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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퍼'가 수놓는 가장 '카뱅다운' 서비스 [카카오뱅크를 움직이는 사람들]⑦고정희 CSO, 본질에 충실하면서 편리한 서비스 늘 고민…섬세함 돋보이는 트렌드 리더

한희연 기자공개 2022-05-25 08:09:36

[편집자주]

국내에 인터넷은행이 탄생한지 6년이 지났다. 정체된 은행업계에 메기역할을 주문받은 카카오뱅크는 지난 6년간 은행보다는 'Tech'회사의 DNA를 갖고 여러 혁신을 시도해 왔다. 차근차근 영토를 넓혀 가며 기존 시장에 적당한 긴장감을 불어넣은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성공적으로 상장하며 한 단계 더 성숙한 '시즌2'의 단계로 접어들었다. 카카오뱅크를 이끌어 온, 그리고 이끌어갈 주요 인물들을 짚어보며 비전을 가늠해 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5월 18일 14:42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카카오뱅크에는 다른 은행에는 없는 임원 직책이 하나 있다. 바로 최고서비스책임자(CSO)다. 고객 니즈와 편의를 끊임없이 고민해 회사의 지향점에 맞는 최적의 서비스를 설계하는 게 CSO의 주된 역할이다.

카카오뱅크는 '손끝에서 느껴지는 편리함'을 기치로 내걸고 출범후 지금까지 달려왔다. 고정희(Vesper) CSO(사진)는 특유의 섬세함과 디테일한 강점을 발휘, 지난 6년간 '가장 카카오뱅크다운 서비스'를 구현해 낸 장본인이다.

고 CSO의 영어 이름인 베스퍼(Vesper)의 어원은 '저녁'이라고 한다. 일과를 마친 뒤 저녁 시간을 보내는 편안함이 담겨 있는 이름이다. 고객 서비스를 생각하는 그의 업무와 일맥이 상통한다.

◇ Daum에서 갈고닦은 IT서비스 기획 경험, 은행권 유일무이한 'CSO'의 근간

고정희 CSO의 전공은 국문학이다. 그가 한국정보통신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을 당시는 인터넷을 통한 여러 콘텐츠 제공이 막 시작되던 때였다. 그는 다양한 웹진 기획과 관리 등을 맡으며 감각을 키워나갔다. 한국정보통신 인터넷사업부는 2000년 분사해 스타브리지커뮤니케이션으로 독립한다. 그는 1년 넘게 그곳에 몸담으며 다양한 회사의 웹서비스 기획과 콘텐츠 개발업무를 담당했다.

2002년에는 다음커뮤니케이션으로 터전을 옮긴다. 다음에서의 10여년 넘는 경력 중 초반에는 카페/블로그 기획 업무를 담당했다. 웹기반 모임의 장인 다음 카페와 개인 SNS의 시초라 할 수 있는 블로그 서비스를 기획했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이들의 니즈와 대중의 관심사 등을 민감하게 캐치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웠다.

2004년 그는 다음 일본법인인 TAON으로 건너간다. 이곳에서 서비스그룹장으로서 채팅, 메신저, 커뮤니티 등 다양한 서비스를 만들어냈다. 일본법인에는 약 1년간 근무했는데 그덕에 지금도 수준급의 일본어를 구사한다.

2005년 다시 다음 본사로 돌아온 그는 8여년간 전략팀에서 능력을 발휘한다. 이때는 스마트폰이 막 보급되며 모바일 서비스를 향한 관심이 급증할 때다. 다음 또한 모바일 플랫폼 서비스에 전략적으로 접근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주축으로 활동하며 커뮤니티, SNS서비스, 모바일메신저서비스 기획 등을 주도했다.

2013년 전략스탭(CEO Staff)의 역할을 맡으며 조직의 큰 의사결정 과정을 좀 더 가까이서 지켜보게 된다. 다음과 카카오의 합병 후에도 그는 카카오의 전략스탭(CXO staff)으로서 이 역할을 이어갔다. 전사적 서비스 전략과 실행을 지원하며 실무단 뿐만 아니라 조직의 큰 그림을 보는 시각을 키우게 된 셈이다.

