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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기업 빌드업 리포트]후성그룹 오너, 유콘시스템 지분 어떻게 활용할까②2011년 퍼스텍 100% 인수, 2014년 김근수 회장 부자에 42% 넘겨...흑전 후 IPO 가능성

박상희 기자공개 2022-01-25 07:56:13

[편집자주]

삼성전자가 로봇 산업에 본격 진출한다는 소식과 ‘CES 2022’에서 국내 기업들이 잇따라 로봇을 앞세우면서 로봇기업 주가가 고공비행하고 있다. 산업계에서 오롯이 로봇에만 집중하는 업체는 대부분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중견·중소기업이다. 시장에서 로봇에 주목하기 시작한 지금은 로봇 기업들이 자본시장에서 적극적으로 자금 조달에 나서거나 지배구조에 변화를 꾀할 최적의 타이밍이다. 로봇 업체들이 자본시장을 활용해 어떻게 빌드업에 나설지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1월 18일 15:0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시장에서 로봇 테마주로 분류되는 퍼스텍이 계열사인 유콘시스템을 어떻게 활용할지 관심을 끈다. 무인화부문에서 무인항공기, 무인로봇, 수직이착륙비행로봇 등을 개발하고 있는 퍼스텍은 드론 개발업체인 유콘시스템과도 사업적 긴밀도가 높다. 국내 무인 항공기(드론) 분야에서 트랙 레코드를 착실히 쌓은 유콘시스템은 퍼스텍에 인수된 지 약 10년 만에 기업가치가 수십 배로 상승했다.

2011년 유콘시스템 인수 이후 성장성을 확인한 후성그룹 오너일가는 2014년 유콘시스템 지분을 직접 취득했다. 향후 유콘시스템을 매각하거나 기업공개(IPO)에 나서면 상당한 차익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김근수 후성그룹 회장과 아들인 김용민 부회장이 향후 그룹 경영권 승계 재원 마련을 위해 유콘시스템에 선젝적으로 투자한 것으로 풀이된다.

◇2011년 매출 43억→2017년 230억 '고속 성장'...현재 120억 '정체'

퍼스텍은 2011년 무인항공기 체계업체인 유콘시스템을 인수하며 드론 시장에 진출했다. 당초 지분 80%를 49억6160만원에 사들였고, 추후 나머지 20%를 확보해 100% 자회사로 뒀다. 당시 국내서 무인항공기를 개발하는 업체는 한국항공우주(KAI), 대한항공, 유콘시스템 등 손에 꼽을 정도였다. 퍼스텍이 선도적으로 드론 사업에 뛰어든 것이다.

유콘시스템은 2001년 설립 이후 국방과학연구소로부터 주요 개발 사업을 수주하며 성장했다. 초기에 자동이착륙용 지상통제 컴퓨터, 모의시험장비 개발 등을 주로 맡았다. 2004년 아랍에미리트 공군에 무인항공기 지상통제시스템을 공급하며 국내 최초로 수출에 성공했다.

2005년 국방부로부터 방산물자 수출업체로 지정됐고, 2006년에는 초소형무인항공기(MAV)개발 주관업체로 지정됐다. 동시에 아랍에미리트 공군에 무인항공기 지상통제시스템을 2차, 3차 수출하며 해외에서도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퍼스텍에 인수됐던 첫해 43억원에 불과했던 유콘시스템의 매출 규모는 2015년 125억원으로 늘어났고, 2017년 230억원까지 증가했다. 그동안 순손익은 단 한 번의 적자 없이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 수준을 기록했다.

시스템 주주 현황(출처: 2020년 감사보고서)

드론 사업의 성장성을 확인하자 후성그룹은 유콘시스템 지배구조에 변화를 줬다. 퍼스텍이 유콘시스템 지분율 100%를 소유하고 있었으나 2014년에 44%로 낮아졌다. 김근수 후성그룹 회장이 28%를 사들였다. 김 회장의 아들인 김용민 부회장이 14%, 트래닛(옛 후성테크)이 14%를 가져갔다.

