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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전략산업 리포트]삼성전자 AP가 넘어야 할 세 가지 장벽삼성 팹리스 전략 점검…핵심은 'GPU·아키텍처' 역량

김혜란 기자공개 2022-06-22 12:58:10

[편집자주]

반도체, 디스플레이, 2차전지는 한국을 먹여 살리는 3대 국가대표 산업이다. 정부도 중요성을 인식해 '국가 첨단전략산업'으로 지정하고 육성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비메모리를 키워야 하는 반도체, 중국의 추격을 받는 디스플레이, 개화하는 시장에서 주도권 선점을 위해 고군분투 중인 배터리 업계, 모두 현실은 녹록지 않다. 더 빠르게 치고 나가지 못하면 세계 무대에서 밀릴 수 있다. 대기업을 필두로 첨단전략산업 생태계를 구성하는 소재·부품·장비업체들이 현재 어디에 서 있는지 진단하고, 미래는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를 다각도로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6월 17일 10:0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휴대폰의 '두뇌'인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는 삼성전자 시스템LSI(시스템반도체 설계) 사업부의 핵심 제품이다. 이미지센서와 디스플레이구동칩(DDI) 등 다양한 반도체를 설계하고 있으나 퀄컴, 애플 등과 글로벌 시장에서 겨루려면 고사양·고성능 칩인 AP를 얼마나 잘 만들어내느냐가 중요하다.

한때 삼성전자 AP는 애플도 사다 쓸 정도로 기술적 우위가 있었다. 그러나 현재는 자체 스마트폰에도 퀄컴이나 대만 미디어텍 등 다른 팹리스의 AP를 탑재하는 비율이 훨씬 높다. 삼성전자의 AP 기술력이 뒤처지게 된 원인은 무엇일까. 과거와 현주소를 진단해야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제대로 잡을 수 있다.

◇MX와 시스템LSI의 '따로 또같이'

AP는 스마트폰의 연산을 처리하는 핵심 부품으로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 모뎀, 디지털신호처리(DSP) 등 다양한 반도체가 한 칩에 통합된 형태다. 삼성전자는 자체 AP 브랜드 '엑시노스'를 갖고 있으며 퀄컴의 스냅드래곤, 애플의 A시리즈, 미디어텍의 디멘시티와 헬리오 등과 경쟁한다.

문제는 스마트폰 경쟁사 애플의 경우 아이폰에 전용 AP를 탑재하는 반면 삼성전자 모바일경험(MX) 사업부는 갤럭시에 퀄컴이나 미디어텍 등 경쟁가 제품을 더 많이 쓴다는 점이다. 작년 말 기준 MX사업부가 갤럭시 전체 제품 중 엑시노스를 탑재한 비중은 28%에 그쳤다. 엑시노스가 발열 문제를 잡지 못한 데다 스냅드래곤이나 A시리즈와 비교해 성능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는 탓이다.

삼성전자 고위직 출신 한 인사는 "MX와 반도체 사업은 각자도생한다는 게 삼성의 내부 사업 방침"이라며 "애플은 자체 칩을 쓰지만 삼성은 내부에서 개발한 칩이라도 성능이 떨어지면 쓰지 않고 외부에서 성능 좋은 칩을 사 왔다"며 "스마트폰 사업이 '시원찮다'라는 얘기를 들으면 안 되기 때문에 외부에서 사오더라도 경쟁력 있게 완성품을 만드는 게 MX의 최우선 목표였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 MX와 시스템LSI 사업부 간 유기적 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MX 인력을 시스템LSI 사업부 쪽으로 보내 갤럭시 전용 AP 공동 개발에 나서기로 했는데 진작 했어야 할 일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시스템LSI에서 만든 부품이 MX사업부의 완성품(스마트폰)에 많이 채택되지 못하다 보니 글로벌 시장점유율은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스마트폰 AP 시장에서 삼성전자 엑시노스는 퀄컴(37.7%), 미디어텍(26.3%), 애플(26%)에 이어 점유율 6.6%로 4위에 그쳤다. 2020년(8.7%)보다도 더 줄었다.

삼성전자 AP 엑시노스2200(출처:삼성전자 뉴스룸)

엑시노스가 처음부터 MX사업부로부터 외면받았던 건 아니다. 삼성전자 재직 당시 갤럭시S1~S4 개발에 참여했던 김용석 성균관대 전자전기공학부 교수는 "갤럭시 첫 모델인 갤럭시S1에 사용했던 AP는 삼성이 자체 개발한 것"이라며 "당시 시스템LSI 사업부는 상당히 실력이 있었다"고 말했다.

2008년엔 전 세계 모바일 AP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할 정도였다. 전문가들은 AP의 주류가 통신기능이 없는 단일칩에서 통신칩(모뎀)을 결합한 통합칩 형태로 바뀌는 시점부터 삼성전자가 기술 개발에서 뒤처지면서 밀리기 시작했다고 대체로 분석한다.

