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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용사 세일즈 역량, DB 시장 희비 가른다 퇴직연금 사업자 패싱…직접 영업 사례 늘어

이돈섭 기자공개 2022-05-26 08:10:02

이 기사는 2022년 05월 25일 13:46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자산운용업계가 퇴직연금 확정급여(DB)형 적립금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그동안 퇴직연금 사업자가 법인에 운용사 상품을 소개했지만, 최근에는 운용사가 직접 법인에 상품을 선보이고 사업자를 나중에 지정하는 방식이 자리잡고 있다. DB 적립금 유치 현장에서 운용사 영업 역량이 중요해졌다는 분석이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은 DB 사외 적립금 중 300억원을 미래에셋자산운용과 KB자산운용 OCIO 사모펀드에 각각 150억원씩 맡기고 운용키로 했다. 지난해 말 현대백화점의 DB 적립금은 총 2102억원. 현대백화점은 그동안 DB 적립금 전액을 보험상품 등 원리금보장형 상품으로 운용해왔다.

눈에 띄는 점은 현대백화점이 펀드 운용을 위해 직접 운용사들에 RFP를 발송했다는 점이다. 보통 퇴직연금 사업자를 선정하고 사업자가 소개하는 운용사 상품을 검토하는데, 현대백화점의 경우 운용사를 먼저 선정한 뒤 기존 5개 사업자 중 한 곳을 해당 운용사와 매칭시키는 식의 계약을 체결한 셈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말 대우건설 DB 적립금 운용 때부터 사업자들이 운용사에 먼저 컨택을 하고 상품을 선정한 뒤 적립금을 맡기고 있는 사업자에 구체적 운용지시를 하는 방식이 자리 잡았다"며 "쉽게 얘기하면 퇴직연금 DB 시장이 자산운용사 위주로 돌아가기 시작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DB 적립금 시장에서 운용사 역할이 확대되고 있는 것은 사업자 운신의 폭이 제한된 상황과 맞물려 있다. 퇴직연금 사업자가 사업장에 적립금 운용 포트폴리오를 짜서 제공할 수는 있지만 적립금을 투자일임으로 맡는 것 자체가 현행법상 허용돼 있지 않아 실제 적립금을 굴리는 것은 운용사의 몫이다.

물론 과거 퇴직연금 사업자들의 사업 행보 확대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해 1월 더불어민주당 안호영 의원 등이 증권사 등 퇴직연금 사업자가 DB 적립금 투자일임계약을 체결할 수 있게 한다는 내용의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결국 폐기되면서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여기에 부채 관리 상황이 제각각인 법인들이 DB 적립금 운용 비히클로 사모펀드를 선호하면서 운용사 역량이 한층 더 커지게 됐다는 분석이다. 사업자를 거치든 운용사와 직접 컨택하든 결국 운용사가 상품을 설명한다면 처음부터 운용사와 직접 논의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했다는 전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 금융그룹은 계열사를 동원해 운용사 트랙레코드 구축을 돕기도 한다. 25일 현재 2245억원 규모로 운용되는 KB운용 타겟리턴 OCIO 공모펀드 수익자 대부분은 그룹 계열사로 구성돼 있다. 계열사 자금으로 펀드를 운용해 쌓은 성과로 타 법인 DB 적립금을 유치해온다는 전략이다.

실제 현대백화점 DB 적립금 유치 경쟁에서 KB운용 OCIO 펀드 트랙레코드가 주목을 받았다고 전해지면서 신한금융그룹에서도 계열사 자금을 동원해 신한자산운용 OCIO 펀드를 육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운용사가 영업 전면에 나서야 하는 만큼 그룹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운용사들도 속속 전열을 가다듬고 있는 모습이다. 미래에셋운용과 신한운용, KB운용 등은 이미 전담 사업 조직을 구축한 상태고, 기존 전담 조직이 없었던 NH아문디자산운용은 마케팅전략 본부를 주축으로 TF조직을 구성하고 전문 인력 모집에 주력하는 등 역량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강원랜드와 SK하이닉스 등 DB 적립금 운용에 적극적인 법인들 자금을 유치하기 위해 운용사들 상품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라며 "기존 펀드 시장에선 판매사와 수탁사 등이 있어 운용사 역할이 제한적이었는데, DB 시장에선 운용사가 전면에 진출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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