2016년5월 그는 카카오뱅크 준비법인에 합류한다. 준비법인을 거쳐 출범후까지 서비스파트장으로 '가장 편리한 은행' 구축의 원동력이 됐다. 2020년5월 그는 카카오뱅크만의 차별화된 임원 직책인 CSO로 선임됐다. 카카오뱅크는 성장과 함께 고객층이 이전보다 더 확대됐다. 그는 서비스 책임자로서 더욱 다양한 니즈를 파악하고 세세하게 이를 충족시켜야 역할을 맡게 됐다.

◇ 모임통장·26주적금 등 새로운 금융경험 생산, 비대면금융 질적향상 견인

고정희 CSO가 총괄하는 카카오뱅크 서비스그룹은 △서비스 △고객·인증기획 △그로스·브랜드 마케팅 △디자인·UX 영역 등으로 구성된다. 고객이 카카오뱅크에 로그인한 후부터 접할 수 있는 모든 화면과 서비스를 구현하는 곳이 서비스그룹이다.

카카오뱅크는 서비스나 회사의 전략을 대외적으로 설명할 때 '사용자경험'이라는 단어를 주로 활용한다. 서비스그룹은 고객이 접하는 카카오뱅크의 모든 화면이 '일관성 있는 사용자경험'으로 제공되는데 중점을 두고 이를 기획한다.

국내 대표 포털인 다음과 카카오에서 쌓은 기술·기획 요소들은 가장 카카오뱅크다운 서비스를 만들어내는데 훌륭한 자산으로 작용했다. IT·커뮤니티서비스 기획 경험은 금융서비스에 접목, 새로운 금융경험으로 재탄생됐다. 실제로 그는 금융상품에 대해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내고 있다. 관련 특허도 여럿 보유하고 있다.

일례로 '이어가기' 기능은 기존 은행에는 없는 카카오뱅크만의 편리한 기능이다. 고객의 사정이나 시스템 오류로 계좌 개설이나 상품 가입에 실패할 경우 이는 부정적 경험으로 기억된다. 카카오뱅크는 이같은 상황에서 중간 저장 개념인 ‘이어가기’ 기능을 만들었다. 부정적 경험을 긍정적으로 바꾸는 열쇠인 셈이다.

통장에 소셜과 공유 기능을 결합한 '모임통장' 서비스도 대표적이다. 모임통장은 친구 초대, 공지, 회비 조르기, 화면 공유 등 기능을 수신상품에 결합한 카카오뱅크의 간판 상품이다. 고정희 CSO는 이전의 커뮤니티, SNS 기획 경험을 살려 ‘모임통장’ 탄생의 PM으로 활약했다. 이밖에 '저금통' 서비스는 오프라인에서 저금통을 이용했던 경험을 모바일로 구현한 사례다.

실생활 경험을 모바일상에 펼치기 위해서는 트렌드 변화에 늘 레이더망을 세우고 있어야 한다. 그는 사내 커뮤니티인 '아지트(모바일 트렌드 키핑)' 내에서 팀원들과 모바일 트렌드를 적극 공유하고 토론한다. 생활의 맥락에서 얻은 영감이나 아이디어를 의미있는 서비스로 발전시켜 나가는 생생한 생산현장인 셈이다. 서비스그룹 사람들은 이곳에서 자유롭게 의견을 내고 토론하는 분위기에 이미 익숙해 있다.

