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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스톤의 귀환] 엑시트 역량 검증 가늠자 '시몬느·지오영'②단독 투자 후 회수 실적 전무, 향후 사업 확장 행보 영향

김경태 기자공개 2022-05-18 08:04:46

[편집자주]

블랙스톤은 세계 최대 대체투자자산운용사이지만 한국은 그들에게 쉽지 않은 시장이었다. 글로벌 금융 위기 후 국내에 진출했지만 2014년 사무소를 철수했다. 다만 법인을 유지하면서 국내 기업을 인수하는 등 투자 기회를 호시탐탐 노렸다. 최근엔 8년만에 한국에서의 사업 확대를 공식 선언했다. 블랙스톤이 국내 시장에서 입지 확장을 노리는 배경과 과거 투자 성적표, 향후 전망을 더벨이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5월 16일 14:2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블랙스톤(Blackstone)은 2014년 사무소를 철수한 것으로 알려진 후로도 간헐적으로 국내에서 투자 활동을 이어왔다. 프라이빗에퀴티(PE) 부문에서는 시몬느액세서리컬렉션과 지오영에 투자를 했고 현재도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달 블랙스톤이 국내 사업 확대를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기존 포트폴리오 기업의 투자금 회수(엑시트) 성과가 향후 사업 확장에도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엑시트 성과가 부진할 경우 글로벌 본사 차원에서 신규 투자를 깐깐하게 볼 수밖에 없어 확장 동력이 약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첫 단독 투자 '시몬느액세서리컬렉션', IPO 무산…엑시트 '다음 기회에'

블랙스톤은 글로벌 금융위기 후 우리금융과 공동 설립한 '우리블랙스톤펀드'를 통해 국내에서 일부 지분 투자에 나섰다. 하지만 단독으로 투자를 하는 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블랙스톤이 국내 사무소를 철수한 것으로 알려진 시점은 2014년인데 그 후에 단독 투자가 이뤄졌다.

타깃은 명품 핸드백을 제조자 개발생산(ODM) 방식으로 만드는 시몬느였다. 시몬느는 1987년에 설립된 가죽 및 피혁 제조업체다. 버버리와 코치, DKNY, 마이클코어스, 마크제이콥스, 토리버치 등 명품 브랜드가 고객사다.

당시 시몬느는 사세 확장을 위해 재무적투자자(FI)를 유치했고 블랙스톤과 손을 잡았다. 2015년 6월 ODM사업을 떼어내 시몬느액세서리컬렉션을 만들었고 두 달 뒤 블랙스톤이 지분 30%를 확보했다. 투자금액은 3억달러(한화 약 3500억원)다.


블랙스톤이 투자한 후로도 시몬느액세서리컬렉션은 매해 호실적을 거뒀다. 2017년과 2019년에는 연결 기준 매출이 1조원을, 영업이익은 1000억원을 웃돌았다. 블랙스톤은 배당을 받으면서 향후 엑시트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하지만 2020년부터 불어닥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상황이 급변했다. 시몬느액세서리컬렉션은 2020년 연결 매출 6218억원을 기록, 전년보다 39% 가량 감소했다. 작년에는 6469억원으로 2020년보다는 증가했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의 성과를 완전히 회복하지 못했다.

무엇보다 엑시트를 시도했지만 무위에 그쳤다는 점이 블랙스톤 입장에서는 아쉬운 부분이다. 시몬느액세서리컬렉션은 작년 기업공개(IPO)를 추진했다. 전체 공모물량 837만주 중 구주매출이 80%(669만5000주)에 달했는데 전량 블랙스톤이 보유한 지분이었다.

하지만 최종 공모가가 3만원으로 희망밴드 하단(3만9200원)보다 낮은 수준에 형성됐다. 결국 작년 10월 상장을 철회했다. IB업계에 따르면 블랙스톤이 거부권을 행사해 철회된 것으로 알려졌다.

블랙스톤이 엑시트를 뒤로 미룬 건 상장 밸류에 대한 이견 때문이다. 블랙스톤은 2015년 시몬느액세서리컬렉션에 투자할 때 1조원 밸류로 투자했다. 작년 IPO 추진 당시 밸류도 1조원이다.

블랙스톤은 그간 시몬느액세서리컬렉션에서 약 1000억원의 배당을 받기는 했다. 하지만 인수 때와 같은 밸류로 상장이 추진되면서 투자 성과를 거뒀다고 보기 어려웠다. 그렇게 블랙스톤의 사실상 첫 단독 투자 건 엑시트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첫 조단위 딜 '지오영', 고가베팅 우려 불구 호실적 거듭

블랙스톤은 한국에 사무소를 운영하지 않았지만 시몬느액세서리컬렉션에 이어 원거리 투자를 이어갔다. 특히 2019년에는 조 단위 투자에 모습을 드러내며 시장의 관심을 받았다. 조선혜 회장이 이끄는 지오영 지분 매각에 참여해 앵커에쿼티파트너스를 제치고 최종 승자가 됐다. 지오영은 국내 1위 의약품 유통업체다. 인수금액은 약 1조1000억원이다.

블랙스톤은 공정거래법상 순수지주회사인 '조선혜지와이홀딩스'를 설립했다. 지주사가 기존 주주들이 보유한 지오영 지분 전량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투자했다. 블랙스톤이 지분율 71.25%로 지주사의 최대주주에 올랐다. 다만 조 회장(21.99%), 이희구 명예회장(6.76%)도 재출자해 주주가 되면서 블랙스톤의 부담이 줄었다. 주주 유상증자로 5910억원, 인수금융으로 5700억원을 조달했다.

투자 초기 블랙스톤의 '고가 베팅'이 이슈가 되기도 했다. 당시 상각 전 영업이익 배수(EBITDA Multiple)가 15배였다. 시장에서는 10~11배 정도가 거론됐던 상황이라 블랙스톤이 지나치게 높은 가격을 제시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지만 지오영은 블랙스톤의 투자 후 호실적을 거두며 우려를 일부 불식시켰다. 2020년 연결 매출 3조7401억원, 영업이익 722억원으로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기업가치 증대를 위해 볼트온(Bolt-on) M&A도 추진했다. 지난해 방사성 의약품 1위인 코넥스상장사 듀켐바이오를 인수하는 등 사업 확장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지난해의 경우, 별도 기준 매출은 2조4500억원으로 전년보다 10.5% 감소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559억원으로 10.8% 증가했다. 현금창출력도 개선됐다. EBITDA는 588억원으로 12.1%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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