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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동을 움직이는 사람들]연구소장 출신 이종순은 왜 기획조정실장에 발탁됐나⑤1990년 입사 이후 30년 엔지니어 외길, 2021년 부활한 기조실 수장 임명

박상희 기자공개 2022-06-22 08:00:58

[편집자주]

1947년 설립된 대동은 광복과 전쟁의 참화 속에서 '사업보국'을 기치로 내세우며 70년이 넘는 긴 세월을 거치며 한국의 농업 발전을 이끌어 왔다. 수많은 최초의 역사를 쓰며 국내 농기계 넘버원 회사로 성장했지만 매출 1조 클럽 가입에 성공하며 사세를 확장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3세 경영인 김준식 회장은 ‘100년 기업’으로의 영속을 위해 대동의 변화와 혁신은 불가피하다며 외부 출신 영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 대동그룹의 조직 문화와 주요 경영진 면면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6월 16일 07:3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동그룹은 전통적으로 회사의 핵심 경영진으로 기획통이나 전략통을 선호한다. 중추 계열사인 대동의 기획 및 전략업무를 담당하는 곳이 바로 기획조정실이다. 지난해부터 기획조정실을 이끌고 있는 이종순 실장(사진)은 엔지니어 출신이다.

엔지니어 출신이 기획 및 전략 업무 수장 자리에 앉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대동의 김준식 회장은 왜 연구소장 출신 엔지니어를 기조실 수장으로 임명했을까.

◇재무 및 회계 분야 총괄, 원유현 사장과 '균형추' 시각도

이종순 실장은 1968년생으로 1990년 서울대 농기계공학과를 졸업했다. 1998년 경북대 농기계공학과 석사를 마쳤다. 1990년 대동공업(현 대동) 기술연구소에 입사했다. 2015년 대동공업 기술연구소 부소장(이사)을 거쳐 2016년 기술연구소 소장으로 임명됐다. 2017년 계열사인 대동기어로 자리를 옮겨 3년간 공장장(전무)을 역임했다. 2020년 대동의 연구소장으로 복귀했다.

공학도 출신인 이 실장의 커리어는 통상적인 엔지니어 출신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1990년 입사 이래 30년 세월을 엔지니어로서 외길만 걸었다. 변화가 생긴 것은 2021년 기획조정실장으로 발령 난 이후부터다. 올해로 2년째 대동의 기획 및 전략 업무를 담당하는 기획조정실을 이끌고 있다.

대동의 기획조정실장 자리는 주요 임원 포지션 중에서도 무게중심이 큰 편이다. 대동그룹의 오너 3세인 김준식 회장이 바로 기획조정실 출신이다. 김 회장은 1996년 기획조정실장을 거쳐 2004년 대동의 공동대표이사로 선임됐다.

김 회장이 기획조정실 출신이다 보니 조직 정서적으로 기획·전략통을 선호하는 분위기다. 자연스럽게 기획 및 전략통들이 C레벨 경영진으로 성장하는 경우가 많다.

대동에서 재무통보다 기획·전략통을 선호하는 현상은 이사회 구성에서 드러난다. 기획조정실장은 이사회 멤버이기도 하다. 회사의 주요 경영 의사결정 기구인 이사회 등기이사라는 점에서 기획조정실장의 무게감이 느껴진다. 대동 이사회는 사내이사 3명, 사외이사 3명 등 총 6명으로 구성돼 있다. 사내이사 3명은 김준식 회장(공동대표이사), 원유현 사장(공동대표이사), 이종순 기획조정실장 등 3명이다.

기획조정실은 김 회장이 대동그룹 입사 당시부터 존재해 온 역사가 오래된 조직이다. 다만 대동의 기획 및 전략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는 종종 조직개편 과정에서 명칭이 바뀌었다. 한때 전략기획부문 등으로 불리기도 했지만 현재는 기획조정실로 회귀했다. 대동은 이 실장이 기획 업무를 이끌게 된 2021년부터 기획조정실 명패를 부활시켰다.

기획조정실 산하에는 과거 독립적인 부서로 존재하던 CFO부문도 편제돼 있다. 재무와 회계, 자금조달 등의 업무까지 이 실장이 총괄하는 셈이다. 엔지니어 외길만 걸어온 이 실장에게는 ‘챌린지’라고도 할 수 있다.

