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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지가격 인상 러시]백상지 '외길' 한국제지, 지주사 전환 후 제지업 집중③올초 펄프재고 비축 '넉넉', 성수기 앞둔 판가인상

김서영 기자공개 2021-10-25 07:33:29

[편집자주]

'코로나 19'가 불러온 언택트 소비 트랜드로 지난해 활짝 웃었던 제지업계가 올들어 '울상'을 짓고 있다. 원재료인 펄프와 고지 가격, 해상운임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원가 부담이 가중된 탓이다. 올들어 매 분기 가격 인상을 단행하면서 수익성 방어에 나섰으나 힘에 부치는 모습이다. 더벨이 제지업계의 가격 인상 '러시(rush)' 현상을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1년 10월 20일 15:26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제지업계는 펄프와 재생펄프(고지) 가격 상승으로 어려운 상반기를 보냈다. 한국제지는 펄프 가격이 오르기 전 재고를 비축해둔 덕에 수익성 하락을 막을 수 있었다. 수출 비중이 비교적 낮은 까닭에 해상운임 폭등도 피했다.

한국제지가 속한 해성그룹은 지난해 말 지주사 체제로 전환했다. 이에 따라 한국제지는 제지업과 관련없는 계열사 지분 정리를 통해 백상지와 특수지 중심의 사업에 집중하게 됐다. 지주사가 된 해성산업과의 흡수합병, 물적분할 과정을 거치며 재무구조도 개선됐다.

◇재고자산 155%↑, 펄프 비축 '한 수'...수출 비중도 27%로 낮아

한국제지는 1958년부터 60여년 간 백상지를 주력으로 생산해온 제지업체다. 지난해 매출 비중의 63%를 차지한다. 백상지란 흔히 모조지로 불리며 도서와 노트, 다이어리 등 다양한 필기용지에 쓰이는 종이를 말한다. 백상지는 인쇄용지군에 속하는데 대표적인 정보용지 브랜드로는 '밀크(miilk)'가 있다. 국내 인쇄용지 시장 점유율은 매년 증가해 지난해 19%를 기록했다.

백상지의 원재료는 펄프다. 한국제지는 펄프를 전량 수입해 사용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제지가 펄프 매입에 사용한 비용은 1762억원으로 전체 원재료 매입 비용(2339억원)의 75.3%를 차지했다. 2017년부터 급등한 펄프 가격의 영향으로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출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단위: 백만원, 별도 기준)
한국제지의 매출은 매년 5000억원대로 일관된 모습을 보였지만, 영업이익은 흑자와 적자를 오갔다. 영업이익은 2016년 148억원이었나 이듬해 2017년을 기점으로 3년간 적자 상태가 이어졌다. 한국제지가 비상장사에 해당하는 탓에 지난해의 경우 11월과 12월 두 달 동안의 실적만 공시됐다. 이 기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801억원, -19억원으로 나타났다.

한국제지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실적은 공시되지 않아 밝히기 어렵다"며 "펄프 가격이 상승했으나 수익성이 개선됐으며 흑자를 냈다"고 말했다.

한국제지가 수익성을 지킬 수 있었던 이유는 펄프재고를 적기에 확보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한국제지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제 펄프 가격은 지난해 말보다 18.7% 뛰었다. 한국제지는 본격적으로 펄프 가격이 오르기 전인 올해 초 펄프를 예년보다 많이 들여와 원재료를 비축해뒀다. 펄프 재고자산은 지난해 말 318억원에서 812억원으로 155% 급증했다.

한국제지는 올 1분기 중에 백상지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가격 인상을 의미하는 할인가 조정 비율은 외부로 알려지지 않았다. 백상지가 교과서를 비롯한 서적류와 노트, 다이어리 등에 사용되는 만큼 새 학기가 시작되는 1분기를 성수기로, 3분기를 비수기로 보고 있다. 수요가 증가할 시기에 가격 인상이 이뤄지면서 원가 상승분을 상쇄한 것으로 풀이된다.

무엇보다 낮은 수출 비중이 원가 부담을 줄이는 데 영향을 미쳤다. 한솔제지나 무림페이퍼 등 다른 제지업체의 경우 전체 매출 가운데 수출 비중이 50%가 넘는다. 제품의 부피가 커 컨테이너가 많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거래처 유지를 위해서는 손해를 보더라도 수출을 이어갈 수밖에 없다. 반면 한국제지의 지난해 수출 비중은 27% 수준으로 코로나19 진정세 이후 급등한 해상운임의 영향을 비교적 덜 받게 됐다.

◇지주사 전환으로 제지업 '집중'...재무구조 개선은 '덤'

한국제지가 속한 해성그룹은 지난해 지주사 전환 작업에 착수했다. 부동산업을 영위하는 해성산업은 주력 계열사인 한국제지를 흡수합병하기로 결정했다. 한국제지가 자회사로 보유하던 계열사에 직접 지배력을 행사해 해성산업을 지주사로 하는 지배구조를 구축하기 위함이다.

지난해 7월 흡수합병됐던 한국제지는 같은 해 11월 물적분할해 해성산업의 100% 자회사가 됐다. 이로써 해성산업은 해성그룹의 지주사로 인정받게 됐다. 현행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자산총액이 5000억원 이상이고 지주비율(자회사 지분가액 대비 모회사 별도기준 총자산)이 50%를 넘어야 지주사로 인정된다.
(출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해성그룹의 지주사 전환은 한국제지에게도 제지 사업부문 재정비라는 의미도 지닌다. 지주사 전환 작업이 시작되기 전인 2019년 한국제지는 △국일제지(100%) △HANKUK PAPER USA(100%·해외법인) △HK특수지상사(19.64%) △한국팩키지(40%) 등을 자회사로 두고 있었다. 또 제지업에 해당하지 않는 계양전기(전동공구 제조)와 해성디에스(리드프레임 제조) 지분을 각각 8.75%와 7% 보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주사 전환 작업으로 한국제지는 HK특수지상사(19.6%)와 미국 제지 유통법인 HANKUK PAPER USA(100%)만을 갖게 됐다. 국일제지, 한국팩키지 등은 해성산업이 자회사로 보유하게 됐다. 지난해 3월 인수한 백판지업체인 세하도 해성산업의 자회사가 됐다. 같은 해 11월 해성팩키지는 골판지 제조업체 원창포장공업을 흡수합병했다.

해성그룹 관계자는 "한국제지가 그간 계양전기와 해성디에스 등과 지분 관계를 맺고 있어 제지업이 아닌 업종까지 신경을 써야 했다"며 "지난해 지분 관계 정리로 한국제지는 물론 원창포장공업과 세하가 독자적인 경영을 통해 제지업에 대한 집중도를 높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제지는 지주사 전환 작업으로 재무구조 개선 효과도 누렸다. 해성산업에 합병됐던 한국제지가 다시 물적분할되면서 한국제지의 부채총계는 2019년 1934억원에서 1397억원으로 537억원 감소했다. 이에 따라 부채비율은 45%에서 35.2%로 낮아졌다. 해성산업에 따르면 담보력이 좋은 해성산업이 한국제지의 부채 일부와 공장에 잡혀 있는 담보 등을 가져간 것으로 전해졌다.
(출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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