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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ket Watch]IPO시장도 'ESG 바람' 거세진다…사후관리는 미흡ESG 관련 에쿼티스토리 '대세'…공모 이후 실제 자금 사용내역 확인 불가 '한계'

최석철 기자공개 2022-01-27 08:26:12

이 기사는 2022년 01월 25일 16:0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IPO 시장에서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가 핵심 테마로 떠올랐다. 기업공개를 위한 IR(기업설명회) 과정에서 2차 전지와 신재생에너지, 에너지감축, 친환경 재활용 등 예비 IPO기업이 영위하는 업종에 대한 어필은 물론 ‘ESG 경영’도 전면에 내세우는 추세다.

회사의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 것은 물론 최근 ESG 투자에 더욱 높은 ‘가점’을 매기는 투자환경 변화에 따른 변화다. 특히 국내 기관뿐 아니라 해외 기관투자자의 경우 IPO를 위한 IR(기업설명회) 과정에서 ESG에 대한 질의를 하는 빈도가 부쩍 늘어났다는 설명이다.

◇채권 이어 IPO 시장에서도 ESG 테마 떠올라...투자자 역시 ESG 항목 점검 강화

2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까지만 해도 주로 DCM(부채자본시장)에서만 부각됐던 ESG 트랜드가 IPO시장으로도 확장되고 있다.

지난해 다양한 업종과 신용등급의 기업이 속속 ESG채권 발행에 나서면서 ESG채권 시장규모는 약 26조원으로 확대됐다. 일부 업종과 우량 신용등급 이슈어에만 쏠렸던 2020년과 다른 양상이었다.

올해 IPO시장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주로 대형사를 중심으로 ESG를 중요하게 언급했지만 중견 IPO기업 역시 ESG를 핵심 에쿼티 스토리로 어필하고 있다.

ESG를 주요 에쿼티스토리로 내건 예비 IPO기업을 살펴보면 1월 아셈스(친환경 접착소재)와 이지트로닉스(전력변환장치)가 각각 기관 수요예측에서 흥행에 성공하며 상장을 코앞에 두고 있다.

이 밖에 세아메카닉스(2차 전지 부품)와 대명에너지(신재생에너지)가 상장 승인을 받았으며 태림페이퍼(골판지), 범한퓨얼셀(수소 연료전지), 성일하이텍(배터리 재활용), 메를로랩(에너지 플랫폼) 등이 상반기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들은 IR 과정에서 자체 사업과 ESG와 연관성을 부각시키면서 매력을 어필하고 있다. 향후 ESG가 지속가능성 경영으로 여겨지는 흐름 속에서 중장기적 성장성을 부각시키기 위한 선택이다.

자체 사업과 ESG가 직접적인 연결고리가 없더라도 IPO 기업 대다수가 ESG 테마를 놓치 않고 있다. ESG에 부합하는 새로운 신사업 진출이나 투자 확대 등을 에쿼티 스토리로 제시하거나 하다못해 ESG 경영체제 확립이라는 내용을 강조하는 방식이다.

대표적 탄소 배출 업종으로 꼽히는 중후장대 기업들 역시 예외가 아니다. 지난해 IPO를 마무리한 현대중공업은 기존 중후장대 이미지가 강했던 조선업의 이미지를 친환경 선박을 바탕으로 미래지향적 기업으로 탈바꿈하는 데 성공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ESG는 기업의 성장성을 부각시킬 뿐 아니라 실제 공모 과정에서 자금을 확보하는 데도 유리한 카드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미 자산운용사 중 상당수가 ESG 투자 기조를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공모주 펀드 역시 ESG 투자를 접목시키는 사례가 부쩍 늘었다는 설명이다. 일부 해외 기관투자자를 중심으로 공모 과정에서 해당 기업의 ESG 항목에 대한 질의도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ESG 평가가 좋을 수록 더 많은 공모주 물량을 신청하기 위해서다.

최근 일부 IB 실무진 사이에서 성공적 IPO를 위해선 ‘유망업종은 선택, ESG는 필수’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오는 이유다.

IB 관계자는 “딜을 주관하는 입장에서도 예비 IPO기업의 ESG 항목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IR 과정에서 ESG와 관련한 계획을 어필해야 기관투자자들로부터 좀 더 좋은 평가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사전인증·사후관리 제도 없어...기업 경영진의 '선의'에만 기대

다만 사후관리 측면에서는 미비하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크다. ESG를 내건 대다수 예비 IPO기업이 공모자금을 ESG에 부합하는 사업에 사용하겠다며 자금의 사용목적을 기재하지만 상장 이후 해당 자금 흐름을 실제로 추적하기는 쉽지 않아서다.

예를 들어 친환경 사업에 투입하기로 약속했던 돈을 일부 채무 상환에 사용하더라도 외부에서는 쉽게 알아차리기 쉽지 않다. 돈에는 꼬리표가 없다.

이는 지난해부터 제도적 기틀이 갖춰지기 시작한 ESG채권에서도 여전히 불거지는 이슈다. ESG채권의 경우 발행사가 회사채 발행 이전에 신용평가사를 통한 사전 인증평가를, 발행 이후에는 해당 자금이 실제로 ESG에 부합되는 사용처에 투입됐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사후 관리가 이뤄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ESG채권을 발행한 자금이 엉뚱한 곳에 쓰이는 이른바 ‘그린워싱’은 여전히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별다른 제도적 견제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법적으로 적격 프로젝트를 정의한 기준도, 관리 체계도, 사후적 처벌 기준도 미비하다.

하물며 아직 이렇다 할 인증 제도가 없는 IPO시장에서는 더욱 ESG 테마가 자칫 공모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도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다.

딜을 주관하는 IB로서도 부담이 되는 포인트다. 예비 IPO기업으로부터 자료를 받고 실사를 진행하지만 IPO 이후 자금의 행방에 대해서까지 IB가 직접 확인할 방법도, 이유도 없다. IPO기업 경영진의 ‘선의’에 맡겨야하는 셈이다.

다른 IB 관계자는 "이와 관련된 사후 관리 측면까지는 별다른 통제 장치가 없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IPO에 나서는 기업은 대부분 보유한 현금 대비 성장에 대한 의지가 큰 곳인 만큼 다른 곳에 사용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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