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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스톤의 귀환] 왜 다시 한국인가①시장 급성장·경쟁사 투자활동 '자극'…막강 진용 구축, 부진 만회 천명

김경태 기자공개 2022-05-17 08:14:41

[편집자주]

블랙스톤은 세계 최대 대체투자자산운용사이지만 한국은 그들에게 쉽지 않은 시장이었다. 글로벌 금융 위기 후 국내에 진출했지만 2014년 사무소를 철수했다. 다만 법인을 유지하면서 국내 기업을 인수하는 등 투자 기회를 호시탐탐 노렸다. 최근엔 8년만에 한국에서의 사업 확대를 공식 선언했다. 블랙스톤이 국내 시장에서 입지 확장을 노리는 배경과 과거 투자 성적표, 향후 전망을 더벨이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5월 13일 07:34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블랙스톤(Blackstone)이 국내에서 사업 확대를 천명한 데는 어떤 배경이 작용했을까. 우선 한국 자본시장이 성장하고 국민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가들의 위상이 높아졌다는 점이 꼽힌다. 여기에 블랙스톤의 경쟁사들이 국내에서 지속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어 자극이 됐을 것이란 분석이다.

블랙스톤이 약 8년 전 씁쓸하게 사무소를 철수했지만 이번에는 각오가 다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계의 거물인 하영구 전 전국은행연합회 회장을 영입하고 글로벌 경쟁사에서 부동산투자 전문가를 데려오는 등 막강한 진용을 구축해 사업 확대 채비를 갖췄기 때문이다.

◇한국 자본시장 위상 강화, 투자 기회·펀딩 요구 등 복합 작용

세계 3대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로는 블랙스톤,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칼라일그룹(Carlyle Group)이 꼽힌다. 블랙스톤은 이 중에서도 단연 1위다. 블랙스톤은 글로벌금융위기 후 국내에 진출해 KKR, 칼라일그룹과 마찬가지로 투자 기회를 노렸다. 하지만 특출난 성과를 내지 못한 채 2014년 사무소를 철수했다.

그러다 올 4월말 한국에서 사업 확대를 선언했다. 프라이빗에퀴티(PE)를 비롯한 관련 업계 관계자들은 우선 한국 자본시장이 성장하면서 재진출 한 것으로 입을 모은다. 특히 기관투자가 위상이 높아지면서 더 이상 손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한다.

한 국내 최상위 PE 고위관계자는 "한국에서 대체투자 펀딩(자금조달) 기회가 엄청나다고 글로벌 기관들도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블랙스톤 입장에서도 절대 버릴 수 없는 시장이 됐다"고 밝혔다.

한 시중은행 인수금융 관계자는 "국민연금을 비롯한 국내 기관투자가들이 굴리는 자금이 커지면서 글로벌에서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며 "블랙스톤 역시 국내 LP들의 영향력 확대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미국 국부펀드·연기금 분석기관 글로벌SWF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올 1월 운용자산(AUM)은 7760억달러다. 전 세계 연기금 중 일본공적연금(GPIF)에 이은 2위다. 국민연금에 따르면 작년 12월말 기준 대체투자 규모는 119조3000억원에 달한다. 이중 사모대체투자 규모는 47조원이다.


국내 기관투자가와의 소통뿐 아니라 투자 기회가 있다는 점도 지목된다. 더벨이 집계한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2021년 완료기준 M&A 거래규모는 89조7503억원으로 2020년보다 40조원 이상 늘었다. 전체 M&A 중 PE가 활약한 딜이 절반가량이며 빅딜에서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

다른 글로벌 PE 고위관계자는 "한국에서는 매해 조 단위 딜이 나오고 있고 거래규모도 늘고 있다"며 "다른 글로벌 대형 PE들이 모두 들어와서 투자를 하는 상황이라 블랙스톤의 LP들이 왜 한국시장에서 성과가 없는지를 압박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앞선 최상위 PE 고위관계자는 "블랙스톤의 글로벌 경쟁사로 볼 수 있는 KKR, 칼라일그룹, TPG 모두 한국 사무소를 통해 꾸준히 성공적인 확장을 하는 것에 대한 대응 전략으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아시아 최대 경제국인 중국에서의 리스크를 언급한다. 미·중 무역분쟁이 발생하면서 M&A를 비롯한 투자 과정에서 어려움이 가중돼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적고 성장성이 있는 한국에 힘을 싣게 됐다는 관측이다.

다만 미국과 중국 간의 분쟁은 한국 사업 확대의 주요 배경이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한 글로벌 투자은행(IB) 고위 관계자는 "블랙스톤은 과거 글로벌 IB 출신을 중국법인 수장으로 영입한 뒤 여전히 사업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엔 다르다…'금융계 거물' 하영구·'부동산 베테랑' 김태래 영입

블랙스톤은 2014년 사무소를 철수한 것으로 알려진 뒤에도 국내에 PE, 부동산투자를 위한 법인을 유지했고 관련 투자도 이어왔다. 이미 법인이 있었던 만큼 그대로 사업을 펼칠 수 있었지만 굳이 한국시장에서의 사업 확대를 대내외 채널을 통해 공식 선언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블랙스톤의 이런 행보가 과거와 달리 쉽게 한국시장에서 물러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로 해석한다.

앞선 PE 고위관계자는 "블랙스톤은 미국에서도 제일 잘나가는 멀티에셋(Multi-asset) 자산운용사이지만 그동안 한국시장에서 부진했기 때문에 만회를 원할 것"이라며 "하영구 회장과 같은 평판이 좋은 인사(Reputable senior)를 영입하는 등 제대로 팀을 다시 구축해 경쟁사들 대비 빠르게 캐치업(Catch-up)하는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블랙스톤은 지난달 하영구 전 전국은행연합회 회장을 한국법인 회장으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하 회장은 한미은행 은행장을 거쳐 한국씨티은행장을 10년간 역임했다. 그는 글로벌금융위기 이후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과정에서도 막후 조력하는 등 금융계에 이름을 새긴 거물이다. 하 회장은 작년 8월 블랙스톤에 고문으로 합류한 뒤 이번에 회장에 올랐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는 하 회장이 투자활동, 펀드레이징 등 실무적인 부분에 관여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폭넓은 네트워크를 활용해 블랙스톤이 국내에서 사업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금융권·재계·기관투자가 등과의 원활한 소통을 돕는 역할에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새로 창설한 한국 부동산팀의 수장인 김태래(Cris Kim) 대표를 영입한 것도 블랙스톤의 국내사업 확대 의지를 보여준다는 평가다. 김 대표는 미국계 글로벌 부동산투자사인 안젤로고든 출신이다. 안젤로고든은 2006년 국내에 본격적으로 진출한 뒤 활발한 투자활동을 이어왔다. 김 대표 영입으로 부동산투자팀을 강화하는 한편 경쟁사의 투자 동력을 약화시키는 일석이조 효과를 노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영구 블랙스톤 한국 회장(왼쪽), 김태래 블랙스톤 한국 부동산부문 대표(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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