향후 유콘시스템의 기업공개(IPO)나 지분 매각을 염두에 둔 조치로 풀이된다. 특히 드론 개발에 박차를 가한 결과, 국내서 손꼽히는 드론개발 업체로 성장한 점을 감안하면 유콘시스템이 상장할 경우 김근수 회장 부자는 구주매출을 통해 상당한 차익을 얻을 수 있다. 인수합병(M&A)을 통해 경영권을 매각할 경우도 마찬가지다.

1948년생인 김근수 회장은 경영권 승계를 준비해야 하는 시점이다. 유콘시스템 지분 취득은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지분 증여나 상속 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선제적 투자로 해석된다.

◇퍼스텍, 2018년 유콘시스템 종속기업→관계기업 분류

다만 최근 유콘시스템의 실적 성적표는 좋지 않다. 유콘시스템은 2017년까지 안정적인 실적을 기록하며 순항했으나 2018년 갑작스런 매출 감소와 함께 2010년대 들어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2018년 매출액은 전년대비 22.4% 줄어든 180억원으로 집계됐다. 순손익은 32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2019년과 2020년에도 각각 24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으로도 3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유콘시스템의 매출은 2019년과 2020년 120억원 구간에 갇혀 있다.

재무구조도 악화했다. 2018년 말 유콘시스템의 부채비율은 110.8%였으나 1년 만인 2019년 말 181.3%로 약 70%포인트 상승했다. 2020년말 부채비율은 411%에 이른다. 외부 투자자 유치 등을 고려할 수 있으나 이 경우 오너일가를 비롯한 지분율 희석이 고민이다. 유콘시스템을 경영권 승계 재원으로 활용하기 위해선 지분율 감소는 지양해야 한다.

유콘시스템이 최근 몇 년간 적자가 지속되는 점을 감안하면 상장 추진은 실적이 턴어라운드 한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점쳐진다. 퍼스텍 관계자는 "현재로선 유콘시스템 상장이나 경영권 매각 등을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유콘시스템의 실적과 재무구조가 악화했지만 최대주주인 퍼스텍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 2018년 매출 감소와 함께 영업손익이 적자로 돌아서자 퍼스텍은 기존 종속회사로 뒀던 유콘시스템을 관계회사로 변경했다. 이에 따라 유콘시스템의 실적과 재무구조는 퍼스텍 연결 재무제표에 반영되지 않는다.

다만 퍼스텍은 유콘시스템에 대한 채무보증(24억원)을 결정하는 등 재무적인 지원은 계속하고 있다. 눈길을 끄는 건 퍼스텍이 채무보증과 관련해 유가증권시장본부로부터 2020년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예고'를 받기도 했다는 점이다. 유콘시스템이 산업은행으로부터 자금을 차입하는 데 퍼스텍이 채무보증을 선 사실을 뒤늦게 공시한 것이 이유였다.

한편 퍼스텍이 최근 주가 상승 흐름 기회를 살려 자본시장에서 자금 조달에 나설지도 관심이다. 퍼스텍이 자본시장에서 자금 조달에 나선 건 후성그룹에 인수된 이후 딱 한 번에 그쳤다. 퍼스텍은 2017년 7월 운영자금 160억원 조달을 목적으로 무기명식 이권부 무보증 사모 전환사채 발행을 결정했다. 표면이자율과 만기이자율은 모두 0%다. 사채 만기일은 2023년 7월 27일이다.

퍼스텍 관계자는 "CB 160억원 가운데 상당수는 투자자 요청에 따라 조기 상환하거나 주식으로 전환됐다"면서 "현재 남아 있는 금액은 20억원가량"이라고 말했다.

당시 CB 투자자는 중소기업은행, 산은캐피탈 등을 비롯한 금융권이었다. 최근 주식시장에서 로봇 테마주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퍼스텍 주가도 많이 올랐기 때문에 주식 전환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된다.

퍼스텍 부채비율은 2019년 567.71%에 달했으나 2020년 304.03%로 하락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마이너스(-)104억원에서 71억원으로 흑자전환했다. 2021년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33억원이다. 퍼스텍 관계자는 "추가적인 CB 발행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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