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2년 06월 22일 07: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회계는 기업의 모든 정보를 가감없이 드러내는 '거울'이다. 정보 접근성이 낮은 투자자가 회사를 판단하는 중요한 수단은 재무제표다. 기업의 사업 성과와 비용 통제의 결과를 숫자로 표현하는 만큼 진실성과 신뢰성을 담보해야 한다.각종 금액을 빼곡하게 적어놓은 재무제표가 오류를 안고 있다면 어찌 될까. 시장에서 평가하는 기업의 가치가 흔들린다. 투자자들은 경영진이 창출한 성과를 오롯이 판단할 수 없다.
최근 투자자 사이에서 논란을 촉발한 기업이 눈에 띈다. SGC에너지(옛 삼광글라스)다. 주주의 소송으로 이어져 회사가 손해배상 책임을 졌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개년 동안의 재무제표를 정정한 게 화근으로 작용했다. 회계 오류를 고치면서 주가가 떨어져 손해를 입은 투자자가 뿔이 나 소송을 제기했다.
2017년 11월 172억원의 재고자산을 폐기하고 손실로 처리했는데 당시 감사를 맡은 안진회계법인은 '한정의견'을 냈다. 재고자산의 실현가능가치가 신뢰할 만한 증거를 토대로 추정한 숫자인지 확인이 어려웠던 탓이다. 이후 한국거래소가 관리종목으로 지정하자 SGC에너지는 재무제표를 다시 검토하고 고쳤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162조에 따르면 사업보고서의 중요사항을 거짓으로 기재하는 바람에 주식 투자자가 손해를 입으면 회사가 배상 책임을 진다. SGC에너지가 기업회계기준에서 거론하는 합리성과 객관성을 넘어 자산을 과대 평가했으니 '허위 기재'로 볼 수밖에 없다는 게 재판부의 의견이었다.
실적 공시를 정정하는 건 SGC에너지만 그치지 않는다. 금융감독원 통계를 살피면 2020년 한 해에만 107곳의 기업이 재무제표를 고쳤다. 상장사 2300여곳 중에서 약 5%가 회계 오류를 수정했다.
더존비즈온이 실적 공시를 정정한 사례도 회자된다. 2021년 3분기 보고서를 공개하면서 당기순이익은 16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대비 86%가량 줄어든 금액에 주가가 급격히 떨어졌다. 몇일만에 수정된 재무제표상 당기순이익은 109억원이었다. 2020년 같은 기간과 견줘보면 3% 정도 떨어진 수치였다.
회계상 오류 수정으로 주주들 중에서는 손실을 입은 이들이 존재했다. 첫 공시가 나온 뒤 주가가 급락하자 더 떨어질까 걱정되는 마음에 보유한 주식을 팔아버린 투자자도 있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당기순이익이 제법 선방했음을 처음부터 알았다면 이러한 선택을 내리지는 않았을 터다.
기업의 재무 조직에 몸담은 이들은 회계상 오류 정정의 '수업료'가 상당히 비싸다는 대목을 유념했으면 한다. 철저하게 확인하고 살피는 자세가 중요하다. 처음부터 재무제표에 드러나는 숫자와 근거를 따지고 정확성을 기한다면 주주들의 신뢰를 잃는 일을 겪지는 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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