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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행과 '선택 2022' thebell note

류정현 기자공개 2022-01-21 07:44:27

이 기사는 2022년 01월 20일 07:4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프레임의 힘은 강력하다. “코끼리를 생각하지 말라”는 말을 듣는 순간, 머릿속에 떠오른 코끼리와 이를 억누르기 위한 생각이 충돌한다. '왜 코끼리를 생각해서는 안 되는지', '코끼리란 무엇인지'와 같은 본질적인 내용은 뒷전이다.

선거에서 프레임은 더 강력하다. 적합한 후보에게 표를 주기 위해서는 유권자가 후보자의 본질에 접근해야 하는데 이를 사전에 차단해버린다. 가장 중요한 선택의 순간에 판단을 흐릿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무섭기까지 하다.

차기 저축은행중앙회장 선거가 이제 막을 올린다. 저축은행중앙회는 20일 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소집할 예정이다. 이튿날 후보 모집 공고를 내면 본격적인 선거전에 돌입한다. 회추위는 지원자 가운데 1~3명의 후보를 추린 후 2월 20일 임시총회를 열어 최종 투표에 부친다. 전국 79개 저축은행이 1표씩 행사해 차기 회장을 결정한다.

세간의 관심 역시 뜨겁다. 저축은행이 금융권 내에서 차지하는 존재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대형 저축은행은 자산규모, 수익성 등에서 웬만한 지방은행에 뒤지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들리는 요즘이다. 당연히 그 업계를 대표하는 중앙회장에 이목이 쏠릴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 선거에도 프레임이 걸려있다는 점이다. 금융협회장 수장 인선이 진행될 때마다 들려오는 ‘민·관’ 프레임이다. 하마평이 돌기 이전부터 또 관 출신이 오는지를 두고 말이 많았다. 이후 오화경 하나저축은행 대표이사가 출사표를 던지고 이해선 전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장이 뒤를 이으면서 이러한 민과 관의 경쟁 프레임이 구축됐다.

필요 없는 논쟁은 아니다. 민간에서 저축은행 경험을 보유한 사람이 오는지, 관료 출신으로서 금융당국과 소통할 수 있는 사람이 오는지는 중요한 문제다. 규제 완화, 지방경기 침체 등 처리해야 할 사안이 많은 저축은행 업계로서는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다.

다만 프레임에 갇혀 본질을 놓쳐서는 안 된다. 궁극적으로 저축은행 업계를 누가 더 잘 이해하고 있고, 누가 진정으로 전체 저축은행을 대변할 수 있을지를 더 많이 생각해야 한다. 그 부분에 있어서만큼은 출신이 중요한 게 아니다.

2011년 저축은행 사태를 마무리하고 업계가 새롭게 출범한 지 이제 막 10년에 다다랐다. 조만간 저축은행 업계 출범 50주년도 맞이한다. 그와 동시에 디지털 전환, 업계 양극화 등 풀어야 할 숙제도 산더미다.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선거. 부디 적임자가 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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