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2년 05월 11일 07:42 thebell 유료서비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투자자가 기업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정보는 무엇일까. '가이던스(guidance)'다. 회사가 자체적으로 내놓는 실적 전망치로, 예측한 매출과 영업이익 등이 들어간다. 미래 사업 성과를 알려주는 안내서나 다름없다.가이던스 이면에는 근거가 존재한다. 시장에서 납득할 정도의 '타당성'을 갖추는 게 관건이다. 투자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 참고할 만하다는 '신뢰성'도 확보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칫 증권가에서 제시하는 예상치인 컨센서스(consensus)와 괴리가 발생할 수 있다.
고려아연이 2017년에 연간 가이던스를 내놨다가 애널리스트들의 비판을 받았던 사례가 떠오른다. 실적 전망의 근거인 원자재 가격 예상치를 시장의 진단과 달리 지나치게 낮은 수준으로 내다본 대목이 문제였다. 당시 고려아연은 그해 아연 평균 가격이 톤당 2200달러에 형성될 거라고 명시했다.
시세 우상향 가능성이 뚜렷하다고 분석한 애널리스트들의 의견이 들어맞았다. 2017년 말까지 아연 가격은 톤당 3300달러 수준으로 올랐다. 원자재 값의 상승 여파로 고려아연은 같은 해에 개별 기준 매출 5조4524억원, 영업이익 7612억원을 올렸다. 호실적을 거뒀지만 매출 4조8193억원, 영업이익 5709억원을 예상한 가이던스와는 금액 격차가 상당했다.
물론 원자재 가격의 추이를 쉽게 예단하기는 어렵다. 경제 위기, 전쟁, 자연재해 등 온갖 변수를 맞닥뜨리면 시세가 출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업 성과를 좌우하는 요소인 만큼 수정 근거를 토대로 추가 전망을 내놓는 자세도 필요하다. 한국IR협의회는 '상장법인 IR모범규준'을 통해 "경영환경 변화로 예측치가 바뀌었을 때 변경 내용을 공시하고 투자관계자에게 제공"할 것을 권고한다.
일회성으로 연간 실적 전망치를 내놓는 데 그치지 않고, 분기 가이던스를 제시하는 대안도 살펴야 한다. 반도체 회사 AMD, 전자상거래 업체 이베이 등 굵직한 글로벌 기업들은 분기마다 예측한 매출과 영업이익을 제시한다. 업황, 원료 시세 예상치 등 판단 근거가 계속 '업데이트' 되는 만큼 투자자들에게 충분한 데이터를 안내하는 의미가 존재한다.
회사의 현재를 넘어 미래까지 알고 싶어하는 투자자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건 기업 IR 조직이 풀어나갈 과제다. 실적 전망의 토대를 이루는 근거 정확도를 높이는 건 결코 쉽지 않으나 넘어야 할 산이다. 투명한 경영 정보를 제공하는 IR의 취지에 부합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수출입은행, 상반기 출자사업에 14곳 출사표
- 카카오, 2억달러 교환사채 발행 '공식화'
- [Red & Blue]수급 몰리는 피제이메탈, 알루미늄 시세 급등 '수혜'
- 이에이트, 가천대·길병원과 '디지털 트윈 병원' 구축 MOU
- [멀티플렉스 재무 점검]베트남만 남은 롯데시네마 해외사업
- [뮤지컬 제작사 열전]EMK컴퍼니, 고속성장 비결은 '대기업과 10년 동맹'
- 모트롤 인수 추진하는 두산그룹, 3년 전과 달라진 건
- [LG화학의 변신]패착된 NCC 증설, 자산 유동화 '제값 받기' 관건
- [캐시플로 모니터]포스코인터 '조단위 투자' 거뜬한 현금창출력
- [항공사 기단 2.0]'공격 확대' 에어프레미아·이스타, 매출·리스 줄다리기
박동우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Board Index/카카오]SM엔터·카뱅 이사회 공시, 결정적 차이는 '반대사유 공개'
- [레버리지&커버리지 분석]'갚고 또 갚고' GS E&R, 재무건전성 강화전략 지속
- [Board Index/카카오]페이·게임즈·SM엔터, 사추위에 '전원 사외이사' 배치
- [Board Index/카카오]'대표·의장 따로' 상장계열사 10곳 중 4곳
- [Board Index/카카오]'쇄신'과 마주한 이사회, 인적구성부터 바꿨다
- [레버리지&커버리지 분석]HD현대오일뱅크 차입기조 관통하는 키워드 '장기'
- [투자 포트폴리오 리포트/LS전선]'출범 10년차' LS에코에너지, 동남아시장 개척 첨병
- [유동성 풍향계]최대현금 쌓은 GS글로벌, 비결은 '운전자본 제어'
- [기업집단 톺아보기]SNT저축은행, 자산건전성에 '경고등' 켜졌다
- [기업집단 톺아보기]SNT에너지, 16년만의 '무상증자' 결정한 배경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