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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DI가 움직인다]배터리 삼국 시대, '재무통' 최윤호 사장의 역할은⑤5년 전과 180도 달라진 경영환경...질적 성장 한계론 대두

조은아 기자공개 2022-06-30 07:45:11

[편집자주]

삼성SDI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지난해 처음으로 완성차회사와 합작법인을 설립하며 미국에 진출했고 5년 만에 대표이사도 교체했다. 그간 소극적 행보 탓에 삼성그룹이 전기 자동차 배터리 사업에 큰 뜻이 없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꾸준히 나왔다. 그러나 최근 일련의 움직임을 봤을 때 뚜렷한 변화가 감지된다. 더벨이 삼성SDI의 과거와 현재, 미래의 자동차 배터리 사업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6월 28일 10:31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체제가 본격화한 뒤 삼성SDI를 이끈 인물로는 전영현 전 대표이사 사장(현 이사회 의장 겸 부회장)과 최윤호 현 대표이사 사장을 꼽을 수 있다. 모두 삼성전자 출신으로 50대 후반의 나이에 대표에 올랐다.

공통점은 여기까지다. 전임 전영현 부회장이 엔지니어 출신의 기술통이었다면 최윤호 사장은 미래전략실 출신의 재무 전문가다. 삼성SDI가 처한 경영환경 역시 그때와 지금이 180도 다르다.

◇기술통에서 재무통, 전략 변화 예고?

전 부회장은 2017년 3월 삼성SDI의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당시 삼성SDI는 중대형 배터리 성장 부진과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 단종 등 연이은 악재로 휘청였다. 2년 연속 큰 폭의 적자를 냈던 만큼 돌파구가 절실했다.

삼성그룹은 2016년 말부터 이어진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과 미래전략실 해체 여파로 사장단 인사가 미뤄졌는데 전 부회장만 유일하게 삼성전자에서 삼성SDI로 이동했다. 그만큼 전 부회장의 투입이 시급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최윤호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

전 부회장은 삼성SDI를 대표하는 '질적 성장'을 이끌었다. 그는 한양대학교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카이스트에서 전자공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은 전통 엔지니어 출신이다. 기술 전문가답게 실용성을 중시하고 꼼꼼한 성격으로 알려졌다.

그의 성향은 삼성SDI 경영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전 부회장은 대표 시절 배터리 생산공정 개선과 생산 안정화에 공을 들인 것으로 전해진다.

연구개발(R&D) 역시 빼놓을 수 없다.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연속 삼성SDI의 연구개발 비용은 한 번도 뒷걸음질하지 않고 매년 우상향했다. 현재 삼성SDI의 수익성 제고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 5Gen(5세대) 배터리가 그 결과물이다. 전고체 배터리에서 가장 앞서나가고 있는 것 역시 전 부회장 시절 연구개발에 힘쓴 결과다.

최윤호 사장은 지난해 말 선임됐다. 전 부회장 취임 때와 달리 회사를 뒤흔들 만한 악재는 없다. 그러나 경영환경은 만만치 않게 바뀌었다. SK온의 가세로 양강체제가 저물고 삼국 시대가 열렸다. 글로벌로 시야를 넓히면 중국 회사들이 치고 올라오고 있다.

전 부회장 때만 해도 각형 배터리만으로도 충분히 점유율을 유지 혹은 확대할 수 있었지만 현재는 원통형 배터리가 다시 떠오르면서 이 시장에도 대응해야 한다. 국내 2위 지위를 SK온에 내줬고 글로벌 점유율은 5위에서 7위로 내려앉았다. 점유율이 하락하면서 더 이상 질적 성장만을 고집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있다.

최 사장은 1987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뒤 줄곧 재무 관련 분야에서 경험을 쌓아왔다. 보통 재무통 출신 CEO(최고경영자)에게 기대를 거는 건 비용 절감을 통한 수익성 제고다. 경영 불확실성이 높아질 때 역시 재무 전문가의 수요가 높아진다. 삼성그룹 역시 과거 위기를 맞을 때마다 주로 재무통이 수장으로 선임돼왔다.

반면 공격적 투자 행보를 예상하는 시선도 존재한다. 인수합병(M&A)을 비롯해 대규모 투자 과정에서 재무 조직이 자금 조달과 함께 리스크 관리를 책임지기 때문이다.

최 사장이 과거 미래전략실에 몸담았다는 점 역시 빼놓을 수 없다. 2010년부터 2014년까지 미래전략실 전략1팀 담당임원으로 일했다. 전략1팀은 삼성그룹 전반의 M&A를 총괄하던 곳이다.

◇이재용 부회장 의지, 어디까지?

관건은 결국 이재용 부회장이 배터리 사업을 어떻게 보고있느냐에 달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 사장은 이 부회장의 신임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부회장이 배터리 사업에 대한 구상을 어느 정도 마치고 최 사장을 선임했을 것으로 여겨지는 부분이다.

삼성그룹에서 우선 순위는 항상 반도체였다. 이 부회장이 직접 배터리 사업에 대한 의견을 공식적으로 밝힌 적은 없다. 다만 2017년 8월 법정에서 배터리 사업에 애착을 가지고 있었다고 스스로 밝힌 적은 있다.

그는 당시 공판에서 "삼성SDI라는 계열사에서 박상진 사장 전임자가 유럽 전장업체와 조인트벤처를 만들었는데 박 사장이 취임하면서 그 업체랑 협력관계를 끝냈다"며 "그 조인트벤처를 만들고 유지시키는 데 나름대로 노력하고 열정을 갖고 일했기 때문에 박 사장 판단이 불만이었다"고 말했다.

여기서 언급한 조인트벤처는 'SB리모티브'다. SB리모티브는 김순택 전 대표 시절인 2008년 8월 설립됐다. 삼성SDI와 보쉬가 각각 5대 5 비율로 출자해 공동 경영하는 구조였다. 다만 두 회사의 이해관계가 맞지 않아 4년 만에 합작관계가 끝났다.

이 부회장은 당시 흔들렸던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일으켜세우는 데 기여하기도 했다. 그는 2012년 독일 BMW를 직접 찾아가 관계를 맺고 대규모 공급계약을 이끌어냈다.

이 부회장은 최근 유럽 출장에서 돌아온 뒤 행선지를 밝히며 "자동차 업계의 변화를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배터리에 국한된 건 아니지만 전기차 시장의 본격적 개막을 앞두고 전장 등 관련 사업에 여전히 큰 관심을 두고 있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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