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2년 06월 24일 07:42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는 국내 대기업의 주요 사업 파트너로서 역할이 커지고 있다. 투자 등 재무적 부분은 물론 계열사 인수를 통해 일감 몰아주기와 같은 법률적 이슈를 해결하는데 도움을 주기도 한다.격변하는 시장 환경을 고려하면 대기업과 PEF 운용사의 협업 범위는 앞으로도 확대될 전망이다. PEF 운용사들은 양적·질적 성장을 지속하면서 대기업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을 만한 역량을 갖춰 나가는 데도 힘을 쏟고 있다.
하지만 PEF 운용사가 커지는 역할과 역량에 맞는 대우를 대기업으로부터 받고 있는 지는 의문이다. 최근 만난 복수의 PEF 운용사 관계자들은 대기업과 딜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겪은 어려움을 토로했다. 대부분이 대기업의 ‘갑질’에 관한 이야기였다.
한 PEF 운용사는 1년 넘게 투자를 준비하며 실사까지 마쳤지만 갑작스러운 투자자 변경 통보를 받았다고 했다. 뒤늦게 투자 의사를 타진한 재무적투자자(FI)의 조건이 더 좋다는 이유였다. 이 PEF 운용사는 해당 대기업을 상대로 비용 청구도 하지 못했다. 이후 나올 딜을 확보하는 데 문제가 될까 우려했기 때문이다.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 확보한 투자확약서(LOC)를 들고 대기업을 찾아간 날, 다른 FI와 계약하겠다는 말을 들은 PEF 운용사도 있었다. 이 PEF 운용사 관계자는 “씹고 있던 음식을 누군가가 강제로 입을 벌려 빼앗아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고 당시를 돌아봤다.
이러한 사례가 생겨나면서 최근 PEF 운용사들 사이에서는 대기업과 ‘갑을관계’가 굳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선이 늘고 있다. PEF 운용사는 딜을 확보해야만 존속할 수 있다. 최근처럼 대기업발 딜이 늘어난다면 PEF 운용사로서는 대기업 눈치를 더욱 살펴야만 하는 상황이다.
물론 투자를 유치하는 대기업은 더 좋은 조건을 선택할 자유가 있다. 매력적인 투자 조건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PEF 운용사의 숙명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러한 선택의 자유도 대부분의 권한처럼 주어진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선택의 자유를 행사하는 방식이 상도(商道)에 어긋나지는 않았는지 대기업 스스로 돌아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대기업들이 ESG 경영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상생의 가치도 쉽고 가까운 곳부터 실천을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외부에서 유치한 투자자조차 존중하지 않는 대기업에게 하청업체, 더 나아가 지구 환경을 대상으로 하는 상생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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