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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이전도 '옥석'이 있다

민경문 제약바이오 부장공개 2021-10-25 07:12:52

이 기사는 2021년 10월 22일 07:40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술이전, 즉 라이선스 아웃(L/O)은 제약바이오 기술의 가치를 평가하는 중요한 지표 중 하나다. 2017년 정부가 제약바이오 산업을 키우기 위해 국정 과제로 채택한 이후 작년까지 50건 넘는 L/O가 이뤄졌다. 올해 상반기 L/O 규모만 6조 700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도 특히 거래 건수가 두드러지게 증가하고 있다.

비상장 바이오회사 대표는 "상장하려면 어떻게든 L/O 실적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거래소의 공식 심사 규정에 있는 건 아니지만 어떤 방식으로든 쇼잉(showing)이 필요하다는 뜻으로 읽힌다. 거래소 입장에선 바이오신약 업체들의 '신기술'을 평가하기 어려운 만큼 객관적 지표인 L/O 실적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해외는 상황이 좀 다르다. 전임상 단계의 신약 후보 물질을 보유한 상태에서 상장이 이뤄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L/O 실적이 상장의 '필요조건'은 아니라는 얘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내선 '울며 겨자먹기'로 불필요한 L/O를 수행하기도 한다. 한 시장 관계자는 "상장이 L/O 목적은 아닐텐데 기술이전을 위한 기술이전이 돼 버린 꼴"이라고 말했다.

몇 년 전 일부 대형 상장 바이오업체들이 임상3상 지표를 달성하지 못하면서 논란이 된 적이 있었다. 이후 시장은 국내 바이오업체라면 임상을 끝까지 진행하기보다 서둘러 기술을 해외에 넘기는 전략이 바람직한 행보로 받아들여졌다. 다만 국내 자본시장의 유동성을 고려할 때 1, 2상 단계에서 독자 개발 없이 L/O만이 해결책인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

IPO만을 위한 L/O 수행 부담은 무리한 전략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일부 바이오회사가 해외 빅파마와의 L/O 대신 자회사를 만들어 기술을 넘기는 행태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글로벌 L/O만이 의미가 있는 건 아니지만 실적을 만들어 내기 위한 꼼수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상장을 앞둔 회사끼리 서로 기술을 주고 받는 사례 역시 같은 맥락으로 읽혀진다.

기술이전 딜 사이즈를 부풀려 시장을 호도하는 업체들도 있다. 거래 상대방의 현금흐름이 한정적인데도 비현실적인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을 책정한다. 전체 딜 규모가 조 단위라고 해도 '리턴(거절)'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질적인 업프론트(계약금) 비율이 중요할 수 있다. 최소 1%는 넘어야 의미있는 딜로 평가되지만 그렇지 않은 케이스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계약금을 현금이 아닌 주식으로 지급하는 경우 역시 마냥 긍정적이진 않아 보인다.

더벨 조사 결과 거래 규모나 선급금 등 기본적인 L/O 정보조차 '비공개'로 일관하는 업체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제약바이오 시장 참여자들이 L/O 성과를 투자 지표로 활용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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