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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진그룹 바이오사업 '에스앤티' 법인유형 바꿨다 올 초 '유한회사→주식회사'로 변경, 박상훈 부회장 대표직 사임

최은진 기자공개 2022-05-27 08:27:09

이 기사는 2022년 05월 26일 15: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일진그룹의 신약연구 계열사 일진에스앤티가 올 초 유한회사에서 주식회사로 법인유형을 바꿨다. 일진그룹은 상당수 계열사를 유한회사로 운영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갑작스레 주식회사로 법인유형을 변경한 건 꽤 의아하다는 평가다. 지난해 말 항암신약을 개발하겠다는 목표를 수립한 데 따라 외부자금 유치가 필요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일진그룹은 2016년 계열사 처인레저를 일진에스앤티로 변경하고 사업목적을 변경했다. 일진레저는 2007년 일진디스플레이에서 반도체 소재를 제조 및 판매하는 계열사로 물적분할 됐다가 2010년 골프장 사업을 하는 회사로 변경했다. 일진에스앤티로 사명을 바꾸며 이러한 사업목적을 모두 삭제하고 새로운 사업목적으로 △생명공학과 관련한 제품의 제조,가공,매매업 △과학기술부문 국내외기업 지분인수 및 투자 △벤처기업 지분출자 및 투자 등을 추가했다.

일련의 과정은 바이오 사업을 적극적으로 해보겠다는 목표 하에 진행됐다. 일진그룹은 2010년 일진라이프사이언스라는 계열사를 통해 캐나다 소재의 바이오 회사 이소테크니카(Isotechnika Pharma)의 기술의 라이선스 인 계약(L/I)을 맺었다. 일찌감치 바이오 사업에 관심을 보였다. 이소테크니카는 추후 분할 및 합병을 통해 오리니아파마슈티컬스(Aurinia Pharmaceuticals, 이하 오리니아)로 변경됐다.

일진에스앤티 대표이사에 허진규 일진그룹 회장이 직접 자리할 정도로 드라이브 걸겠다는 의지가 분명했다. 그러다 2019년 허 회장이 대표이사에서 물러나고 일진그룹 바이오 계열사를 총괄하는 김영화 대표가 신규 대표이사가 됐다. 법인유형도 주식회사에서 유한회사로 바꿨다.

이 시기 일진라이프사이언스가 일진에스앤티의 완전 자회사가 된 것으로 파악된다. 일진바이오사이언스가 보유하던 오리니아 주식도 일진에스앤티에 넘어왔다. 지분율은 7.9% 취득가액은 396억원이었다.

일진그룹은 오리니아의 주주총회에 이사를 추천하며 경영참여 의지를 나타냈다. 바이오사업에 대한 의지를 일진에스앤티를 통해 결집시키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올 초 기준으로 일진에스앤티는 여전히 오리니아 지분 5.8%를 보유하며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하고 있다.

일진에스앤티는 지난해 3월 박상훈 부회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하며 단순 간접투자만이 아닌 자체신약을 개발하겠다는 의지도 나타냈다. 박 부회장은 SK바이오팜, SK하이닉스 사장을 지냈던 인물로 카이스트 화학공학 박사 출신이다.

지난해 말 박 부회장은 2022년까지 7개의 항암 관련 파이프라인을 구축하고 중장기적으로는 2025년까지 표적 단백질 분해 기술 플랫폼을 내재화한다는 구체적인 계획을 선포했다. 지난해 오리니아가 자체개발한 루푸스신염 치료제가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다는 점이 자극이 된 것으로 해석됐다.

하지만 불과 얼마 되지 않아 일진에스앤티는 여러가지 변화를 맞았다. 1월 말 일진에스앤티는 법인유형을 유한회사에서 주식회사로 바꿨다. 일진그룹은 강력한 오너중심 체제를 구축하고 있고 유한회사라는 폐쇄적인 법인 체제를 활용하며 비공개 투자 및 사업을 영위했다. 수많은 계열사들의 지분관계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일진에스앤티가 주식회사로 법인유형을 변경한 건 투자와 관련된 의사결정으로 해석된다. 유한회사는 주식회사와 달리 외부감사 대상에서 제외된다. 재무정보를 공시해야 할 의무도 없다. 법적으로는 대표이사 등 이사를 둘 수는 있으나 이사회와 감사를 갖출 필요도 없다. 외부간섭없이 비밀리에 기업을 운영할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은행 대출이나 증자 외 사채발행, 주식에 옵션이 붙는 신주발행이 불가하다. 외부자금조달이 어려운 셈이다. 신약개발을 하려면 상당한 자금이 필요하다. 일진그룹이 자체적으로 자금을 마련키 힘들다는 판단이 뒤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일진그룹은 전기차 배터리 사업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 그룹 전체적으로 자금소요가 큰 상황이다. 최근 일진그룹의 캐시카우인 일진머티리얼즈의 지분 일부를 매각하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오너일가 입장에서 자금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바이오사업에 그룹 재원 및 오너 사재가 투입되긴 어려운 상황인 셈이다.

다만 지난달 경영진이 교체됐다는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작년 선임된 박 부회장이 1년만인 3월말 일진에스앤티 대표이사에서 사임했다. 박 부회장과 공동대표 체제를 이뤘던 김 대표만 단독 대표로 자리하고 있다. 박 부회장이 바이오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영입된 인물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일진그룹의 바이오 사업이 어떻게 전개될 지 장담키 어려운 실정이다. 박 부회장은 일진에스앤티에서만 물러났을 뿐 현재 일진그룹에 근무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일진그룹 관계자는 "바이오 사업 관련해서 아는 바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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