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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용 반도체 국산화' 정의선, 이재용·최태원과 의기투합할까 [공급망 시대, 위크 포인트는/반도체 리스크②] 모든 품목 독자 설계·생산, 현실성 낮아···GM·토요타도 반도체 기업과 협력

양도웅 기자공개 2021-12-02 10:40:22

[편집자주]

요소수 사태는 저비용을 특징으로 하는 가치사슬로 얽혀 있는 글로벌 무역생태계가 공급망 중심으로 패러다임이 바뀌는 과도기에서 드러난 사건이라고 평가받는다. 요소수 사태로 촉발된 공급망 리스크에서 나아가 국내 산업계가 마주하고 있는 주요 리스크를 살펴보고 대응책을 점검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11월 29일 16:2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재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차량용 반도체 부족에 따른 생산 차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재화를 추진하거나, 대형 반도체 기업들과 손을 잡고 있다. 미국의 포드와 GM, 일본의 토요타 등은 인텔, TSMC 등과 협력 관계를 구축했다. 현대차그룹은 일단 독자 노선을 선택한 모습이다.

하지만 결국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과 협력을 검토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반도체 산업의 높은 진입장벽과 복잡한 밸류체인, 독자 내재화 경우의 낮은 수익성 등 때문이다. 차량 한 대에 수백개, 많게는 수천개에 달하는 차량용 반도체를 홀로 설계하고 생산하는 건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이 배터리 부문처럼 차량용 반도체의 국내 생산을 포함한 개발 및 생산 확대를 위해 의기투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왼쪽)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완성차-반도체 기업'의 합종연횡···발 빠르게 움직이는 美·日

배터리전기차와 자율주행차의 개발로 차량에 탑재되는 디스플레이의 수가 늘어나고 자동차 움직임을 전기신호로 제어하는 범위가 확대되면서 차량용 반도체의 중요성이 높아졌다. 현재 MCU를 포함한 차량용 반도체는 내연기관차에 300여개, 배터리전기차에 600여개, 자율주행차(레벨 3수준)엔 3000여개가 탑재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미래 도로를 배터리전기차와 자율주행차가 점유할 것으로 예상되는 점을 고려하면 차량용 반도체의 생산 확대는 필연적이다. 2040년 전 세계 차량용 반도체 시장 크기는 최대 2조달러로, 2020년의 4배 이상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 더해 최근 팬데믹에 따른 '공급망 악화'로 차량용 반도체(시스템 반도체)의 중요성이 한층 더 커지자, 메모리 반도체를 제조하던 삼성전자와 같은 반도체 업체들부터 차량용 반도체 내재화에 소극적이었던 현대차와 같은 완성차 업체들도 관련 기술 확보와 시장 진출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미국과 일본의 움직임이 눈에 띈다.

미국의 포드와 GM은 인텔과 협력해 기존 공정에서 차량용 반도체를 생산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미국 정부 또한 보조금을 비롯한 전방위 지원에 나서고 있다. 일본의 토요타와 덴소(부품사)는 르네사스에 대한 지분 투자를 단행했고 반도체 설계회사(팹리스)를 함께 설립했다. 일본 정부도 TSMC의 일본 현지 생산 결정을 끌어냈다.

◇ '내재화 선언' 현대차, 혼자 힘만으론 어려워···정의선, 이재용·최태원에 손 내밀까

이와 달리 현대차그룹은 독자 노선을 걷는 모습이다. 지난해 말 현대모비스는 현대오트론(현재 청산)의 반도체 사업 부문을 인수했다. 현재 조직 정비를 상당 부분 완료하고 본격적인 차량용 반도체 설계와 개발 등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최고운영책임자(COO)도 올해 여러 차례 "반도체 직접 개발 원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결국 현대차가 경쟁사처럼 반도체 기업과 손을 잡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현대모비스가 차량용 반도체 일부 품목에 대해선 설계를 할 수 있지만 모든 품목을 설계하고 더 나아가 생산까지 자체적으로 하는 건 수익성 측면에서 현실성이 없다"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파운드리 역량을 확대하겠다고 했으니, 양사 간 협력이 현실적인 방안이다"고 분석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가운데)이 지난 9월 열린 '2021 수소모빌리티+쇼'에서 함께 관람하는 모습.

차량용 반도체를 포함한 시스템 반도체 생산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낙점한 미래 사업이다. 일례로 올해 5월 첨단 파운드리 공정 연구개발과 생산라인 건설 등에 총 171조원을 2030년까지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도 관련 투자 계획을 밝혔다.

이처럼 현대차그룹과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이해관계에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양사 간 협력 가능성은 작지 않은 셈이다. 다만 국내 재계 1, 2, 3위 기업들 간의 협력이라는 점에서 각 그룹의 오너의 의중이 중요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전망을 밝게 만드는 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회장 등이 이미 배터리 부문에선 협력 강화를 위해 여러 차례 만나며 우호적인 관계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7월 이 부회장은 여러 임원과 함께 경기도 화성에 있는 현대차 남양기술연구소를 방문해 정 회장(당시 직급은 수석부회장)을 만나 차세대 배터리와 전기차 등에서의 협력에 대해 다각도로 논의했다. 이 부회장 방문은 2개월 전인 5월 정 회장이 삼성SDI 천안사업장을 찾은 것에 대한 답방 차원이기도 했다. 정 회장과 최 회장은 배터리뿐 아니라 수소경제 영역에서도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현대차그룹이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반도체 기업들과 차량용 반도체의 국내 생산을 위한 논의를 했던 것으로 안다"며 "내년 초 부족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러한 공급만 문제는 언제든 반복될 수 있기 때문에, 실질적인 협력 방안이 도출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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