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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C 대표들의 고된 월요일 투심위 [thebell desk]

안영훈 벤처중기1부장공개 2022-06-09 07:57:59

이 기사는 2022년 06월 08일 07:3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매주 월요일 열리는 벤처캐피탈(VC)들의 투자심의위원회(투심위). 지난해 말 혹은 연초까지만 해도 이 자리는 축제의 자리나 마찬가지였다. 투자할 기업은 많았고 수중에 실탄도 넘쳤다. 채 1년도 되지 않아 기업가치가 두배 이상 오른 피투자기업의 후속투자를 결정할때는 저절로 함박웃음이 지어졌다.

하지만 불과 몇달 사이 VC 투심위 자리의 분위기는 180도 변했다. 여전히 투자할 기업들은 넘쳤지만 선뜻 투자를 결정하지 못한다. 최근 몇년 사이 피투자기업의 급속한 성장 데이터를 봐도 기대감보다는 '혹시나'라는 마음이 먼저 든다. 유니콘 혹은 예비 유니콘처럼 덩치가 큰 투자건이라도 상정되면 불안감은 더 커진다.

투자 가부를 결정해야 하는 대표들의 심정은 '싸늘하다. 가슴에 비수가 날아와 꽂힌다'란 영화 '타짜'의 명장면과 비슷할 터다. 영화에서 밑장빼기 기술을 쓰다 걸리면 손모가지가 날아가듯 현실의 VC들은 한번 잘못 투자에 나섰다가는 몇년을 두고 후회하는 상황이 연출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영화 타짜에서 수십억원의 판돈과 생사를 결정짓는 고니와 아귀의 대결판 옆에서 장기를 두는 조연들처럼 일부 VC들은 '6개월 개점 휴업'을 선포하고 아예 살떨리는 판에서 빠지기도 한다.

하지만 어느정도 덩치가 있는 VC들은 자의적으로 빠지기도 어렵다. '펀딩→투자→회수'란 사이클이 돌아가지 않는면 경쟁력의 하락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VC 대표들이 그동안 쌓아온 업력과 개인의 촉은 지금은 몸을 사려야 할 때라고 외치지만 투자가 곧 개인의 미래 수익으로 연결되는 아래 심사역들의 투자제안건을 명분없이 무조건 반려시킬 수도 없다. 그랬다가는 내부의 불만이 커질테고 가뜩이나 인력이 부족한 판에 대규모 이탈이라는 사태를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투심위에는 이전과 다른 방식들이 등장하고 있다. 투심위 상정 전에 1차로 리스크를 분석해 상정 심사 기준 자체를 까다롭게 만들었다. 신규 투자건보다는 기존 투자건의 후속투자를 우선시하거나 기존 투자건이라도 좀더 확실한 기업을 우선시하는 분위기도 자리잡고 있다.

시장이 냉각되고 일명 돈맥경화 현상이 다가올때 손실을 최소화하고 부활의 씨앗을 지키겠다는 전략이다. 기존 투자건 모두를 지키기 어렵다면 8명이 라이언 일병 한명을 구하기 위해 희생했듯 확실한 수익이 보장되는 투자부터 지키겠다는 것이다.

축제의 분위기는 사라지고 매주 월요일 고심의 자리가 돼 버린 투심위. 연이은 회의와 이것 저것 고민이 커지는 VC 대표들에게 이제 월요일은 고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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