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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파운드리 키울 삼박자 '기술·투자·OSAT' [첨단전략산업 리포트]초미세공정+α는…네패스라웨 등 첨단 패키징 기업과의 시너지

김혜란 기자공개 2022-06-27 12:44:36

[편집자주]

반도체, 디스플레이, 2차전지는 한국을 먹여 살리는 3대 국가대표 산업이다. 정부도 중요성을 인식해 '국가 첨단전략산업'으로 지정하고 육성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비메모리를 키워야 하는 반도체, 중국의 추격을 받는 디스플레이, 개화하는 시장에서 주도권 선점을 위해 고군분투 중인 배터리 업계, 모두 현실은 녹록지 않다. 더 빠르게 치고 나가지 못하면 세계 무대에서 밀릴 수 있다. 대기업을 필두로 첨단전략산업 생태계를 구성하는 소재·부품·장비업체들이 현재 어디에 서 있는지 진단하고, 미래는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를 다각도로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6월 23일 14:36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의 핵심 키워드는 '기술'과 '자본'이다. 시장을 선도할 첨단공정 기술력과 막대한 투자비용을 감당할 자본력 둘 다 갖추고 있어야 지속할 수 있는 영역이다.

'후발주자' 삼성전자는 뼈를 깎는 노력으로 기술과 자본 면에서 40년 업력의 TSMC 못지않은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 여기에 더해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기반 3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을 세계 최초로 도입해 1위 대만 TSMC의 아성을 무너뜨린다는 '초격차 전략'을 가동 중이다. 현금성자산만 100조원이 넘는 만큼 자본력도 막강하다.

그러나 TSMC와 비교해 상당히 취약하면서도 삼성전자의 노력만으로는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는 영역이 있다. '파운드리-OSAT'(반도체 패키징테스트 외주기업)로 이어지는 단단한 고리다.

비메모리 반도체는 철저한 분업화를 통해 생산되기 때문에 파운드리뿐만 아니라 파운드리에서 웨이퍼를 넘겨받아 후반 패키징 작업을 담당하는 OSAT의 역할도 상당히 중요하다. TSMC에는 세계 패키징 1위인 자국 기업 ASE가 협력사로 있었고 서로 시너지를 내며 성장했으나 국내에는 지금까지 ASE와 견줄만한 기술력을 갖춘 OSAT가 없었다.

그렇다고 국내 OSAT 생태계가 멈춰 있었던 건 아니다. 삼성 파운드리가 TSMC를 뛰어넘기 위해 최첨단 기술개발에 매진하는 동안 OSAT들도 부단히 노력해왔고 이제서야 조금씩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현존하는 최고 수준의 패키징 기술 개발에 성공한 네패스라웨와 같은 토종 OSAT의 등장이다.

삼성 파운드리가 어느 때보다 도약을 위한 중요한 시기에 놓인 만큼, 실력을 키운 OSAT가 파운드리 생태계를 단단하게 받쳐줄 수 있을지, 국내 파운드리와 OSAT가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업계 관심이 쏠린다.

◇파운드리-아웃소싱 시너지가 중요한 이유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 3나노 GAA 공정 도입이 성장의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GAA는 반도체 트랜지스터 구조를 개선해 기존 핀펫(FinFET) 보다 칩 면적을 축소하고 소비전력을 줄일 수 있는 신기술이다. 이를 세계 최초로 파운드리 공정에 도입해 글로벌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 기업)를 고객사로 유치하고 TSMC와의 격차를 좁혀나가겠단 게 삼성의 그림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3나노 양산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고객사와 협의해야 해서 공개할 수 없으나 (3나노 GAA 양산을 상반기에 시작한다는) 기존 계획은 차질 없이 잘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비해 TSMC는 삼성보다 늦은 하반기 3나노 공정을 시작하고, GAA 도입은 2나노에서야 시작할 수 있단 기술 로드맵을 제시한 상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5일(현지시간) 유럽 출장 중 방문한 유럽 종합반도체 연구소 imec에서 루크 반 덴 호브(Luc Van den hove) CEO(최고경영자)와 함께 연구개발 현장을 살펴보는 모습.
반도체 업계에선 초격차 기술을 TSMC를 꺾을 비장의 무기로 내세운 삼성전자에 힘을 보탤 국내 후공정 생태계의 움직임에도 주목하고 있다. 시스템 반도체 생산은 통상적으로 설계에서 제조(전공정), 패키징과 검사(후공정) 과정이 나눠 이뤄진다. 반도체 패키징이란 반도체를 보호하는 물질을 씌운 뒤 입출력 단자를 연결하는 후반 작업을 말한다.

