주최했다. 1세션 기업지배구조와 준법, 2세션 ESG경영과 투자를 통해 준법경영과 ESG경영을 다뤘다.

ESG 워싱은 기업이 마케팅 측면에서 ESG 경영을 악용하는 것을 뜻한다. ESG 경영이 기업 이미지 제고를 위해 쓰이는 셈이다. ESG 경영이 최근 트렌드로 자리잡다 보니 이런 우려도 커지고 있다.

김 교수는 ESG 경영을 구성하는 환경·사회·기업지배구조 중 워싱을 막기 위해 기업지배구조 개선 활동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환경 경영(E)은 이미 여러 수치로 평가가 용이하고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활동에 대해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며 사실상 정착 단계에 있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사회 경영은 환경 경영과 달리 평가가 어려워 주목하기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 김 교수는 “사회적 책임이 가장 조심스러운 대목인데 나쁜 기업지배구조와 ‘S’ 워싱이 합쳐지면 오히려 기업가치가 훼손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업지배구조가 재조명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학계와 실무에서는 이사회 중심 경영을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핵심으로 꼽는다. 김 교수는 “이사회 중심 경영이라는 화두를 바탕으로 모든 것을 여기에 맞춰 생각하고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의 주장처럼 오랜 기간 연구가 축적된 기업지배구조에 집중하는 것이 성공적인 ESG 경영 정착을 이끌 것으로 평가된다. 기업지배구조에 대한 논의는 오랜 기간 지속된 만큼 학문적·실무적 배경이 안정적으로 뒷받침돼 있다.

김 교수는 “기업지배구조와 관련된 논의가 시작된 지 30년이 흘렀다”며 “그동안 방법론적 측면에서 학계와 실무에서 연구를 했지만 지난해부터는 좋은 기업지배구조를 왜 만들어야 하는지로 방향이 전환됐다”고 강조했다.

<발표 전문>

올해 THE NEXT 컨퍼런스는 기업지배구조 혁신을 위한 과제를 주제를 선정했다. 기업지배구조 논의 역사는 약 30년이 흘렀다. 그동안 좋은 기업지배구조가 무엇인지 학계와 실무에서 주로 연구를 해왔지만 이제 작년, 올해 들어서 방향이 크게 바뀌었다. 회사의 목적이 무엇인지, 좋은 기업지배구조를 왜 만드는가로 논의의 방향이 전환이 됐다. 지금까지는 주주의 투자 수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을 목표로 한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다른 이해관계자 모두의 이익 내지는 행복을 위해서 필요한 것으로 전환됐다. 학계나 실무에서도 논의를 새로 시작하고 있다. ESG 영향 덕이다.

ESG는 우리가 사는 사회 진화를 재산적 기준으로만 평가할 수 없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그래서 사람이 언제나 돈보다 먼저고 기업은 지속 가능해야 된다고 얘기한다. 회사라는 것은 투자해서 수익을 얻고 필요하면 없애고, 주주는 투자처를 바꿀 수 있다. 그런데 최소한 기업과 거래하는 사람은 기업이 갑자기 없어지면 여러 가지로 어려움을 겪고 심지어 재기가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 그래서 가능하면 기업은 지속 가능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주주에게 불편이 발생할 수 있지만 주주는 이해관계자의 하나로 같이 더불어 가는 한 구성원이다.

하지만 문제는 100년 동안 기존의 원칙이 통용됐다는 점이다. 1919년에 미국 미시간주 대법원에서 “영리회사는 원칙적으로 주주의 투자 수익을 위해 조직되고 운영된다”는 판결이 나왔다. 기업도 사회사업을 할 수 있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사업적 목적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했다. 미국에서는 판례가 현행법이기 때문에 기업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이 법에 따라야 했다.

밀턴 프리드먼이 이념적 좌표도 설정했다. 그는 “이익을 많이 내는 것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고 말했다. 기업이 이익을 내면 임직원이 소득세를 내고, 협력사에도 결제를 끝냈고, 기업도 법인세 내고, 대주주는 나중에 상속세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기업이 이익을 냈다는 것은 기업이 만드는 물건이나 서비스가 사회에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방식으로 공급됐다는 의미다. 따라서 이익이 사회적 책임을 위한 증거라고 밀턴 프리드먼이 말했고 여기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공감을 했다.

그런데 2008년에 글로벌 금융위기 때 이익을 추구하고 주주의 수익에 극단적으로 치중하다 보니 환경오염이나 금융 부정, 회계 조작, 주가 조작까지 발생해서 다시 생각해야 한다는 계기가 됐다. 주주의 독단적인 역량에서 벗어나서 여러 사람이 동등한 위치에서 논의해야 한다는 생각이 퍼졌다. 당시 앞으로 로스쿨에서 1919년 미시간주 대법원 판결을 그만 가르쳐야 한다는 논문까지 발표되는 실정에 이르렀다.

그러다가 2018년 래리 핑크 블랙록 회장이 “밀턴 프리드먼에 이의가 있다”며 “주주 이익만 신봉할 시기는 끝난 것 같다”고 의견을 표명하고 투자하고 있는 회사에 서신을 보냈다. 이 서신을 계기로 ESG가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다.

문제는 법이 주주 이익을 우선하라고 돼있기 때문에 경영자 역량만으론 한계가 있다. 우리나라 법은 주주 이익 우선에 대해 별도로 언급하지 않고 기업이 알아서 할 일이라고 한다. 기업 내부적으로 정관에 관련 내용을 넣으면 변화가 생기는 것이다. 우리 대기업 전반에 이렇다 할 말은 없지만 예외적으로 SK텔레콤이 “이해관계자 전체의 행복을 위해서 기업을 운영해야 된다”고 정관에 주장하고 있다. 이 정관이라는 것은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이 승인한 것이다. 해외에서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올리버 하트 교수가 주주가 결정하게 하자는 의견을 내고 있는 상황이다.

조심해야 할 점은 ESG 워싱이다. ESG 워싱은 기업이 부실한데 ESG를 열심히 한다는 것을 내세워 면죄부를 받으려고 하는 착시현상이다. 특히 사회 기업을 잘 살펴야 한다. 환경에 관한 부분은 이제 어느 정도 수치로도 나오고 평가가 쉽다. 그리고 지구상 모든 공동체가 기후변화에 공감하고 있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다. 기업지배구조는 지난 30년 동안 학술 연구가 축적돼 있다. 사회적 책임이 가장 조심스러운 대목인데 워싱 위험이 있다. 나쁜 기업지배구조와 ‘S’ 워싱이 합쳐지면 오히려 기업가치 훼손 우려가 있다.

‘E’는 확신이 있고 ‘S’는 워싱 위험성이 많아 다시 기업지배구조를 재조명해야 될 때가 왔다. 다시 방법론으로 돌아가보면 준법경영, 감사위원회, 사외이사 제도, 내부거래 규제, 일감 몰아주기 근절 등을 연구해 필요한 방향을 찾고 있다. 결과적으로 이사회 중심 경영을 최근에 학계와 실무에서 기업지배구조 개선의 핵심으로 합의하고 있다. 앞으로의 화두는 이사회 중심 경영이 돼야 될 것 같고 모든 것을 여기에 맞춰서 한번 다시 생각해 보고 논의를 해보자는 것이다. 오늘 컨퍼런스의 주제도 이 맥락에 맞춰 선정했다. 오전에는 준법경영, 오후에는 ESG를 논의한다. 오늘 나오는 이야기가 기업지배구조 혁신에 기여하고 ESG 확산에 보탬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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