대동 관계자는 "조직에서 기획 및 전략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 명칭은 수차례 바뀌었는데, 현재는 기획조정실에서 해당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면서 "대동 조직 분위기가 특정 분야의 전문가보다는 제너럴리스트를 선호하기 때문에 엔지니어 출신인 이종순 전무가 기획 및 전략 업무를 담당하는 것이 이례적인 현상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 실장의 기조실장 임명은 외부 출신인 원유현 사장과의 균형추를 맞추기 위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원 사장은 커리어 전반이 기획 및 전략 업무에 특화된 인재지만 제조업에 기반을 둔 대동의 조직생리와 거리가 있는 ICT기업 KT 출신이다. 이에 대동에서만 약 30년 경력을 쌓은 엔지니어 출신 이 실장을 기획조정실장(등기이사)으로 선임해 이사회 내 균형추를 맞춘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티어4엔진 자체 개발 프로젝트 밀어부친 '뚝심' 리더십

한국 기업에선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약 20년 동안 선호하는 경영인 유형이 뚜렷했다. 분석력과 예측력, 구체적 대안 제시에 능한 재무, 법무 계열 경영자들을 주목했다. 최근 들어선 기획 및 전략 업무에 능한 인재들이 주목받고 있다.

이런 현상은 기업이 내세우는 '혁신' 가치와도 맞물린다. 기존 의사결정과 다른 방식으로 문제에 접근하는 새로운 인물들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엔지니어 출신 관리자가 기획 조직에 배치되거나 디자인 및 광고 계열 인재들이 중용되는 것 등이 비슷한 맥락이다.

대동의 경우 연구소장 출신 이 실장을 선택했다. 공대 출신의 경우 생산 현장이나 연구 분야에서 능력을 발휘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관점을 달리해 엔지니어로서의 역량과 경험을 살리면 기획전략 등의 분야에서도 기지를 발휘할 수 있고 종국엔 회사를 유연하게 경영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김 회장의 판단이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이 실장은 엔지니어 출신답게 뚝심 있는 리더십으로 조직 내에서 신뢰를 얻고 있다. 이 실장이 엔지니어였던 시절, 사람들이 무리라며 반대했던 프로젝트가 있었다. 현재 대동에서 생산하는 모든 기계들의 심장인 티어4엔진의 자체 개발 프로젝트였다. 다수가 실패할 프로젝트라고 생각했지만 이 실장은 흔들리지 않고 팀원들과 2년여에 걸쳐 개발에 매진했다. 오랜 시간에 걸쳐 흘린 '피 땀 눈물'의 결과로 수출하는 엔진 개발에 성공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이 실장은 엔지니어로 오랜 시간 외골수로 지내다 보니 시야가 좁아질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공학적인 틀에서 벗어나고자 인문사회학 분야의 책을 일부러 읽었다. 그 중의 하나가 일본에서 ‘살아 있는 경영의 신’으로 추앙받는 기업인 이나모리 가즈오가 쓴 ‘왜 일하는가’이다.

이나모리 가즈오는 27살에 맨손으로 사업에 뛰어들어 세계적인 전자부품인 교세라와 일본 내 유명 통신회사 KDDI를 창업했다. 그가 경영의 신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스스로 왜 일하는지를 깨달았기 때문이었고, 그 깨달음을 녹인 책이 ‘왜 일하는가’이다.

이 실장 역시 젊은 엔지니어 시절에는 ‘어떻게 일을 잘할까’를 고민했다. 이후 관리자 포지션으로 올라서면서부터는 어떻게 ‘어떻게 인재를 키우고 일을 하게 하느냐’는 화두를 품기 시작했다. 이 실장이 대동 연구소장 시절이던 2016년 접한 책이 바로 ‘왜 일하는가’이다.

이후 이 실장은 대동기어의 공장장을 거쳐 2021년 대동의 기획조정실장으로 선임된다. 엔지니어 외길을 걸어온 것은 그가 기획조정실장 자리에 앉은 것이 언뜻 보면 의외로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뒤에는 리더로 성장하기 위해 담금질 해온 오랜 시간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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