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1년 10월 14일 07:4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비인기가 인기”라는 말이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다수 기업 어느 곳에서나 통용된다. 비서실·인사부·기획부 세 곳은 핵심 부서이고 이곳을 거치면 주요 요직으로 뻗어나갈 수 있어 인기가 높다는 뜻이다.오너가 없는 금융지주사 특성상 비인기의 위세는 일반 기업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세다. 사실상 비인기를 거쳐야만 요직에 갈 수 있다. 은행으로 좁혀보면 비인기를 거치지 않은 은행장은 없다. 금융지주 회장들도 마찬가지다.
임원 뿐만 아니다. 일반 실무자 시절부터 비인기의 인기는 하늘을 찌른다. 은행원의 꽃이라 할 수 있는 해외점포 발령에도 비인기가 유리하다. 비인기 출신 직원들이 마치 낙하산처럼 주요 해외점포 발령에 단골로 등장하곤 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예전에는 ‘비인기’ 부서에서 근무한 직원들에게 일종의 안식년처럼 해외점포 발령을 내줬다”며 “’가서 쓸데 없이 일 열심히 한다고 사고치지 말고 한 3년 몸 관리하고 돌아오라’는 말을 덕담처럼 건네던 시절이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시절이 바뀌었다. 비인기는 이제 해외점포에 포상성 발령을 받는 코스는 아니다. 특히 신한은행에서 만큼은 이제 이런 문화가 사라졌다. 영업적으로 뛰어나고 성과가 쌓여야 한다. 영업력이 검증된 직원들을 해외로 발령해 시장을 개척하는 역할을 부여한다.
신한은행 한 직원은 “과거에는 해외점포에 가면 좀 쉴수 있고 문물을 경험하는 차원의 느낌이 강했는데 이제는 영업적으로 한국보다 더 힘들 것이란 인상이 강하다”며 “프런티어 정신을 가지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러 간다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환경도 많이 바뀌었다. 특히 과거 해외점포 발령에서 동남아 등 한국보다 경제 규모가 작은 국가로의 발령은 곧 관리자로의 파견을 의미했다. 하지만 이제는 오히려 현지인 본부장 및 지점장의 지휘를 받는 일반 직원으로 발령 받는 사례도 생기고 있다.
2021년 현재 신한베트남은행 본부장 가운데 3명은 베트남 현지인이다. 지점장 가운데 30% 정도가 현지인이다. 향후 몇 년 안에 신한베트남은행 법인장이 베트남 현지인으로 세워질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글로벌 사업은 디지털금융과 함께 국내 금융사들이 가장 중점을 두고 투자를 아끼지 않는 핵심 사업부문이다. 미래와 직결된 문제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글로벌 사업은 국내 시장의 저성장 국면을 뚫고 지속 성장 가능성을 담보하는 한 축으로 여겨진다.
생존의 문제 앞에 신한은행은 과감히 과거의 관행을 철폐했다. 비인기 우대를 없애고 철저하게 영업적으로 접근해 해외사업의 돌파구를 마련했다. 그 결과 최근 국내 금융사 가운데 가장 활발하게 해외사업을 펼치며 성공사례를 써 내려가고 있다. 한발 앞서 시장을 개척하고 최선의 성과를 내기 위해 과감히 관행과 문화를 바꿔 나가는 신한은행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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