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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업계를 위한 변명 thebell note

이은솔 기자공개 2022-05-10 08:03:43

이 기사는 2022년 05월 09일 07:4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주 보험업계에서는 농협생명이 화제의 중심에 섰다. 농협금융지주 실적 발표에서 농협생명의 지급여력(RBC)비율이 기재되지 않아 '미공시' 논란이 불거졌다. 금리 상승으로 농협생명의 자본적정성이 위험하다는 기사가 앞다퉈 쏟아졌다.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농협생명은 수년 전 진행한 채권재분류로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저금리가 지속될 거라고 예상하고 자본비율 관리를 위해 채권의 계정을 옮겼지만 예상과 달리 금리가 상승하면서 대규모 평가 손실이 발생했다.

그러나 국내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보험사의 실질적인 건전성이 위태로운 수준이라고 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 농협생명은 농협지주라는 든든한 부모도 갖고 있다. 농협생명의 100% 주주인 농협지주는 문제가 커지자 곧바로 대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게다가 실적발표에서 RBC 비율을 밝히는 건 선택이지 의무가 아니다. 보험사는 분기 마감일로부터 45일 이내에 공시 자료를 제출하면 된다. 금융지주사들이 공시에 앞서 IR 자료에 RBC 비율을 가결산해 제시하는 관행이 있었을 뿐 공시일 전에 RBC비율을 미리 밝히지 않아도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

농협생명만의 문제일까. 다른 금융지주 계열 보험사들도 IR 자료에서 RBC비율을 공개하지 않았다. 이달 중순 1분기 보고서가 공개되면 감독당국의 권고기준 150%를 하회하는 보험사가 두어 곳은 더 나온다. 금리가 더 빠르게 치솟았던 2분기까지 가면 상황은 더 심각해진다. 업계에서는 150%는커녕 보험업법상 최소 기준인 100% 아래로 떨어지는 회사도 등장할 거라는 우려가 나온다.

멀쩡한 보험사들이 우수수 '관리대상'에 오르는 건 현행 제도의 영향도 크다. 올해까지 적용되는 RBC 제도는 자산만 시가평가해 금리가 상승하면 부채와의 괴리가 커진다. 이런 한계 때문에 당국은 내년 새 제도를 도입한다. 업계에서는 새국제회계기준(IFRS17)을 적용하기 시작하면 금리로 인한 변동성이 줄어들 거라고 보고 있다.

반년 후면 사라질 제도를 위해 보험사들은 큰 비용을 감수해가며 자본을 추가로 쌓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금리가 이렇게 치솟을 거라고 예측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무분별한 규제 완화는 지양해야 하지만 금리와 제도 변화라는 이중고에 놓인 보험사들에게 당국이 조금의 융통성은 발휘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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