'26주적금'도 이런 과정에서 나왔다. 이는 카카오메이커스에서 판매중인 4개월짜리 1학기용 다이어리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통상 은행 적금상품은 1년 이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기간을 확 줄여보자는 아이디어를 팀에 제시했고 결국 '26주적금'이라는 히트 상품이 탄생했다. 하나의 서비스는 출시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끊임없이 진화한다. '26주적금'은 쇼핑, 식음료, 콘텐츠 등 소비 혜택을 담은 '파트너적금'으로까지 확대돼 카카오뱅크 대표 제휴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그는 2019년 '금융의 날-금융혁신부분 대통령 표창'을 수상했다. 카카오뱅크 출범 3년만의 일이다. 당시 카카오뱅크는 "금융권 전반에서 '메기' 역할을 하며 은행들의 모바일 앱 UX의 기준이 됐고 우리나라 비대면 금융의 수준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 사용자관점서 시작하는 '만드는 사람'의 생각…UI·UX 스페셜리스트로 우뚝

서비스 기획 총 책임자로서 그는 복잡하고 어려운 금융서비스를 가장 간결하고 편리하게 제공하는 방법을 늘 생각한다. 그는 "'만드는 사람'이 나의 본질"이라며 "사용자가 뭘 원하는지, 어떤 가치를 전할 것인지를 항상 고민한다"고 얘기한다.

은행은 규제산업이다. 규제라는 틀을 지키면서도 고객이 가장 편리하다고 느끼는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은 상당한 운용의 묘를 요구하는 부분이다. 카카오뱅크의 공인인증서 폐지는 규제안에서 혁신을 추구한 대표 사례다. 금융위원회의 가이드라인을 준수하면서도 은행앱 이용시 불편했던 점을 없애 안전한 금융서비스를 구현했다.

카카오뱅크의 자체인증은 아이디·비밀번호·공인인증서 대신 패턴·PIN·생체인증 등을 도입했다. 후자는 사용자가 좀 더 편리하게 느끼는 인증 UX다. 모바일기기 인증으로만 쓰이던 패턴인식을 은행 앱으로 끌어들인 것도 카카오뱅크가 처음이다. 이같은 서비스들이 모인 카카오뱅크 앱은 사용자 중심의 화면을 만들고 이를 가능한 최대 수준까지 실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용자 중심 서비스의 기본은 출발단계서부터 '사용자 관점에서 보는 것’이다. 복잡한 업무 프로세스를 간략하게 만들어 '금융은 복잡하고 어렵다'는 고정관념을 없애도록 최대한 노력한다.

카카오뱅크의 대출상품에는 이같은 고민의 산물이 담뿍 담겨 있다. △어려운 용어와 복잡한 프로세스의 여신 서비스는 간결한 화면과 쉬운 용어로 대체하고 △수시로 진행상황을 알려주는 '알림' 기능을 탑재하며 △친절한 상담챗봇을 통해 고객 입장에서 물흐르듯 프로세스를 진행하게 하는게 핵심이다.

카카오뱅크의 전월세대출에는 임대인이라는 용어 대신 집주인이 사용된다. 어려운 금융용어를 쉬운 말로 바꿔 고객 이해를 높이고자 했기 때문이다. 처음 전월세 대출을 받는 사람에게는 상담챗봇이 동영상 안내를 제공한다. 영상을 따라하다보면 어느새 프로세스가 하나하나 완료되게끔 유도하고 있다.

주담대 서비스에 챗봇을 활용한 UX를 사용한 것도 그의 아이디어다. 챗봇을 창구 상담직원 삼아 안내를 따라하기만 하면 한도·금리 조회와 복잡한 서류 제출을 간편하게 할 수 있다. 2017년 비상금 대출 서비스를 오픈할 때에는 비대면에서 가장 간결하게 예상 한도와 금리를 간편하게 조회해 볼 수 있게 기획했다. 이 또한 당시 타행에는 없던 프로세스였다.

증권계좌 개설에 있어서도 카카오뱅크 계좌를 사용한 인증 방식을 최초로 도입했다. 간편하고 빠른 계좌개설을 현실화 시키며 고객 편의성을 높인 셈이다. 이는 은행 뿐 아니라 다른 금융기관(증권사)의 서비스품질까지 높이는 윈윈 사례를 만들어냈다.

카카오뱅크는 모바일온리(Mobile Only)은행으로 앱 하나로 완결된 금융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는 모바일 은행의 스탠다드를 지향하는 카카오뱅크에서 '직관적이고 간결한 사용자환경과 모바일에 최적화된 서비스'를 한장한장 쌓아가며 스페셜리스트로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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