팹리스가 파운드리에 생산을 맡기되 패키징과 테스트는 별도의 OSAT에 외주를 주게 된다는 얘기다. 이는 한 국가 안에 파운드리뿐만 아니라 경쟁력 있는 OSAT가 같이 있으면 글로벌 팹리스를 국내 파운드리로 유인하는 데 유리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글로벌 팹리스들이 파운드리와 후공정을 TSMC와 ASE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은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대만 ASE만큼 기술력을 갖춘 패키징 업체가 삼성전자 국내 공장과 가까운 곳에 있다면 어떨까. 글로벌 팹리스 입장에선 한국에서도 파운드리와 패키징이 한꺼번에 가능해지니 TSMC-ASE 외에 다른 선택지가 생기게 된다.

삼성전자는 TSMC와 함께 전 세계에서 7나노 이하 극자외선(EUV) 미세 공정이 가능한 단 두 곳 중 하나지만, 국내 OSAT 중에서 10위권 안에 드는 기업도 없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글로벌 팹리스들 입장에서도 ASE 의존도를 줄이고 공급처를 다변화하려는 수요가 있다"며 "삼성 파운드리와 국내 OSAT가 탄탄한 협력 시스템을 구축한다면 고객사 입장에선 이를 적극 활용할 수 있는 이점이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패키징 기술력, 어디까지 왔나

국내는 후공정 생태계가 상당히 취약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들이 메모리 중심으로 성장하면서 후공정 협력사들도 메모리 외주 물량을 소화하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글로벌 고객 유치, 시스템 반도체 분야로의 사업 다각화는 국내 OSAT의 최대 과제였고,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노력이 있어왔다.

반도체 업계에선 글로벌 후공정 업계가 기술 전환기에 놓인 지금이 한국 OSAT가 도약할 적기라고 지적한다. 시스템 반도체가 7nm(나노미터) 이하 초미세공정까지 내려오면서 반도체 성능을 끌어 올릴 전공정 기술력은 한계에 다다랐다. 이에 따라 후공정에서 추가로 얼마나 반도체 성능과 전력 효율을 향상할 기술을 내놓는지가 중요해졌다. 누가 최첨단 패키징 기술을 선제적으로 도입해 시장의 주류 기술을 바꾸느냐에 따라 시장 구도가 바뀔 수 있다는 얘기다.
FOWLP와 FOPLP의 차이점(자료:네패스 홈페이지)
국내에서도 ASE와 같은 세계적 OSAT를 키울 수 있을까. 업계에선 네패스라웨에 주목하고 있다. 네패스라웨는 몇년 전만해도 대만 기업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체급이 작은 삼성전자 협력사였으나, 지금은 ASE는 물론 미국 앰코(AMKOR), 중국 스태츠칩팩(JCET) 등 세계적 OSAT들과 겨뤄볼만한 기술력을 갖춘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ASE는 입출력 단자 배선을 칩 바깥으로 뺀 첨단 팬아웃웨이퍼레벨패키지(FO-WLP) 기술을 기반으로 시장을 장악했다. 네패스라웨도 처음엔 ASE를 따라잡기 위해 FO-WLP 개발에 집중했으나 중간에 전략을 수정했다. FO-WLP를 뛰어넘는 차세대 기술 팬아웃패널레벨패키지(FO-PLP)로 건너뛰는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FO-PLP는 사각형 패널에 칩을 옮기기 때문에 원형 웨이퍼에서 패키징하는 WLP에 비해 버려지는 부분이 없고 한 번에 더 많은 칩을 패키징할 수 있다. 고객사의 생산단가를 낮추고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방식이다.

결과적으로 네패스라웨는 세계 최초로 FO-PLP 양산 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기술력을 인정받아 한 글로벌 팹리스의 수주 물량까지 유치해 올해 첫 양산을 시작한 상태다. 이 팹리스는 삼성전자 파운드리 고객사이기도 하다.

파운드리 승부처가 초미세공정 기술력에 있듯 OSAT 생태계도 마찬가지다. 이제부터는 차세대 패키징 기술이 '게임체인저'가 돼 후공정 시장 재편을 주도한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아직까지도 첨단 패키징으로 생산하는 반도체는 전체의 10~20% 수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최첨단 반도체 패키징 산업이 이제 초기 단계인 만큼 판을 뒤엎을 기회는 많고 성장 잠재력도 그만큼 크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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