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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차시장, 피치마켓 될까]'30조' 시장, 2023년 마침내 '활짝'①기존 중소사업자 충격 완화 고려…현대차·기아, 내년 5월 정식 사업개시

유수진 기자공개 2022-05-19 07:36:41

[편집자주]

대표적인 '레몬마켓' 중고차시장이 변곡점을 맞는다. 지난 3월 중고차판매업이 생계형 적합업종에 지정되지 않으며 10년 만에 현대차그룹 등 대기업이 진출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들은 투명한 관리로 소비자 권익을 보호하고 기존 업계와의 상생에도 힘쓰겠단 각오다. 더벨은 변화를 앞둔 중고차시장의 과거와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를 살핀다. '시고 맛없는' 시장이 대기업 합류를 발판 삼아 달콤한 '피치마켓'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

이 기사는 2022년 05월 13일 10:21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달 28일 저녁 8시40분. 중소벤처기업부 중소기업사업조정심의회는 마라톤 회의 끝에 현대자동차·기아의 중고차판매업 진출 관련 사업조정 권고안을 의결했다. 내년 5월 이후 사업을 개시하도록 하고 그로부터 2년간 판매대수를 제한하는 내용이 골자다.

당초 이날 회의는 오후 6시쯤 마무리될 걸로 예상됐으나 이를 2시간40분 초과했다. 막판까지 위원들간 의견 합치가 쉽지 않았던 탓이다. 그야말로 '격론'이었다는 후문이다. 늦은 시간까지 애태우던 현대차그룹은 "다소 아쉬운 결과"라면서도 "대승적 차원에서 권고 내용을 따르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30조' 중고차시장, 판도 바뀐다

중기부의 권고안이 나오며 '30조원'에 달하는 중고차시장 판도가 빠르게 바뀔 전망이다. 높은 성장 잠재력에도 차마 발을 들이지 못하고 군침만 흘리던 완성차·렌터카업체 등 대기업들이 속속 들어올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 이번 심의회 결과는 현대차·기아에만 해당되는 내용으로 대기업이 중고차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은 이보다 한달여 전인 지난 3월 열렸다. 중기부가 중고차판매업을 '생계형 적합업종'에 지정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하면서다. 이로써 기업규모와 무관하게 누구나 시장에 뛰어들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

현대차·기아는 예외적으로 중기부의 사업조정안을 적용 받는다. 기존 중고차업계가 정부에 'SOS'를 친데 따른 것이다. 올 1월 양사가 시장 진출을 선언하고 경기도 용인과 전라북도 정읍에 각각 사업등록을 신청하는 등 본격 준비에 들어가자 중고차단체들이 사업조정을 요청했다.


시장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거대 사업자라는 점을 의식한 조치다. 실제로 현대차·기아의 내수 점유율은 70%를 넘긴다. 사실상 양사의 움직임에 따라 나머지 사업자들이 속도조절을 할 게 자명하다. 그동안 중고차시장 관련 논의에서 현대차그룹의 진출이 완성차업체의 진출, 나아가 대기업의 진출과 사실상 동일한 의미로 받아들여져 온 배경이다.

심지어 사업조정 신청은 중고차판매업에 대한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여부가 결정되기 전 이뤄졌다. 국민여론과 시장 분위기상 대기업의 진입을 가로막을 명분이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영향이다. 사실상 업계에선 '시기'의 문제로 봤다.

그렇다보니 자연히 심의회의 권고안에 업계 안팎의 눈이 쏠렸다. 현대차와 기아의 시장진출 계획을 좌우할 유일한 외부변수였기 때문이다.

첨예한 입장차 고려한 '절충안', 현대차·기아 3년간 사업조정

심의회는 현대차와 기아에 중고차판매 사업개시를 내년 5월 이후로 미루라고 권고했다. 중소사업자들의 피해가 예상되는 만큼 경쟁력 강화에 나설 시간적 여유를 줘야 한다는 이유다.

대신 양사가 내년 1월부터 4월까지 5000대 범위 안에서 시범판매를 할 수 있도록 했다. 당초 올 하반기 중 사업을 개시하려 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최장 6개월 가량 일정에 차질이 생기는 셈이다. 중기부는 이 기간을 거치며 중고차 매입물량 부족, 매입가 상승 등 초기에 예상되는 충격이 일부 완화될 걸로 보고 있다.


또한 사업개시 후 2년 동안 판매대수 상한을 정해두기로 했다. 첫해 현대차는 2.9%, 기아는 2.1%(그룹 합산 5%)의 점유율 확보만 가능하다. 다음해는 4.1%, 2.9%(합산 7%)로 소폭 늘어난다. 매입물량의 일정부분 이상을 중소사업자가 확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산출기준은 국토교통부 자동차 이전등록 통계자료의 직전년도 총거래대수와 사업자거래대수의 산술평균값을 따른다.

사실상 양측의 첨예한 입장차 사이에서 절충안을 찾은 것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현대차그룹은 사업개시 연기 및 매입 제한 불가를 주장하며 판매량에 한해서만 상한선을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이었다. 반면 중고차업계는 2~3년 사업시작 연기와 최장 3년간 매입·판매 제한을 권고하라고 요구했다.

이밖에도 현대차·기아는 신차를 구매하려는 고객의 요청이 있을 때만 중고차를 매입할 수 있다. 매입분 중 조건이 맞지 않아 인증중고차로 판매할 수 없는 차량은 반드시 경매로 넘겨야 한다. 그것도 경매참여자를 중소기업으로 제한하는 등 일부 조건이 있다. 사업조정 권고는 유예기간 1년을 포함해 2025년 4월까지 총 3년간 유효하다.

기간만 놓고 보면 정부가 사업조정제도에 따라 대기업에 사업 연기와 축소 등을 권고할 수 있는 최장범위(3년 이내)에 해당한다. 위반시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법에 따라 공표, 이행명령, 벌칙 등 법적 조치가 취해진다.

중기부 관계자는 "만약 권고안을 따르지 않으면 또 다른 후속 제재가 가해지게 된다"며 "현대차그룹이 기존 업계와의 상생과 독과점에 대한 우려 등을 고려해 심의회 권고를 적극 따를 걸로 본다"고 말했다.

향후 르노코리아나 쌍용차, 한국GM 등 국내에 생산기반이 있는 완성차업체들이 시장 진출을 공식화할 경우 중고차업계가 또 한번 제동을 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중기부는 다시 한번 사업조정을 검토하게 된다.

다만 이들 3사의 국내시장 점유율 등을 고려할 때 큰 영향은 없을 거라는 게 중론이다. 어떤 결정이 나오더라도 시장 전반의 흐름을 바꾸진 못할 거란 얘기다.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에 따르면 올 1분기 신차 등록대수 기준 시장점유율은 △현대차 37.7% △기아 32.6% △쌍용차 4.5% △르노코리아 4% △한국GM 2.2% 등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추후 쌍용차나 한국GM 등 다른 기업이 사업개시를 한다고 하면 중고차업계가 사업조정을 또 신청할 수 있다"며 "아직까지 추가적인 움직임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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