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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반건설은 왜 폴라리스쉬핑 1주일만에 매각했나 건설업 집중 선택, 딜 과정에서 불거진 '실사·펀딩' 이슈에 사업 리스크 부담 해석

이명관 기자공개 2022-06-20 08:44:44

이 기사는 2022년 06월 17일 10:2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호반건설은 폴라리스쉬핑을 빠르게 정리했다. 칸서스자산운용 컨소시엄과 이해관계가 맞으면서다. 거래 종결 후 곧바로 매각하는 형태를 택했다. 클로징부터 매각까지 걸린 시간은 일주일이다. 사실상 '파킹'에 가깝다는 해석이다. 호반건설 입장에서 보면 단 몇일 만에 120억원에 이르는 자금을 프리미엄으로 거둬들인 셈이다.

그렇다면 호반건설은 처음부터 진성원매자가 아니었던걸까. 결론부터 말하면 '진성'은 맞았다. 다만 딜 과정에서 불거진 여러가지 이슈과 정권교체로 건설업에 대한 기대감이 더해지면서 거래 막판 파킹의 모습을 띄게 된 것이라는 게 시장의 해석이다.

호반건설은 최초에는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할 예정이었다. GP(무한책임사원)는 APC PE였다. APC PE가 만드는 프로젝트 펀드에 호반건설이 LP(유한책임사원)로 참여하는 형태였다. 물론 전액 부담은 아니었다. APC PE도 자제척으로 펀딩을 하기로 했다.

APC PE는 호반건설이란 든든한 우군을 확보하면서 공격적으로 입찰에 참여했다. 여타 원매자들과 200억원 이상 차이가 나는 금액을 제시하면서 우섭협상자로 선정됐다. 그런데 이후부터 잡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APC PE가 펀딩에 난항을 겪기 시작한 것이다. 시장엔 계약금을 구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란 이야기가 돌았다. 그나마 투자기업인 STX가 손을 보태면서 계약금까진 마련했다.

하지만 이후 자금을 추가로 모으지는 못했다. 결국 호반건설이 단독으로 1000억원이 넘는 금액을 출자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펀딩이 문제가 됐던 이유는 '실사'의 부재였다. APC PE는 폴라리스쉬핑과 공식적인 실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회계법인에서 제공받은 보고서뿐이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실사를 하지 않고 자금을 조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게 중론이다. 이유는 '실사보고서'의 존재 때문이다. 통상 사모펀드는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벌인다. 그때 반드시 필요한 것이 실사보고서다. 실사보고서를 토대로 투자심의를 거친다. 하지만 실사보고서가 없는 상황에선 금융기관의 참여는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전략적 투자자(SI)의 참여를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직관적으로 실사도 하지 않고 거액의 자금을 요청하는 사모펀드에 자금을 대기란 쉽지 않다. 설사 충분히 회사 사정을 잘 알아 실사없이 진행했다고 가정해도 다소 무모한 도전에 가깝다는 게 시장 관계자의 설명이다.

APC PE가 펀딩에 어려움을 겪자 호반건설이 사실상 인수주체로 나섰다. 특수목적법인(SPC)를 만들고 여기에 자금을 투입키로 했다. SPC의 지분율로 보면 대부분이 호반건설 몫으로 채워진 셈이다. 이 과정에서 호반건설과 APC PE 간 불협화음도 있었다. 이때 컨소시엄을 파기하고 호반건설이 단독으로 인수하는 안이 거론됐다.

호반건설 내부에서의 반대 목소리도 있었다. 실사 부재에 대한 리스크 때문이었는데 막판 인수까지도 이러한 반대 목소리는 지속된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정권 교체로 건설업이 수혜업종으로 꼽히면서 인수 반대파의 목소리엔 힘이 실렸다. 새정부가 내건 공약대로면 건설업종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전망됐다. 각종 부동산 규제를 완화하고 민간을 통한 주택공급을 활성화하겠다는 게 부동산 공약의 골자였고 이대로라면 향후 정비사업 규제, 부동산 세제 등이 완화돼 주택거래와 정비사업이 활성화 될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수 철회라는 의사결정이 이뤄지지 전에 칸서스자산운용과 합이 맞으면서 호반건설은 인수 직후 매각이라는 행보를 취하게 됐다.

IB업계 관계자는 "불확실성이 큰 사업에 투자하기 보다 건설 본업에 집중하는 게 낫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라며 "최근 시장 분위기가 건설업종에 우호적인 분위기가 형성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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