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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퇴한 석태수 사장, '세대교체' 그 이상의 의미 '37년차' 한진맨, '조원태 체제' 정착에 조력…한진그룹, 올해 새 도약 준비

유수진 기자공개 2022-01-14 09:17:08

이 기사는 2022년 01월 13일 10:3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진맨' 석태수 한진칼 사장(사진)이 물러난다. 1984년 12월 대한항공에 평사원으로 입사하며 '한진맨'으로 살아온 지 37년여 만이다. 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최측근이자 복심이었던 석 사장의 용퇴는 세대교체에 마침표를 찍고 '조원태 체제'가 더욱 공고해진다는 의미다.

동시에 얼룩진 과거와 결별하고 새 도약을 준비한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그간 석 사장이 조직에서 맡아온 역할 등을 고려하면 그룹이 안정화 상태에 접어들어 떠날 수 있다고 봐도 무방하기 때문이다. 한진그룹은 올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마무리짓고 국내 유일 대형항공사를 보유한 항공그룹으로 첫발을 내딛게 된다.

한진그룹은 12일 '2022년 정기 임원인사'를 내고 류경표 ㈜한진 부사장을 한진칼 사장으로 승진 발령한다고 밝혔다. 류 사장이 대표이사에 내정되며 기존 각자 대표였던 석 사장은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석 사장의 용퇴는 사실 어느정도 예상됐던 일이다. 오는 3월 한진칼 사내이사 임기가 끝나기 때문이다. 물론 재선임 가능성이 없진 않았다.

하지만 그는 2019년 말 대한항공 부회장에서 물러나고 작년 6월 정석인하학원 이사직을 내려놓는 등 서서히 떠날 준비를 해왔다. 조 회장 체제가 출범 4년차를 맞아 확고히 자리잡은 만큼 '때'가 됐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재계에서는 조 회장이 아버지 조양호 전 회장의 흔적을 지우고 '자신의 사람들'로 주변을 채우기 위한 인사를 했다고 분석한다. 동생 조현민 부사장을 1년 만에 사장으로 승진시킨 것도 이 같은 해석에 힘을 싣는다. 실제로 석 사장은 사실상 그룹에 남은 마지막 '아버지의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룹 내부에선 그 이상의 역할을 했다. 2019년 4월 조 전 회장 별세 후 '아버지의 사람'은 '아들'을 살뜰히 챙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근거리에서 조 회장 체제의 연착륙을 도왔다. 자신이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한진칼 이사회에서 조 회장을 한진칼 회장에 선임했고 공정거래위원회의 동일인 변경 과정에서도 실무를 총괄했다.

무엇보다 한진그룹이 2년 넘게 경영권 분쟁을 겪는 동안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우호세력 확보에 나섰다. 백기사를 찾아 가장 바쁘게 뛰어다닌 인물 중 하나로 손꼽힌다. KCGI와 치열한 표대결이 진행된 두 차례의 주주총회 모두 석 사장이 의장으로서 회의를 진행했다.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이 끝나 석 사장이 물러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2018년 KCGI의 한진칼 지분 취득으로 시작된 경영권 분쟁은 산업은행의 참전으로 지난해 사실상 막을 내렸다.

결과적으로 이 기간 한진칼과 대한항공은 지배구조와 재무구조 개선을 이뤘고, 기업가치도 증대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소 진통을 겪긴 했지만 조 회장 체제가 자리를 잡았고 국내 항공업계 재편을 이끄는 등 내외부적으로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무엇보다 2022년은 한진그룹에 '의미있는 한해'가 될 전망이다. 포스트코로나 시대로의 전환과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발판 삼아 글로벌 시장에서 훨훨 날 준비를 하고 있다.

조 회장은 연초 신년사에서 "아시아나항공 인수 합병과 함께 대한항공이 글로벌 메가 캐리어(Global Mega Carrier)로 나아가는 원년이 될 것"이라며 "단순히 두 항공사를 합치는 것이 아닌 대한민국 항공업계를 재편하고 항공역사를 새로 쓰는 시대적 과업인만큼 흔들리지 않고 나아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석 사장의 용퇴는 한진그룹이 과거 세대는 물론 어두웠던 기억과도 작별하고 새로운 미래를 향해 나아간다는 의미로도 해석 가능하다. 해외 경쟁당국들이 하나둘 기업결합을 승인하고 있고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급감했던 여객 수요 회복에 대한 기대도 높아지는 분위기다.

석 사장이 향후 고문으로 재직할 지 여부는 아직 미정이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석 사장의 용퇴 이후 거취에 대해선 아직 정해진 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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