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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 중도상환 결정한 HMM, 내심 주식전환 기대? 해진공, 12월9일 전 전환여부 결정…6천억 영구채 처리, 이자비용 절감 현실화

유수진 기자공개 2021-10-26 10:30:57

이 기사는 2021년 10월 25일 11:44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HMM이 해양진흥공사가 갖고 있는 영구 전환사채(CB)에 대해 중도상환을 추진한다. 보유현금으로 6000억원의 빚을 갚아 이자부담을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아직 해진공의 결정이 남아 실제 상환이 이뤄질 지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다만 내년 3월부터 적용 예정이던 '스텝업' 조항을 무력화 시키는데에는 성공했다.

영업호조로 곳간이 풍족해진 HMM은 수개월 전부터 해당 CB의 처리방안을 고민해왔다. 그대로두면 이자비용이 늘고 상환하면 재무구조 악화가 예상되는 등 일장일단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주가하락에 대한 주주반발이 거세지며 청구권 행사로 결심을 굳혔다.

이를 두고 HMM이 내심 해진공의 주식전환을 원할 수 있다는 시각이 있다. 돈 대신 주식을 주는 셈이어서 사실상 유상증자와 비슷한 효과를 내기 때문이다. 현금 유출없이 재무구조 훼손도 막고 이자비용도 줄일 수 있어 HMM 입장에선 가장 유리한 방법이다. 사실상 해진공의 주식전환을 위한 판을 깔아준 것과 다름 없다는 해석도 나온다.



HMM은 최근 '제191회 영구 CB'에 대해 중도상환 청구권을 행사한다고 공시했다. 2017년 3월 발행한 6000억원 규모의 만기 30년짜리 영구채다. 상환 예정일은 12월9일로 그 전에 채권자인 해진공이 주식전환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전환청구권을 행사하면 상환이 불발되고 6000억원 대신 8364만7009주를 받아가게 된다.

중도상환을 결정하게 만든 원인은 '스텝업 조항'이다. 해당 CB에는 발행일로부터 5년이 경과하면 연 3% 이율을 가산한다는 조건이 달려있다. 내년 3월부터 이자율이 기존(3%)의 두배인 6%로 뛰는 셈이다. 단순계산으로 연간 180억원이던 이자가 360억원이 된다. 매년 4000억원 이상을 이자비용으로 쓰고 있는 HMM의 부담이 가중된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HMM은 해당 CB의 상환 여부를 쉽게 결정하지 못했다. 영구채인 만큼 상환시 부채가 아닌 자본이 줄어 부채비율이 상승하는 등 재무지표 악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한 언제 해운시황이 악화될 지 모르는 데다 추가투자를 위해선 어느정도의 현금을 들고 있을 필요가 있다. 이같은 점들을 감안하면서도 중도상환을 추진키로 한 것이다.

HMM 최근 3개월 주가 추이. <출처:네이버 금융>

여기엔 최근 2개월새 주가가 급락하며 불만을 표출하기 시작한 주주들의 움직임이 영향을 미쳤다. 지난달 2일 장중 4만3850원을 찍었던 주가는 이달 12일 2만8400원으로 약 한달 만에 1만5000원 가량 떨어졌다. 그러자 소액주주들이 주가관리를 지적하기 시작했다. 특히 해진공의 주식전환으로 지분가치 희석과 주가하락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많았다.

그러자 HMM은 지난 13일 배재훈 대표이사 명의로 '주주님께 드리는 글'을 올려 "조기상환 청구권 행사를 검토 중"이라며 "행사 시점에 다시 안내하겠다"고 밝혔다. 사실상의 사전예고였다. 그리고 열흘도 채 되지 않아 중도상환 청구권 행사를 공식화했다.

HMM 관계자는 "내년 3월부터 이자율이 6%로 올라 이자부담이 커져 중도상환을 결정하게 됐다"며 "보유중인 현금으로 상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HMM이 내심 해진공의 주식전환을 원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자비용을 줄이고 재무훼손도 막을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해당 CB를 처리할 수 있는 다양한 시나리오 중 HMM에 가장 유리한 방식이다. 주식 전환시 상환과 마찬가지로 더 이상 이자를 주지 않아도 되고 자본총액에 변동이 생기지도 않는다. 현금곳간에서 6000억원이 유출될 일도 없다.

사실 이번 결정은 HMM이 나서 해진공이 전환권을 행사할 수 있는 판을 깔았다고도 볼 수 있다. 늦어도 12월9일 전까지 해진공이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만약 가만히 있었다면 해진공이 주식전환을 직접 의제로 올려야 하는 부담이 있었다. 하지만 HMM이 결정을 함에 따라 해진공은 등떠밀려 입장을 정해야 하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해당 CB 발행조건에 따르면 HMM은 발행일(2017년 3월)로부터 1년이 경과한 이후부터 중도상환을 할 수 있었다. 해진공 역시 2018년 3월부터 전환권 행사가 가능했다. 하지만 양측 모두 행사하지 않아왔다. 물론 HMM은 돈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진공은 전환을 시도할 명분이 없었다. 전환가액 대비 주가가 크게 올랐지만 설립목적과 역할상 평가차익을 고려할 순 없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HMM 입장에서는 해진공의 주식전환이 6000억원을 안 갚아도 되고 재무가 나빠질 걱정도 없어 나쁘지 않다"며 "해진공이 어떤 결정을 내리든 HMM은 주어진 역할을 다 했다는 명분을 얻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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