앞선 인사는 "애플도 자체 AP 성능이 떨어지면 아이폰 탑재가 불가능했을 텐데 어떻게 해서든 잘 나오게 만들어냈다"고 말했다. 삼성은 뒤처지고 애플이 앞서나간 데는 기술적인 면에선 어떤 이유가 있을까.

◇CPU, GPU 등 AP 코어의 성능 저하

AP를 구성하는 '3대 코어'는 CPU와 GPU, 인공신경망처리장치(NPU)다. 반도체 업계에선 엑시노스가 애플의 A시리즈와 격차가 벌어진 원인 중 하나로 CPU와 GPU의 성능 차이를 꼽는다. CPU는 연산을, GPU는 그래픽 처리 기능을 담당한다. 애플은 반도체설계화사 '암(ARM)'의 설계자산(IP)을 기반으로 CPU와 GPU의 성능을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으나 삼성전자는 여기에 실패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든 애플이든 ARM과 같은 반도체 IP 전문기업으로부터 '아키텍처(설계) 라이선스'를 구매해 자체 AP 규격에 맞게 튜닝해 쓰는 것은 같다. 애플의 경우 ARM으로부터 CPU 라이선스를 받아 완전히 뜯어고쳐 성능을 개선해 쓰고 있다. 삼성전자 역시 이 같은 시도를 했었다.

2015년 ARM의 CPU 설계자산을 쓰되 핵심 내용을 수정하려는 '프로젝트 몽구스(Mongoose)'를 진행했다. 그러나 퀄컴과 애플 칩 이상으로 성능을 끌어올리는 데 실패했고 2019년 개발팀을 해체했다.

GPU도 오랜 기간 ARM의 IP를 썼다. 문제는 ARM이 CPU 분야에선 독보적 기술력을 갖춘 것은 분명하나 GPU는 성능이 다소 떨어진다는 점이다. 삼성전자가 2017년 ARM의 경쟁사 AMD와 손잡고 GPU를 공동개발하는 것으로 전략을 전환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은 GPU를 개발하는데 너무 리소스를 투입 안 했다"며 "(최근 불거진 '게임옵티마이징서비스(GOS)' 사태 관련) 고사양 게임을 구동할 때 발열, 퍼포먼스의 병목현상이 발생하는 것도 결국 GPU의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AP 내에서 기능의 40%를 차지하는 게 GPU, 30%는 GPU라고 보면 된다"며 "특히 요즘엔 사진 등 비주얼 데이터가 많다 보니 대용량 고성능 그래픽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한 GPU가 상당히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반면 퀄컴은 2008년 미국 AMD의 모바일용 GPU사업부문을 인수한 뒤 개발한 '아드레노 GPU'를 자체 칩셋에 탑재하기 시작했다. 애플 역시 GPU 전문기업 이미지네이션의 GPU를 가져다 쓰다가 2017년부터 자체 개발력을 키우는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결국 해법도 현재 AMD와 개발 중인 GPU에서 성과를 내 약점인 그래픽 성능을 개선하는 데 있다. 김 교수는 "GPU를 애플 정도의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브라질 상파울루 모룸비백화점 내 삼성 매장에서 ‘갤럭시 S22’ 시리즈를 체험하고 있는 모습(출처:삼성전자 뉴스룸)

◇아키텍처 역량이 중요한 이유

각각 칩의 성능을 개선하는 것만 아니라 전체적인 시스템 관점에서 AP 설계도를 그리는 최종설계자(시스템 아키텍트)의 역량을 끌어올리는 것도 과제다.

AP 안에는 3대 코어뿐만 아니라 메모리, 오디오·비디오 코덱, 디스플레이·카메라 인터페이스 블록 등도 내장된다. 여러 칩이 한꺼번에 들어가기 때문에 칩들이 서로 신호를 제대로 주고받고 각각의 칩이 제어될 수 있게 촘촘하게 설계해야 AP의 고성능·저전력이 구현된다.

한 번에 처리해야 하는 데이터양이 많아져서 생기는 게 발열 문제인데, 데이터 처리방식(횟수, 속도 조정)을 어떻게 바꿔 발열을 줄일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게 시스템 아키텍트의 역할이다.

스마트폰이 진화할수록 설계도가 복잡해질 수밖에 없는데 이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면 AP의 성능 저하 문제가 불거질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의 모바일 AP 이슈도 이런 문제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갤럭시S1에는 CPU가 1개만 들어갔기 때문에 설계가 상대적으로 단순했으나 스마트폰이 점차 고성능화되면서 갤럭시S2 AP에 2개 장착됐던 CPU가 S3엔 4개, S4에는 8개로 늘어났다. CPU가 많아지면서 설계가 훨씬 복잡해졌고 CPU 운용에서 어려움을 겪으면서 발열 문제를 잡기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애플의 AP가 뛰어난 건 (시스템 아키텍트인) '헤드'의 역량이 뛰어나기 때문"이라며 "삼성은 시스템 아키텍처 역량이 부족한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삼성전자 AP 역량 강화는 AP의 전체 설계도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그리느냐, 이런 역량을 가진 시스템 아키텍트를 장기적으로 어떻게 길러내지 구체적인 비전을 제시하는 데서 출발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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