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1년 12월 06일 07:5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갈수록 기사를 쓰는 게 쉽지 않다. 연차가 쌓이면 익숙해질 줄 알았는데 도리어 반대다. 외부에서도 그리고 스스로도 기대치가 높아지기 때문일 터다. 예전에는 별 고민 없이 썼던 단어를 쓰기가 망설여진다. 단어가 불러올 파장을 아는 탓이다. 펜은 점점 무거워진다. 바이라인이 주는 책임감도 계속 커진다. 10년이 지나면 어떨까. 아마 더 어려워질 것이다.최근 발표된 SK그룹 임원인사는 예상보다 싱겁게 끝났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별다른 게 없었다. 특히 그룹 안팎에서 가장 큰 관심을 모았던 최재원 수석부회장의 거취가 발표되지 않았다.
얼마 뒤 최 부회장이 이달 안에 SK온 대표이사로 돌아온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여러 이유로 이사회가 다른 계열사보다 늦게 열린다고 한다. 의도했든 아니든 최 부회장은 ‘주인공은 마지막에 등장한다’는 말의 주인공이 될 예정이다.
SK온은 앞으로 SK그룹에서 가장 많은 주목을 받을 회사다. 가파르게 성장하는 시장 규모에 맞춰 대규모 투자도 잇달아 이뤄지고 있다. 성장 가능성이 높은 건 물론 기업공개(IPO)도 앞두고 있다.
쉽지만은 않은 결정이었을 거다. 최 부회장의 복귀에는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취업 제한이 풀리자마자 당연하듯 복귀하는 오너 일가를 보는 눈이 마냥 고울 리 없다.
최 부회장은 SK그룹의 배터리사업을 처음부터 기획해 키워낸 인물로 알려져 있다. 다시 지휘봉을 잡는 지금 '이미 잘 달리고 있는 말에 단순히 채찍질을 더하는 것' 그 이상을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경영환경도 달라졌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그야말로 전쟁터다. 하루가 멀다하고 증설 발표가 이어지고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되는 합종연횡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분명 만만치 않은 복귀 무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우려보다는 기대가 큰 건 그런 이유에서다. 본인에게 쏟아진 스포트라이트를 모를 리 없다. 굳이 대표이사가 아니어도 충분히 경영에 참여할 수 있다. 마음만 먹으면 결정은 다 내리지만 책임은 피할 수 있는 편한 자리에 머물 수도 있다. 이미 많은 오너들이 그렇게 하고 있다. 최 부회장의 대표이사 복귀는 내 이름을 걸고 책임지고 회사를 잘 이끌겠다는 의미다. 기자로 치면 바이라인인 셈이다.
이쯤에서 최 부회장에게 묻고 싶어졌다. 기사 쓰는 건 점점 어려워지던데 '경영'은 어떤지. 날이 갈수록 쉬워지는지 오히려 익숙해지는지. 그리고 10년 뒤에는 어떨 것 같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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